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2012 런던올림픽'이 열린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4년 동안 기량을 갈고 닦아 왔다. 그러나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려 온 건 선수들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무대 뒤편에서 선수 못지않게 뛰고 달렸다.

기업들은 선수 발굴 및 육성, 비인기 종목 투자 등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 역시 올림픽의 숨은 주역인 셈이다. 그 최전선에는 각 기업 총수들이 서 있다. 현재 이들은 런던으로 날아갈 채비를 마친 상태. 올림픽 현장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한편, 브랜드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ㆍ현대기아차 적극 마케팅

삼성전자는 일찍이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올림픽 공식 후원을 시작으로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1997년 37억 달러이던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2,340억 달러(약 267조원)로 크게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무선 통신분야 후원사로 참여했다. 올림픽 개막 1년여 전인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박용성 회장, 최태원 회장, 조양호 회장, 김승연 회장
삼성전자는 성화봉송 후원사로도 참여했다. 전체 8,000명의 성화봉송 주자 가운데 전세계 58개국에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1,360명을 주자로 선발, 올림픽 개막을 장식하게 된다. 성화봉송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대형 LED 스크린을 장착한 홍보 차량인 '삼성 캐러밴'을 통해 삼성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양팔을 걷어 부쳤다. 이 회장은 IOC 위원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 현장에 달려가 한국 대표팀 응원과 함께 메달을 직접 시상할 계획이다. 전 세계 스포츠 대전의 한 복판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와 함께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런던올림픽의 후원사는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마케팅의 장으로 런던 올림픽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현대차는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런던의 피카딜리 광장에서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를 전개하고 있다. 피카딜리 광장은 런던의 중심가이자 세계적 관광명소다. 월 유동인구가 460만명 이상이어서 옥외광고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향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런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오성과 한음'(오천만 국민의 성원을 한국의 음악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국립국악원 주관의 오성과 한음 프로젝트는 국악과 K-POP를 접목해 만든 응원가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홍보하는 이벤트다. 기아차는 뮤직비디오에 응원단원으로 출연할 200명을 선발하고 등장 차량도 제공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양궁 선수단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다. 정 부회장이 협회장을 맡은 뒤로는 명예회장을 맡아 한국 양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의 동선엔 아직 런던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이 런던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회사 차원에서 올림픽을 이용한 마케팅을 특별히 계획하고 있지 않다. 소비재가 아닌 인프라 지원이 중심을 이루는 사업구조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땀을 흘리고 있다.

박 회장은 1982년 대한유도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데 이어 1995년에 국제유도연맹 회장에 선출됐다. 2002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함께 IOC 위원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회장은 유도연맹의 내분을 막기 위해 2007년 스스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IOC 위원에서도 사퇴한 뒤 2009년 대한체육회장을 맡아 다시 한국 체육계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세계 각지의 IOC 위원을 만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뤄낸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현재 런던으로 날아갈 채비를 마친 상태다. 두산이 1993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경월 핸드볼팀 중 5명이 포함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또 IOC 총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SKㆍ한진은 선수와 비인기 종목 육성에 주력

SK그룹은 일찌부터 유망선수 육성과 비인기종목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 6월부터 국가대표 수영팀의 박태환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SK 박태환 전담팀'을 통해 박태환 선수가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에 집중해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8년 만들어진 박태환 전담팀은 호주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마이클 볼 전담코치를 필두로 체력코치와 의무코치, 통역, 스포츠단 지원멤버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향상 지원, 국제대회 유치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현희 선수가 여자선수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 7개를 건지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 수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 펜싱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올림픽의 단골 효자종목이지만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받던 핸드볼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200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다.

최 회장은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국내 첫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했다. 올 1월에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팀을 그룹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수해 재창단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 여름휴가 기간을 활용해 런던을 찾아 직접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계획이다.

한진그룹도 선수 육성과 비인기 종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는 해외 대회에 참가할 때 마다 대한항공의 후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엑설런스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 선수기 때문이다.

박태환 선수뿐 아니라 김연아, 손연재 선수 등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행사 참가 시 코칭스태프와 가족들까지 프레스티지석을 무제한 지원받고 있다. 국가의 위상을 드높인 스포츠 선수 등이 본래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정책이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이기도 한 조 회장은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전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글로벌 스포츠 외교를 펼치며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의 주역이 됐다.

조 회장은 비인기 종목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 외에도 실업 여자탁구단, 스피드 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회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탁구협회장 자격 등으로 런던올림픽에 참석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사격 유망주 발굴에 기여

한화는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80여억원의 사격발전 기금을 지원해 국내 사격선수들이 보다 좋은 여건에서 맘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김승연 한화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하며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유망주 발굴에도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표적은 종이표적에 비해 비용이 3배 이상 들기 때문에 국내 대회는 그 동안 대부분 종이표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국제 대회는 전자표적으로 치러지는 만큼 한화회장배 사격대회에서 전자표적을 사용하며 쌓은 경험은 우리 선수들의 국제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명의 트레이너를 파견해 대표선수들의 심리적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한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 덕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싹쓸이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단일종목으로는 우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다 규모다. 한화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 사격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비후원사 앰부시 마케팅 단속 강화… 광고에 '금' '런던'등 사용 금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후원사 보호 차원의 '단속'이 여느 때보다 엄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주최 측은 지난 16일 공식 후원사를 제외한 기업이 교묘한 방법으로 홍보하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을 하거나 자사를 올림픽과 불법적으로 연관 짓는 행위를 단속한다고 전했다.

단속에는 무역과 광고 부문의 전문가 286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런던올림픽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법에 따라 상점과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최대 20만 파운드(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재판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

주최 측은 기업들이 2012 런던올림픽 기간에 '금', '은', '동'이나 '여름', '스폰서', '런던' 등 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광고에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번 올림픽의 후원자 보호 정책은 기존에 비해 매우 엄격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개 올림픽 경기장의 800개 식당에서 감자칩 판매가 금지됐을 정도. 맥도날드가 확보한 패스트푸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 같은 권리는 기업들이 올림픽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해 얻은 것"이라며 "교묘한 마케팅이나 모조품 생산으로 같은 혜택을 공짜로 얻으려는 이들은 사실상 올림픽의 수입을 가로채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런던올림픽 예산 114억 파운드(약 20조원) 가운데 14억 파운드는 민간 스폰서 기업이 부담한다. 코카콜라, 비자카드, P&G 등 국제올림픽위원회의 11개 글로벌 파트너가 7억 파운드를, 아디다스, 브리티시 텔레콤 등 2010 런던 대회 파트너 회사가 나머지 7억 파운드를 낸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