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민주평화국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주자 지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회의를 갖고 있다. 손용석기자
친노(친 노무현)에 이어 당내 '넘버2'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2대 계파인 민평련의 선택에 따라 대선주자의 입지는 물론 대선지형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평련은 대선 정국에서 독자 후보를 내지 않은 대신, 후보 중 한 명을 택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민평련은 최근 손학규 문재인 김두관 정세균 후보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손 고문, 문 고문, 김 전 지사에 대한 '지지율'의 차이가 크지 않아 특정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 각자도생(各自圖生ㆍ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모색함)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민평련의 한 관계자는 "31일 전국운영위원(58명)의 과반수 참석에,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는 후보를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손 고문, 문 고문, 김 전 지사에 대한 지지세가 엇비슷한 만큼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孫≒文 > 金 丁?

김근태
민평련은 지난 22일 단체로 지지할 당내 대선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민평련 전국운영위원 58명 가운데 34명이 참석했고, 참석자 중 현역의원은 18명이었다.

민평련의 한 관계자는 "토론에서 손학규 문재인 김두관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참석자 중 절반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련의 후보 선택 기준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구축 ▲당선 가능성 ▲민평련의 캠프 내 역할 등이다. 민평련은 그러나 간담회 결과 후보들의 정책이나 가치 등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쪽에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민평련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간담회를 통한 후보들의 역량을 보면 손 고문, 문 고문, 정 고문이 김 전 지사에 비해 조금 앞섰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전 지사는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 고문은 낮은 지지율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런 가운데 신계륜 의원이 문재인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줘서 눈길을 끌었다. 신 의원은 지난 24일 TBS 라디오 '열린 아침 송정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손 후보, 정 후보, 문 후보는 정책 쪽으로 정체성의 큰 차이가 없어서 같이 갈 수 있다는 평가였다"고 전제한 뒤 "정체성 차이가 없다면 지지율이 현실이니까 그런 점에서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재근
신 의원은 이어 "김 후보에 대해서는 '조금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평가가 있었다. 손 후보는 전에 한나라당에 갔던 것이 명쾌히 해명되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며 "기어이 3분의 2를 가려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민평련 차원의 공식적인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평련에 '손' 내민 孫 丁 金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문 후보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민평련까지 등에 업는다면 '날개 단 호랑이'가 될 수 있지만 만일 아니라 하더라도 크게 흔들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손 후보, 정 후보, 김 후보는 사정이 다르다. 김 후보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손 후보도 당내 입지가 썩 여의치 않다. 정 후보는 손 후보보다는 조금 앞서 보이지만 확실한 지지 그룹이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당내 기반이 가장 취약한 김 후보는 민평련의 지원에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규성
김 후보는 "제가 민평련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 고문 측의 전병헌 의원도 "정 후보가 민평련의 정체성과 맞다"고 말했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가 고문과 각별한 사이였음을 강조한다. 두 사람과 고 조영래 변호사는 서울대 운동권 삼총사로 불렸다. 지난해 말 김 고문이 지병으로 별세했을 때 손 후보는 일주일 내내 빈소를 지켰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김 고문의 묘소였다.

민평련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앞을 다퉈 민평련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최종 목표는 본선 승리인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도 1994년 출범 통일시대국민회의가 모태


19대 총선 21명 금배지… '정신적 지주' 역할
■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최경호기자

친노에 이어 민주통합당 내 '넘버2'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고 고문의 주도로 1994년 출범한 통일시대국민회의가 모태였다. 통일시대국민회의에 참여한 인사들은 1995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함으로써 제도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인영
통일시대국민회의는 1999년 국민정치연구회로 명칭을 바꿨다가 2005년 지금의 민평련이 됐다. 고 김 고문은 1994년 이후 민평련을 이끌었고, 이른바 GT()계는 모두 민평련 소속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전멸하다시피 했던 민평련은 지난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민평련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무려 21명의 금배지를 배출했다.

현재 민평련 회장은 3선의 의원이 맡고 있으며, 우원식 의원 등이 실무를 주도한다. 또 고 김 고문의 부인인 의원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민평련은 대선 후보 지지 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때문에 각 캠프는 민평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평련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민평련 멤버 대부분의 지역구가 대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