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10대 총수 중 최저 지분율
거미줄 같은 지분도 '혼란'… 핵심은 쇼핑 지주는 호텔
차기 경영권 변수 될듯

10대그룹의 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든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주식회사의 본래 의미가 무색하게 10대그룹 총수들은 1%도 채 못 되는 지분으로 그룹의 전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며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총수들 자신의 지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인수ㆍ합병과 기업분할 등의 방법으로 내부지분율을 높여가며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주간한국>에서는 10대그룹 총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지 차례로 짚어본다.

전체 0.05%로 그룹 지배

은 10대그룹 총수 중 가장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지닌 지분율은 전체의 0.05%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롯데는 총수지분율이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신 총괄회장의 2~6촌 이내 혈족과 1~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족들의 지분율은 10대그룹 평균 수준인 2.17%에 달한다. 신 총괄회장의 친족들 지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02%p 줄어들었다.

신 총괄회장과 친족들의 지분율을 합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0.02%p 줄어들 동안 롯데 계열사 지분율은 지난해 56.87%에서 올해 58.08%로 1.21%p 늘어났다. 총수일가 지분율 감소폭보다 계열사 지분율 증가폭이 컸던 까닭에 전체 내부지분율도 1.15%p (59.45%→60.60%) 증가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 계열사 중 롯데제과(6.8%), 롯데칠성음료(2.4%), 롯데쇼핑(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그룹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이하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 되는 롯데쇼핑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담보하고 있다.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롯데는 10대그룹 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지니고 있다. 대기업들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알아보기 수월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별 소유 지분도'(이하 지분도) 지난 1일 공개했지만 롯데의 지분도는 거미줄처럼 얽혀 오히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중시킬 정도다.

롯데는 총 19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지니고 있다. 롯데 계열사 중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각각 1.0%, 14.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쇼핑이다. 총 19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17개의 한 축을 롯데쇼핑이 담당하고 있다.

롯데 순환출자구조 중 가장 중요한 고리 두 가지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과 '롯데쇼핑→롯데미도파→롯데제과→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2.6%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4.3%를 갖고 있다. 또한 롯데쇼핑은 롯데미도파의 지분 79.1%를 지니고 있고 롯데미도파는 롯데제과의 지분 3%를, 롯데제과는 롯데쇼핑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지만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9.6%), 롯데제과(3.2%), 롯데칠성음료(5.8%), 롯데삼강(8.6%), 호남석유화학(13.6%)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그룹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위험 많은 신동빈 체제?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과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다르다는 점은 롯데의 차기 경영권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롯데는 지난해 회장 직함을 단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주요 결정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20년 이상 보필하며 경영수업을 받아 온 신 회장이 롯데의 실질적인 총수라는 것을 부인하는 시선은 별로 없다. 그러나 아직 지분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까닭에 향후 경영권의 변화를 염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율은 큰 차이가 없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14.6%), 롯데칠성음료(5.1%), 롯데제과(4.9%), 롯데카드(0.3%)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 또한 롯데쇼핑(14.6%), 롯데칠성음료(2.8%), 롯데제과(3.5%), 롯데카드(0.2%) 등의 지분을 신 회장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 미치게 지니고 있다.

문제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전체지분의 19.2%를 지니고 있다. 나머지 지분 또한 일본롯데홀딩스에서 분할된 일본계 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룹지배구조의 핵심을 신 부회장이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롯데의 경영권 향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형과 동생이 각각 나눠 가지고 있으나 신 총괄회장 사후, 신 부회장이 규모가 큰 한국 롯데를 노린다면 신 회장으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염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신 회장은 자신 또한 일본롯데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 또한 신 부회장에 비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