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2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부산·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검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정국돌파용으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선과 관련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는 현 정권의 비리 의혹과 실책을 들추어내 새누리당을 흔드는 것이고 또 다른 길은 박근혜 후보의 정치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사생활 관련 의혹을 들춰내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박 후보와 관련해 민주당은 시기적으로 휴가철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기간인 9월부터가 공세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전에는 계파 갈등 등 집안정리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에 대해 검찰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내부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 수사 배후에 박 후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상황을 주시하며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당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이 비장의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박지원 대표 수사 어디로

검찰이 대선 후보 경선을 코앞에 두고 제1야당의 원내 수장에 대해 사법처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민주당은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했다.

민주당은 즉시 "대선을 겨냥한 정치검찰의 기획수사"라며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의 검찰 수사가 대선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민주당은 검찰과의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박 원내대표에게 서울 서초동 대검 조사실로 나오라고 수차례 통보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아직 불응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편향적인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지난 19일과 23일 1, 2차 소환 요구에도 불응했다.

검찰은 27일을 포함해 박 원내대표가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계속 불응함에 따라 체포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지만 체포 가능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대검, 법무부, 총리실을 거쳐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송부하게 된다.

체포영장이 청구되면 그 다음날이나 이틀 후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할 경우 24시간 경과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필사적으로 저지할 수도 있어 체포동의안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ㆍ알선수뢰ㆍ수재 혐의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박 원내대표는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오문철(60·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와 임건우(65·구속기소) 전 보해양조 대표로부터 2010년 2011년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수원지검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3,000만원 안팎을 박 원내대표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오 전 대표가 김성래(62·구속기소) 전 썬앤문 부회장에게 유상증자 유치 대가 외에 별도의 로비자금 명목으로 건넨 2억원이 박 원내대표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의 의도에 대해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민주당은 "전형적인 흠집내기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결연하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정치검찰 오명을 벗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검찰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일 제공 조건 조율중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박 원내대표 수사에 여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구속에 대한 말도 나오고 있다. "대선정국에 불거질 현 정부의 여러 의혹들에 대비해 이 전 의원을 구속이라는 이름으로 대피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야권과 진보언론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해도 찻잔 속이 태풍으로 그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추측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관련해 나오는 관측들도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특정 인사들과 비밀리에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에는 전직 정보기관 직원 A씨도 포함된다.

A씨는 과거 박 후보와 관련해 여러 핵심정보를 취합한 적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으며 그가 작성한 파일에는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경선후보 측이 활용하려 했던 파일 내용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소식통은 "A씨는 박 후보와 관련한 여러 네거티브 정보들을 확보하고 있어 실제로 박 후보 캠프에서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최근까지 한 보수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으나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해당 단체에서 물러났다. 사정기관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가 현 정권 인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등 여러 비리 파일들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A씨는 현재 특정 기업과 민주당 그리고 박 후보 캠프 등에 문어발식으로 줄을 대며 파일 제공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박 후보 측은 A씨의 파일 존재 소문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또 A씨와의 접촉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특정 기업에서도 "A씨와 접촉설은 완전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씨는 최근까지도 이 기업과 접촉해 왔으며 은밀한 거래를 위한 협상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은 A씨와의 접촉설과 '박근혜 파일' 존재설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게 없다"면서도 "때가 되면 우리도 반격을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미 이 파일을 입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시에 민주당이 파일 내용을 추가로 확인 중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파일을 이번 대선에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두언 의원도 검찰에 불려가 일단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검찰 조사 자체에 불응하고 있다. 이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