휴가는 “언감생심”, 산적한 현안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경제 위기 여파 대부분 그룹 비상경영체제 '일' 매진 분위기
정준양·구자홍·허창수회장 터키·베트남·태국행 글로벌 시장 공략 올인
이건희 회장 25일 런던행 한국선수 출전경기 관람
정몽구·최태원 회장도 양궁·핸드볼 응원차 영국행
박용만 회장 예년의 2주 휴가 대신 집에서 가족과 보낼 듯


재계 총수들은 올 여름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해외 고급 호텔이나 요트 등 호화 여행이 연상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특히 올해는 대부분 휴가 자체가 언감생심. 하반기 경영구상으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로 대다수 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2 런던올림픽 개막까지 겹치면서 총수들은 여름휴가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ㆍ정몽구ㆍ최태원 체육계 후원

재계 총수들은 대개 7월 말~8월 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물론 '휴가'라고 하지만 마냥 쉬는 게 아니다. 특히 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영국행 비행기에 나란히 몸을 실을 계획이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 참석해 우리 선수들의 메달 수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먼저 이건희 회장은 오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관하기 위해 이달 25일을 전후해 런던으로 떠날 계획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이다.

[휴가 대신 해외출장파] 왼쪽부터 정준양 포스코 회장·허창수 GS그룹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 회장은 개막 하루 전에 열리는 IOC 총회와 그 다음날 열리는 개막식에 참관한다. 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한다. 현지의 삼성 법인장들을 소집해 경영 회의를 갖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이처럼 휴가철에 바쁜 일정을 마련해 놓은 이 회장이지만, 정작 휴가 계획은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서 독서와 경영구상을 하는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회장도 이달 말 영국에 갈 가능성이 크다. 양궁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1985년부터 1999년까지 양궁협회장을 연임한 바 있다. 이후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협회장 자리를 이어받았으나 여전히 명예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그 동안 하계올림픽을 잘 챙기지 않았다. 그래서 런던 행을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유럽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현지로 가 시장 탐방과 협력기업 미팅 등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또 이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베이징 3공장 완공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3공장은 40만대 규모로 기존의 중국 생산규모 60만대를 더해 모두 100만대 시대를 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집에서 사업구상파] 왼쪽부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 회장은 이후 특별한 휴가 일정이 없다.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을 구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하반기 현대기아차의 마케팅 전략이 핵심 요소다.

최태원 회장 역시 올해는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아 대표팀 출정식에 참석하고 선수단 응원과 격려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기로 해 더욱 분주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8월 초 출국해 3~4일 정도 런던에 머물면서 핸드볼 대표팀 경기 등을 참관할 계획이다.

최 회장도 휴가 계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여름 휴가 일정 조차도 확정 짓지 못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03년부터 별도 여름휴가 기간을 정하지 않았던 만큼 올해도 업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출장으로 휴가 대신

이 밖에 다른 재벌 총수들도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 등 비상시국을 맞아 종횡무진 해외 출장길에 오르느라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있다.

['런던올림픽' 후원파]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정몽구 현대 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먼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 5~6월 인도 중국 호주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을 돌며 사업 파트너를 만나거나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지난 10일부터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릴 세계철강협회(WSA) 집행위원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현재 WSA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터키 방문에서 정 회장은 세계철강협회장인 장샤오강 중국 안강그룹 회장을 비롯해 바다 하지메 JFE홀딩스 사장,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러시아 세베르메탈 회장,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 등 집행위원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포스코가 터키에 건설하고 있는 스테인리스 냉연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구자홍 LS그룹 회장 역시 7월 중순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다. 구 회장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칠레, 러시아, 미국 등을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베트남 현지법인인 LS-비나 등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3차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국가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또 오는 25~28일에는 제주에서 열리는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글로벌 경제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보낸다.

항공업계 리더들도 휴가는커녕 더 바쁜 여름을 보내게 됐다. 7∼9월이 최대 성수기인 업계 특성 때문이다.

왼쪽부터 대중의 직관, 일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고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를 보기로 했다. 특히 조 회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탁구협회장 자격으로 런던올림픽에도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도 바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출장 중 잠시 시간을 내 취미인 사진 촬영 등으로 여가를 보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워크아웃 중인 그룹 사정 때문에 휴가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박 회장은 주로 집무실에 머물며 경영 정상화와 관련한 현안을 챙기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역시 해운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휴가는 남의 얘기다. 먼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여름휴가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 경영 현안 등을 챙기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고 이전까지 금강산에서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과 그룹 신입 사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고 이후로는 별도의 휴가를 보내지 않고 있다.

또 같은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도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여의도 본사에 머물며 하반기 회사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쉬어도 쉬는 게 아냐"

그 동안 여름 휴가를 적극적으로 즐겨온 총수들도 경제 위기 여파로 올 여름엔 맘 편히 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긴 여름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7~8월 중 2주간 휴가를 떠난다. 임직원들도 2주씩 여 휴가를 사용토록 해왔다. 그러나 올해 박 회장은 특별한 계획 없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예년과 같이 8월초부터 1주일 가량 일본에 체류 중인 가족들과 휴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휴가철에는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이마트 인수 등 하반기 경영현안이 많아 예년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그 동안 충전을 제대로 해야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지론에 따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아직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정해지지 하지 않았다. 다만 매년 그래왔듯,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를 대비하고 시장선도를 위한 전략 등의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휴가기간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경영 일선을 지킬 것으로 전해졌다.

'생각에 관한 생각'…사람의 마음을 읽어라
■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 14권

삼성경제연구소가 매년 한국 최고경영자(CEO)들의 독서 경험과 선호 도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름휴가 중 CEO가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도 경제ㆍ경영 7권, 인문ㆍ교양 7권 등 총 14권의 책을 선정했다. 선정된 14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ㆍ경영 부문에서는 행동경제학 등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과 관련된 책이, 인문ㆍ교양 부문에서는 자기성찰을 강조하는 책이 다수 선정됐다. 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도서와 독서 포인트.

▲대중의 직관=사회경제학은 아직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분야로, 저자의 주장을 곱씹는 비판적 독서가 필요. 사례를 뒷받침하기 위해 삽입된 그래프를 해석함으로써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내는 훈련을 한 뒤 저자의 숙제에 도전해볼 것.

▲더 체인지=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변화에서 어떻게 유망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경영자를 위한 신사업 필독서.

▲디맨드=고객의 수요는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주장.

▲멀티플라이어=회사의 리더뿐 아니라 교사 부모 등 상대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모든 리더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

▲바로잉=독자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전혀 다른 분야의 속성을 모방함으로써 해결해보는 실용적 독서를 시도.

▲생각에 관한 생각=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고전경제학과 달리 심리학에 기반을 둔 행동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엿볼 수 있는 기회.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실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풍부한 협상 사례와 상황별로 활용 가능한 협상 원칙이 서술돼 있어 실질적인 협상 가이드로 유용.

▲가끔은 제정신=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자기 자신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마주봄으로써 포용력과 통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

▲러쉬!=신체와 정신의 노화를 지연하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무조건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만이 대안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입증.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모든 원문을 입문(문에 들어섬), 승당(당에 오름), 입실(방에 들어섬), 여언(함께 말하기)의 4단계로 서술해 쉽고도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지엽적인 전투 장면에 치우치지 말고 전쟁의 승패를 가른 혁신적인 발상, 조직, 기술이 탄생한 광범위한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

▲시빌라이제이션=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음미하며 지난 500년 간의 세계경제와 문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를 제고.

▲일침=사자성어에 대한 간명한 풀이와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섞는 방식으로 어려운 고전을 쉽게 풀이해 부담 없는 독서가 가능.

▲책은 도끼다=창의적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인문학적 책읽기가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일상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제시. 송응철기자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경제 경영

제목 저자

대중의 직관 존 캐스티

더 체인지 김재윤

디맨드 A. 슬라이워츠키

칼 웨버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그렉 맥커운

바로잉 데이비드 머레이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어떻게 원하는 S. 다이아몬드

것을 얻는가

•인문 교양

제목 저자

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러쉬! 토드 부크홀츠

마흔, 논어를 읽어야 신정근

할 시간

세상의 모든 전략은 임용한

전쟁에서 탄생했다

시빌라이제이션 니얼 퍼거슨

일침 정민

책은 도끼다 박웅현



전해졌다.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