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두관 전 지사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 자리에 누가 앉게 될까?새누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경남에서 김 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을 앞세워 민주통합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희석시키고 당선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래서 김 전지사가 떠난 자리는 당연히 새누리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지난 총선서 출마를 포기하고 휴식기를 갖고 있는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 전 대표를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주목을 끄는 것은 경남지사 보궐선거 출마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가 경남도지사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남지사 보궐선거 출마 검토설이 나올 쯤에 홍 전대표 이름이 거론됐다. 당 대표를 놓고 싸웠던 안 전 대표와 홍 전 대표가 이번에는 경남지사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다. 홍 전 대표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 안상수- 혈투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마지막 봉사" 한 뜻

안 전 대표는 7월초 측근과 언론을 통해 "고향인 마산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 중"이라면서 "마산에서 초ㆍ중ㆍ고를 나와 동창들도 많고, 3년간 마산에서 검사를 하기도 했다. 고향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과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홍 전 대표의 속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홍 전 대표 주변에서는 "출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도 있고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그렇게 할 단계가 아니다"는 말로 속내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이미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 홍 전 대표의 방송 출연을 들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 출마를 대비해 종편 JTBC 시사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 당선되고 자신이 출마 선언할 때까지 출연을 전제로 지난 9일쯤 중앙일보 측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2번 오후 3시에 JTBC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JTBC측의 요청으로 추진된 것인데, 홍 전 대표는 수 차례 JTBC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방송은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누리당 경선을 전후해 전파를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도지사 선거가 대선과 같은 날(12월 19일)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을 들어 "도지사 출마를 위한 포석이 아니라 대선을 위한 움직임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주간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20년 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당분간 휴식을 만끽할 생각"이라며 "시사프로그램 출연은 아직 말할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휴식기간에는 쉬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대표의 출마설은 점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8월 20일쯤, 대선 경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그때 경남도지사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경남도지사 출마 예상자는 안 전 대표를 비롯해 하영재(전 산림청장), 김학송 전 의원 등이지만 홍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대선 박근혜에게 힘 보태나

홍 전 대표가 박근혜 캠프로부터 대선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소리도 나온다. 권영세 전 의원이 홍 전 대표를 최근 만나 박근혜 대선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MB당선에 일조했어도 내 처지가 이런데 지금 박근혜 캠프에 들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며 거절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드러나지 않고 외곽에서 지원사격을 해 주겠다고 입장을 표시했다"는 게 정치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로 박근혜 캠프 일부에서는 "경남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홍 전 대표가 선거활동에 합류하면 문재인 김두관 등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과 맞서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음은 홍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 내용 요약이다.

-홍 전 대표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실제로 출마 계획이 있나?

"얼마 전 경남지역에서 내가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역 언론에서 그 부분에 대해 물어오기도 했다. 나는 현재 실로 오랜만에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쉴 때는 쉬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쉬고 있는 사람이 무슨 출마를 하겠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따로 할 말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아직 경선도 안 했는데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말고 하겠나. 경선 결과가 나오면 그 이후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확정되면 그 때는 다시 정치 활동을 할 계획인가.

"그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다. 전직 당 대표를 역임한 사람이 대선을 목표로 움직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 내가 경선 전에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의 모든 계획은 경선 이후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경남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모 방송 시사프로그램 출연계약을 했다는 말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 그것에 대해 말할 게 없다. 아무 내용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 방송출연에 대해서는 향후 정해지면 그때 이야기하겠다."

-박근혜 캠프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런 사실 없다. 아직 경선도 안 했는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나. 후보가 정해져야 할 일이 있지, 그 전에는 도움이고 뭐고 없다. 전직 당 대표가 후보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벌써 특정 후보를 정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경선 이후에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나.

"내가 그 자리에 가서 앉는다는 게 말이 되겠나. 다른 사람이 하던 자리인데 명색이 전직 당 대표라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갈 생각을 하겠나.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면 대선후보를 위해 일하는 것 외에 아직 다른 생각은 없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