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성 3명이 클럽 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는 피의자들이 모두 전문경비업체인 산웅개발의 직원이라는 점이다. 산웅개발은 대웅제약그룹의 지주사인 ㈜대웅의 자회사다.

사건 발생 이후 산웅개발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안전과 보안을 책임져야 할 경비업체 직원들이 되레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겼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새벽에 서울시내 한 클럽의 화장실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피해자의 진술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화장실서 돌아가며 성폭행

피해자 K(23)씨는 지난달 17일 새벽 2시쯤 지인이 일하는 서대문구 창천동 M클럽에 친구와 함께 놀러 갔다. 클럽에 오기 전 이미 술을 마신 K씨와 친구는 취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K씨와 친구는 술을 더 마셨고, 결국 평소 주량을 넘기게 됐다.

이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A(26)씨가 K씨에게 말을 걸어왔다. 급속도로 친해진 K씨와 A씨는 무대에 나가 함께 춤을 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스킨십이 오가기도 했다. 인사불성에 이른 K씨의 친구는 먼저 귀가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K씨는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가려 했다. 그러자 A씨는 "같이 가주겠다"며 A씨를 따라 나섰다. 매너 좋던 A씨는 화장실에 도착하자 성폭행범으로 돌변했다.

K씨는 범행 후 자리를 빠져나가는 A씨에게 "클럽 직원인 내 지인을 불러달라"고 호소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유일하게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인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잠시 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K씨의 지인이 아니었다. A씨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B(24)씨였다. B씨 역시 K씨를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K씨는 도움을 요청하고 발버둥치며 반항했다. 그러나 K씨의 비명은 클럽 내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묻혔다.

저항이 계속되자 B씨는 K씨를 힘으로 제압한 뒤 "조용히 하라"고 위협했다. K씨는 두려움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B씨의 범행 후 K씨는 울먹이며 "지인을 불러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번에도 지인은 오지 않았다. 대신 C(25)씨가 왔다. '아차' 싶었던 K씨는 C씨를 보자마자 "지인을 불러달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C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K씨를 성폭행했다. 그러던 중 화장실 밖에서 인기척을 느낀 K씨는 문을 발로 차고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거센 저항에 당황한 C씨는 결국 범행을 그만두고 "지인을 찾아오겠다"며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K씨가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30분 동안 화장실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1명이 성폭행하는 사이 나머지 2명이 화장실 입구를 지키는 식으로 출입을 제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화장실을 나선 K씨는 클럽 직원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렸고,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성폭행 후 평소대로 출근

A씨 일행은 범행 직후에도 평소와 같이 회사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클럽 종업원과 연락한 통화기록 등을 추적한 끝에 사건 발생 22일 뒤인 지난 9일 피의자들을 그들의 회사에서 검거했다.

경찰에서 K씨와 피의자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3명의 피의자는 "K씨가 먼저 성관계를 요구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또 A씨는 "같이 온 일행과 관계를 가져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K씨가 흔쾌히 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K씨의 주장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3일 피의자 3명을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피의자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만큼 A씨 등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구속 수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력채용·교육시스템 문제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피의자 3명이 전문경비업체인 산웅개발 직원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된 업무는 기업체 건물을 지키는 것이다. 피의자들 역시 강남구 삼성동의 건물 경비업무를 맡고 있었다. 안전과 보안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되레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 산웅개발의 직원교육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은 과거에도 2번이나 폭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산웅개발의 인력채용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경쟁 보안업체인 에스원이나 ADT캡스, KT텔레캅 등은 인력채용 시 전과기록을 반드시 확인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웅 측 관계자는 "근무 외 시간에 벌어진 일일 뿐"이라며 "현재는 문제의 직원들은 해직된 상태"라고 밝혔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