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앞두고, 득실계산에 분주 여야 포위망 좁혀올 듯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홍선 안랩대표이사의 부친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공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선의 '상수(常數)'로 등장한 안 원장을 향해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공격의 포문은 연 상태. 새누리당은 '출마 여부를 빨리 결정해라'는 쪽으로, 민주당은 '무임승차는 안된다'는 쪽으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 원장 입장에서는 그런 정치적 공세와는 다른, 후보 검증에 따른 실제적인 공격이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숱한 추측과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까지 안 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위해 회유와 압박, 즉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집요한 물밑 네거티브 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안 원장이 일단 출마를 선언한다면, 그가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에 나서든, 중도 포기 선언과 함께 특정 후보를 지지하든, 모두 부담스럽다. 안 원장이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만이 야당의 표를 갈라놓을 것이고, 그것만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하느냐 여부. 일단 출마하면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유력후보들에게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안 원장의 네거티브 정보 수집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미 특정 후보 캠프에서 '안철수 X파일'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색깔을 알 수 없는 인물

안철수 네거티브 공세가 벌써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안 원장을 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루이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홍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에 대해 "루이 나폴레옹은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붙고, 어떤 때는 귀족계급과도 결탁하면서 20년을 집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원장의 정치적 색깔과 소신이 모호하다는 점을 나폴레옹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홍 위원장은 또 "작은 화단을 하나 가꾸더라도 계획이 필요한데,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안 원장은 단 하나의 비주얼라이 제이션 (visualization ㆍ시각화)도 보여준 게 없다" 면서 "국민에 대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안 원장으로서는 대선 출마설이 분분한 현 상황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압박 공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정치 입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점점 안 원장이 확답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안 원장 측은 지금까지 "정치권 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은데 무슨 확답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 왔지만 지금과 같이 모호한 상태를 방치할 경우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진짜로 정치권 진출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며 안 원장의 출마설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그래서 언제까지 안 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버틸 수 있을 지 지켜보자는 세력도 있다. 자칫 그가 계속 침묵을 고수할 경우, 일부 세력에게는 '진짜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2위 자리를 문재인 민주당 경선후보에게 빼앗긴 것도 '실망감 표출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또 그의 과거 행보를 문제 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지만, 그 이전에는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안 원장의 안랩(구 안철수 연구소)는 그동안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와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통해 기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역대 정부로부터 두루 지원을 받았다고 해야 한다. 정부 기관과 관공서 등에서 공통적으로 안철수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경쟁업체에서 볼 때 이는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시각이다. 안랩의 성장에는 역대 정부의 '관대한(?) 배려'가 작용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MB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도 전자투표와 관련해 안랩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홍 위원장이 안 원장을 나폴레옹에 빗대 비판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여야 동시 견제는 치명적

정치권 주변에서는 안 원장이 여전히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출마 또는 불출마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 자신에게 닥칠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여야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집중 마크, 혹은 검증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그가 정치적 색채를 드러냈을 때, 안 원장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안 원장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논란을 비롯해 안랩의 여러 의혹이 출마 선언과 함께 곧바로, 당연히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추가로 다른 의혹들이 제기될 수도 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시 소위 '안철수 죽이기' 시나리오가 각 대선 캠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권 주자 각 캠프는 안 원장을 대선 전략 1순위로 올려놓고 있으며 안 원장의 출마 시와 불출마 시에 따른 여러 전략을 짜고 있다"며 "안 원장은 출마할 경우 네거티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험난한 길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 후보 캠프에서는 아예 안 원장에 대한 회유 전략은 버리고, 네거티브 위주로 안 원장을 공격할 계획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몇몇 스나이퍼(저격수)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언론및 사정기관 주변에서도 안 후보에 대한 여러 소문이 분분하다. 한 선거 전문가는 "안 원장이 출마 선언 전에는 각 당의 포섭 대상이겠지만 출마를 선언하면 미운 오리새끼가 될 수 있다"며 "야권으로 기운 안 원장에 대해 여권에서는 특단의 카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대선 직후 여러 기관으로부터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야권은 안 원장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안 원장의 대통령 후보 자질 논란도 가열될 조짐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특정 캠프에서 안 원장의 대선 후보 자질을 문제 삼기에 충분한 제보와 정보를 확보한 상태"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와 관련된 의혹도 이 내용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대표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출마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정치권이나 세간에서 추측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게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