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제이자 현직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정ㆍ재계를 아우르는 혼맥으로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이 그동안 조 사장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정권교체를 몇 달 앞두고 새롭게 분할한 한국타이어의 사장으로 올라선 조 사장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신임 커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미국 유학파인 조 사장은 1990년 미국 드와이트 이클우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조 사장은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을 거쳐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홍보와 마케팅, 경영기획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파악도 하고 필요에 맞는 소통방식을 익힌 셈이다. 회사의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인지도를 쌓았다는 평가다.

조 사장이 처음으로 사장직함을 단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부사장직은 형인 조현식 사장과 함께 달았지만 사장 승진은 형보다 1년 6개월 늦었다. 그러나 지난 5월 결정된 기업분할 이후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리며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조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조 사장이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결혼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해외 법무를 맡고 있는 첫째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나 둘째 사위 최의근 서울대 교수보다 조 사장을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아들과 함께 조 사장을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다는 후문이다.

해외시장 개척 능력 발휘

1941년 국내 최초의 타이어 생산업체로 이름을 알린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시장의 44%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국내에서 얻는 매출은 20%에 불과하다. 매년 생산하는 9,000만개의 타이어 중 80%가 해외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점유율로도 글로벌 7위다. 1970년대에 수출을 시작한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의 특성상 신규 해외 시장 발굴은 지난해까지 경영기획을 전담했던 조 사장이 무엇보다 집중했던 분야였다. 실제로 조 사장은 인도네시아 신공장의 기획부터 착공까지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특이한 것은 한국타이어를 2014년까지 글로벌 5위 기업으로 키울 계획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작 조 사장 자신은 해외 출장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10억달러, 타이어 생산량 1억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조 사장이 힘쓰는 분야는 영업이 아닌 기획이었다. 이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의 경영시스템 안정화 및 혁신적인 기업문화 정착 또한 이끌었다는 평가다.

분할된 한국타이어 이끌어

한국타이어는 1997년 조충환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시절부터 전문경영인과 오너일가가 공조체제를 이뤄왔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지배구조는 단순했다. 모회사인 한국타이어가 곧 주력사업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한국타이어에 모든 전력이 집중된 탓에 투톱체제를 이루는 조현식, 조현범 형제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짜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장남 조석래 효성 회장과 차남 조양래 회장, 삼남 조욱래 디에스디엘 회장에게 각각 효성, 한국타이어, 대전피혁을 물려준 것처럼 회사를 나눠서 물려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오너일가 지분 100%로 구성된 시설관리업체 신양관광개발이나 한국타이어 및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IT계열사 엠프론티어의 역할을 주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활용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작은데다 세간의 시선을 감안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승계는 지난 5월 한국타이어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분할존속회사)와 한국타이어(분할신설회사)로 나누며 새 활로를 찾았다. 투자사업 부문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빠르면 올해 안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조현범 사장은 신설되는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본부장을 맡게 됐다. 당초 형인 조현식 사장이 맡고 있었지만 기업분할로 조현범 사장이 타이어사업 부문을 맡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수순일 뿐 후계구도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 매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타이어를 조 사장이 이끌게 되면서 '포스트 조양래' 체제가 미묘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를 가져간 형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주도권을 지니게 됐지만 알짜 부분을 동생이 차지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물론 지주회사-자회사 간 지분 스왑을 이용,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양사의 규모가 비슷해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의혹 떨칠까

조현범 사장은 현 대통령의 사위로서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지만 그리 좋지 않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2008년 주가조작파문이다.

조 사장은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비록 2009년 3월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뻔하며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지난 3월에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저서인 <시크릿오브코리아>에서 조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씨의 저서 속에는 조 사장의 영어이름이 '브라이언 현 조'라고 밝혀져 있다.

안씨에 따르면 조 사장은 18세 때인 1990년 8월 30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 1월에는 어머니 홍문자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무상 증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5월에도 조 사장은 홍씨와 공동으로 또 다른 별장을 216만5,000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안씨는 "투자를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이 허용된 것은 2006년 5월 22일 이후로 그 이전은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해외체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