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ING생명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ING생명에 근심이 가득하다. 인수에 참여한 보험사들이 영업인력을 대거 빼가며 조직을 흔들어 놓은 때문이다. 그 정도는 매우 심했다. 아예 팀이나 지점을 통째로 뚝 떼어갔다. 그 바람에 빈 지점이 생겼을 정도다.

ING생명은 행여 몸값이 떨어질까 지점을 유지하고 있다. 또 조직을 추스르고 인수단가를 올리기 위해 수백억 원대의 시책금(時策金)까지 풀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ING생명의 수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문제의 보험사들이 손을 털고 '판'을 떠나면서 인수 단가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분할 매각 추진

현재 ING생명 아시아ㆍ태평양지부는 인수합병(M&A) 시장에 올라와 있다. 모회사인 ING그룹의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아태지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7개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ING그룹은 현재 지역별 분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ING생명 한국법인에서 벌어졌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A보험사와 B보험사가 ING생명의 인력을 대거 흡수해갔기 때문이다. 한두 명씩 빼간 게 아니다. 아예 팀이나 지점 전체를 통째로 들어내는 식으로 인력을 빼갔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ING생명의 영업인력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과거 '아줌마' 일색이던 영업업계에 최초로 4년대를 졸업한 남성 직원을 채용하는 등 우수한 영업능력을 자랑해왔다.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같은 방법으로 영업력을 보강했지만 선발인 ING생명에 비해 어느 정도 뒤쳐지는 게 사실이었다. ING생명의 영업력이 탐날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ING생명이 M&A로 어수선한 틈을 타 직원들을 빼간 것이다. A보험사와 B보험사들은 영업직원들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이직을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란히 인수전에 뛰어든 A보험사와 B보험사가 인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영업직원을 빼갔다는 시각도 있다. 매물로 나온 직후 ING생명도 이 점을 우려했다. 당시 ING생명 내부관계자는 "인수 후보로 참여한 보험사들이 조직을 흔들기 위해 영업 인력을 빼갈 것이란 정보가 회사 안팎으로 돌아 매우 불안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500억원 규모 시책금 풀어

이에 ING생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500억원 규모의 시책금을 푼 것이다. 보험 유치에 성공하면 계약금의 10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100만원짜리 보험 계약을 따내면 100만원의 보너스가 주어지는 식이다. 물론 기존 수당과는 별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액수의 보너스가 나온다. 결국 계약 금액의 2배에 이르는 보너스가 주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옵션도 따라붙었다.

물론 '정해진 실적을 달성하면'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목표치가 3개월간 18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조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수백억 대의 시책금은 업계 최초다. ING생명이 매각을 앞두고 이런 거액을 쾌척한 데 대해 업계에선 "영업인력을 붙잡아 두고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인수단가를 부풀리기 위한 복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험사들이 ING생명의 영업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심지어는 영업인력이 대부분 빠져나가 텅 빈 영업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업점을 폐쇄할 경우 ING생명의 몸값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ING생명은 인수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지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붙잡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 내부관계자는 "한 지점은 통상 30~50명의 인원으로 구성되는데 지점장 한 명, FC 한 명이 전부인 '빈 지점'들도 있었다"며 "문제의 지점들이 사실상 기능을 못했는데도 이를 유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인수단가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걱정할 만큼 인력 유출 없다"

이와 관련, ING생명 홍보실 관계자는 "당초 A보험사와 B보험사의 인력 빼가기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한 만큼의 인력 유출은 없었다"면서도 "공시된 내용 이외에 인원 변동에 대해선 말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ING생명의 인수단가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당초 ING생명 한국법인의 기업가치는 3조~3조5,000억원 정도가 거론됐다. 그러나 현재는 인수가가 3조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견해가 많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전부 인수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또 가격 저울질로 유찰되거나 매각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연히 ING생명으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