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의 사업들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좌로부터 GS25, GS슈퍼마켓, 왓슨스. 주간한국 자료사진.
중소상인들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상생은 뒷전,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들 때문이다.

여론의 비판과 중소상인들의 호소, 관련 부처의 계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골목골목에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대기업은 대체 어딜까. <주간한국>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나쁜 대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GS그룹이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비중 높은 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유통서비스 적합업종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GS그룹은 모두 73개 계열사 중 18개사가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계형 서비스업이란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과 같이 진입 장벽이 낮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영위하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을 말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SSM·편의점 골목장악

가장 큰 문제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GS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마켓은 지난해말 기준 전국에 225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GS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다. SSM이 대형마트와 달리 비교적 좁은 매장에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SSM은 엄청난 속도로 주변 상권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미 수도권의 웬만한 동네에선 SSM이 영세 슈퍼마켓들을 밀어낸 지 오래다.

GS그룹은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적 받고 있는 편의점을 통해서도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5,970여개에 달한다. 전체 편의점 2만650여개의 29%에 육박하는 규모다. GS25는 또 최근 3년간 연평균 점포수증가율이 17.9%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당연히 일반 편의점 사업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편의점의 연 매출은 2006년 4조9,600억원에서 2010년 8조3,900억원으로 4년 새 70%나 급증했다.

반면, 기존의 골목 상권을 지켜왔던 일반 슈퍼마켓은 연평균 2,700곳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사의 가맹사업 확대가 자영업자 몰락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반증이다.

당연히 중소상인들로선 생계 걱정에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향후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GS리테일이 향후 5년 안에 주력사업인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장수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016년까지 편의점인 GS25를 8,000개로, GS슈퍼마켓은 500개로 기존의 약 2배 정도 확대할 계획이다.

왓슨스도 중소상인 눈총

이뿐만이 아니다. GS리테일의 '드럭스토어'인 왓슨스(60여개)도 중소상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드럭스토어는 약품과 상점이란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을 모두 취급하는 복합점포로 SSM이나 편의점과는 구분된다.

드럭스토어는 대형마트나 종합유통사와 달리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다. 새로운 판매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인 셈이다. 아직 왓슨스의 매장수는 60여개에 불과하지만 골목상권을 위협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레쉬서브 신선식품 독식

GS리테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손자회사 후레쉬서브도 도마에 올랐다. 2007년 설립된 후레쉬서브는 도시락, 김밥 등 신선식품을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문제는 후레쉬서브가 GS리테일을 통해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 약 474억5,600만원 가운데 474억3,000만원 정도가 GS리테일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이 회사가 계속해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이유다.

후레쉬서브의 '독식'은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에겐 '재앙'이다.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서다. 사정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GS25의 점포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반 편의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줄어드는 일반 편의점을 상대로 나눠먹어야 하는 처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은 그 동안 중소상생을 강조해왔다. 실제 허 회장은 지난 5월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과 만나 "동반성장위원회의 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사업철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GS그룹은 동반성장과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GS그룹의 행보는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허 회장이 강조한 동반성장이 결국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