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0.04%에 불과한 총수지분율에도 불구, SK 특유의 옥상옥 구조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 사옥과 최태원 SK 회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최태원 회장 '0.04%' 10대 총수 최저 지분율
SK C&C를 정점으로 4~5개 출자단계 거쳐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땐 지분매입 등 부담 커질듯

10대그룹의 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든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주식회사의 본래 의미가 무색하게 10대그룹 총수들은 1%도 채 못 되는 지분으로 그룹의 전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며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총수들 자신의 지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인수ㆍ합병과 기업분할 등의 방법으로 내부지분율을 높여가며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주간한국>에서는 10대그룹 총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지 차례로 짚어본다.

평균 '50분의 1'

최태원 SK 회장이 지닌 총수지분율은 10대그룹 총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0.04%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0.08%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0.05%)보다는 높았던 최 회장 총수지분율은 1년 만에 절반이나 깎여나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총수있는 집단 43개사 평균 총수지분율(2.13%)의 50분의 1도 안 된다.

최 회장의 2~6촌 이내 혈족과 1~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족들의 지분율은 0.56%로 10대그룹 중 현대중공업(0.13%), 삼성(0.43%) 다음으로 낮다. 최 회장의 친족지분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5% 줄어들었다.

최 회장과 친족을 합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0.19%p 하락할(0.79%→0.60%) 동안 계열사의 지분율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62.56%로 현대중공업(68.98%) 다음으로 높던 SK의 계열사지분율은 1년 만에 13.76%p 폭락하며 48.80%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지정된 38개 기업집단 중 계열사지분율이 하락폭이 가장 크다. 계열사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21.05%) SK하이닉스의 계열편입으로 발생한 표면적인 수치하락으로 읽힌다. 중요한 것은 계열사지분율이 하락했다고 해도 최 회장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10대그룹 중 가장 낮은 총수지분율과 지난해 계열사지분율 하락에도 최 회장이 여전히 그룹 전체에 강고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SK 특유의 옥상옥 구조 덕분이다. 최 회장은 SK C&C(38.0%), SK케미칼(0.37%), (주)SK(0.02%), SK해운(0.00%, 143주), SK텔레콤(0.00%,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최 회장은 옥상옥에 위치한 SK C&C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주)SK 위에 SK C&C

SK는 SK C&C를 정점으로 옥상옥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SK C&C가 (주)SK의 지분 31.5%를 지니고 있고 (주)SK는 SK해운(83.1%), SKC(42.5%), SK네트웍스(39.1%), SK이노베이션(33.4%), SK텔레콤(25.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C&C의 손자회사인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은 또다시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어 총 4~5개의 출자단계를 거친다.

SK C&C는 SK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해 있지만 지주회사는 아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지주회사인 (주)SK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태원 회장이 38.0 %나 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또한 SK C&C의 지분 10.5%를 보유하고 있다. 옥상((주)SK) 위의 옥상(SK C&C)을 차지한 최 회장 일가가 집(SK) 전체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합병으로 허물까

지주회사 체제인 SK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취하고 있는 여타 기업들을 직접적으로 노린 정치권의 날 선 칼에서 한발 비켜난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 12일 민주통합당이 당론으로 제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 출자총액제한제가 시행되고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될 경우 SK C&C로서는 추가적 지분매입 등 자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SK C&C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되면 (주)SK가 자회사가 되고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C 등은 손자회사가 된다. 손자회사였던 SK하이닉스나 SK증권 등은 증손자회사가 돼 현행법상 이들 회사의 지분 100%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지분 매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SK C&C와 (주)SK를 합병하는 방안이 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그럴 경우, 지분희석으로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의 입장에서는 합병된 지주회사에 대한 자신의 지배권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두 회사의 주가를 고려하여 적절한 시점에 합병, 지분율 희석을 최대한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SK C&C와 (주)SK가 합병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2~3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6월 개정 상법 시행으로 신주 대신 현금 지급이 가능해져 최 회장의 지분율 희석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자금 부담을 피해갈 수 없던 것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결국 합병을 통한 옥상옥 구조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에 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지주회사 출범 이후 계속된 숙원을 이룰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