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교민이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4.11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여야의 역외(域外) 경쟁이 요즘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재외동포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 도입됐던 지난 4ㆍ11 총선 때는 공관에서만 투표가 가능했기에 등록률(5.5%ㆍ약 12만 명)과 투표율(2.5%)이 모두 저조했지만 대선은 다를 거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야는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등록률과 투표율 모두 총선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약 223만 명(유권자 기준)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이 지난 15, 16대처럼 여야간 박빙승부로 전개된다면 재외국민 투표가 승부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15대 때는 김대중 후보가 39만 표, 16대 때는 노무현 후보가 57만 표 차로 상대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도 15, 16대와 마찬가지로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승패는 50만~100만 표 정도에서 갈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제한 뒤 "19대 총선 때 제주도의 유권자 수가 44만1,47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외국민 투표율이 20%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제주도에 맞먹는 수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총선 때는 투표율이 워낙 낮았던 데다 대체로 젊은 층이 많이 참여했던 관계로 야권연대가 49.4%, 여당이 40.1%를 얻었지만 1대1 구도로 치러지는 대선은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철
여유 있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원유철 재외국민위원장, 필리핀 귀화여성인 이자스민 의원 등은 지난 21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또 같은 당의 재외국민위원회 본부장인 심윤조 의원은 22일 일본을 방문했다. 출장의 주된 목적은 재외국민의 등록 홍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돌파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해외에 파견돼 있는 외교관, 기업의 해외 지사와 상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대체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미국(약 108만 명)과 일본(약 58만 명ㆍ이상 비유권자도 포함)을 중심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민주한인회총연합회의 회장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과 '선린우호' 관계를 바라고 있다.

보수 성향 인사로 알려진 유 회장은 얼마 전 "미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국익에 반하는 가치를 가진 인물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애국가를 부정하는 등 종북 논란에 대해 분개하는 동포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새누리당은 일본 공략은 현정부에서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영사는 지난달에도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등 새누리당의 '영토 개척'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전해진다.

적극적인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재외국민의 성향이 대체로 보수에 가깝다는 사실만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만 모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득표율에서 여권을 앞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해외 대의원들의 당 지도부 선거 참여, 재외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개정안 등을 적극 개진하는 등 표심 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교민회 공략을 위해 전문팀 파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반기문 UN 사무총장 측의 '간접 지원'을 희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반 총장 측이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민주통합당은 충남지사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안 지사는 지난달에도 중국과 홍콩을 잇달아 방문해 600만 달러(약 72억 원) 상당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중국 개척에 적극적인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당이 안 지사의 행보에 고무돼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과 긴밀한 협조ㆍ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안 지사인 만큼, 중국 한인회 등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거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미국 동포 표심 잡기에 기대를 거는 또 한 대목은 호남 향우회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주요 도시마다 호남 향우회가 조직적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이들을 통해 표심을 잡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여야 1대1 구도만 이뤄지면 97년이나 2002년 대선과 같은 판세가 형성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50만 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만큼 여야 모두 단 한 표가 아쉽다"고 귀띔했다.

재외국민 거주국 공관 방문 10월20일까지 등록해야


미국 108만·일본 57만·중국 36만명

최경호기자

제18대 대선 재외국민 등록ㆍ신고 절차가 지난 22일 세계 107개국, 162개 공관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유권자 등록ㆍ신고 절차는 오는 10월20일까지 3개월 진행된다.

유권자 등록을 위해서는 거주국 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여권 사본, 비자, 영주권, 장기체류증사본, 외국인등록부 중 하나를 지참하면 된다. 국외 부재자는 우편 신고도 가능하다. 재외국민 투표는 12월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거주국 공관에 설치되는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한 번 재외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면 모든 선거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영구 명부제'를 비롯해 재외국민들의 신고와 신청 편의를 위해 '순회 접수제', '우편 접수제', 한 명이 가족 전체를 대신해 선거인단 등록을 할 수 있는 '가족 접수제' 등의 도입을 추진할 예전이다.

한편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0년 12월 기준 영주권자, 일반체류자, 유학생을 모두 합한 재외국민은 279만6,024명(유권자 223만6,819명)으로 이중 미국이 108만2,708명으로 전체의 38.7%를 차지한다.

이어 일본이 57만8,135명으로 두 번째였으며 다음으로 중국 36만9,026명, 캐나다 12만8,826명, 호주 10만2,408명, 필리핀 9만6,606명 순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