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진짜 승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3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오는 25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전국 13개 권역을 순회하며 열전을 벌인다. 예비경선에서는 후보가 1차 통과의 기쁨을 누린 반면 조경태 김영환 김정길 후보는 고배를 들었다.

본경선에서 1위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지 못한다면 9월18일부터 23일까지 1, 2위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의 여러 관계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원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5대5로 반영된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진다. 따라서 후보들의 경쟁력과 함께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 '매력포인트' 부각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 2위 간 격차가 아주 근소했다는 말이 많다"면서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자체 조사에서도 민주통합당 1, 2위 주자 간 차이가 매우 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손학규
제2의 노무현 나올까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는 이인제 노무현 정동영 한화갑 김중권 김근태 유종근 등 7명의 후보가 나와 레이스를 펼쳤다. 경선 전만 해도 이인제의 대세론이 철옹성처럼 보였으나, 노무현의 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노 후보는 본선에서도 대세론을 앞세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본경선에서 다이내믹한 드라마가 연출된다면 장외의 안철수를 넘어 여당 후보와 1대1 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종 여론조사, 예비경선 흐름 등을 종합해 보면 근소하게나마 현재 1위는 후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다만 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폭발력은 갖지 못했다는 점과 후보가 최근 들어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승부는 예측불허다.

여기에 '스토리'로 무장한 후보, 당내 기반이 튼실한 후보,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후보 등도 "2위만 차지한다면 결선투표에서는 역전을 노릴 만하다"고 벼르고 있다.

김두관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예비경선 과정을 지켜본 결과 손 후보의 기세가 매서웠다"면서 "본경선의 막이 오르면 문 후보, 손 후보, 김 후보의 삼파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반 승기를 잡아라

민주통합당 경선은 오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울산(26일) 강원(28일) 충북(30일) 순으로 치러진다. 이 지역들은 대체로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다. 경우에 따라 후보들 간 박빙승부가 이어질 수도, 한 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문 후보 측은 초반에 승기를 잡아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유력 주자에게 유권자들의 표가 쏠리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를 누리겠다는 거다.

하지만 손 후보, 김 후보, 정 후보는 초반 레이스에서 ' 대세론'은 곧 무너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특히 손 후보 측은 "제주 강원 충북은 손 고문이 앞서는 지역"이라며 "초반에 승기만 잡는다면 역전은 시간문제"라고 자신한다.

정세균
예비경선에서 상당히 고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 측의 전현희 대변인은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이 반드시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루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필승의지를 다졌다.

정 후보 측의 이원욱 대변인은 "이 이변의 주인공이 돼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며 "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의 선택은

호남은 민주통합당의 심장이다. 더구나 호남의 선택은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 손 후보, 김 후보 등 당내 유력 주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가 광주였다는 점이 호남의 중요성을 새삼 방증한다.

민주당에 호남의 중요성은 역대 기록으로도 잘 입증된다. 사상 첫 여야 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에 호남의 대선 투표율은 87%였으나 530만 표 차로 대패했던 2007년 대선 때는 65%에 그쳤다. 또 2002년 당내 경선에서는 노무현의 손을 들어주며 '노풍의 진원지'가 됐던 호남은 그해 대선에서도 93.2%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었다.

박준영
주자들은 저마다 "호남의 선택은 나"라고 외치고 있다. 부산표를 나눌 것으로 보였던 조경태 김정길 예비후보의 낙마로 한숨을 돌린 문 후보는 호남에 전력투구해서 '제2의 노무현'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손 후보는 '어게인(Again) 2010'을 다짐하고 있다. 손 후보는 2010년 당대표 경선에서 유력 호남 주자들을 잇달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손 고문은 얼마 전 <주간한국>과 인터뷰에서 "조직도 돈도 뿌리도 없었지만 호남을 중심으로 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면서 당대표가 될 수 있었다. 호남은 를 통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후보, 정 후보, 박 후보도 호남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 김 후보 측 관계자들 중 상당수가 호남 인사들이고, 정 후보는 전북, 박 후보는 전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 후보와 박 후보가 예선을 통과한 데 호남의 지지가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安 품을 재목 나올까

민주통합당 본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통합진보당,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과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향후 안 원장의 행보에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그가 출마 선언과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1위를 다툴 만큼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안 원장은 얼마 전 책 출간과 방송 오락프로그램 출연으로 사실상 대선행보를 시작했다.

안 원장은 대중성, 친밀감, 인지도 등 대선주자에게 필요한 몇 가지 덕목을 갖춘 반면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막상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경우 안 원장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의 여러 주자들은 정권교체에 안 원장이 반드시 필요한 재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저마다 안 원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민주당 중심, 내가 중심'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문 후보와 김 후보는 "민주당 중심으로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이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손 후보는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 와 안철수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며 안철수 포용론(論)을 역설하고 있다. 정 후보나 박 후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2002년 대선 때 본선에 앞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과정을 거쳤듯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의 최종 예선전이 예상된다"며 "안 원장에게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경륜과 식견, 다양한 콘텐츠, 정당 기반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이 민주당 후보가 돼야 본선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전남후보 '상한가'


최대 승부처서 캐스팅보트 역할 예고
4명 "전략적 협력 관계" 구애의 손짓

최경호기자

빅 3도, 당내 기반이 든든한 후보도 아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본경선을 앞두고 후보가 한몸에 관심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연일 상한가다.

전남지사 자리를 유지한 채 경선에 뛰어들면서 '탐욕' '양다리' 논란에 휘말렸던 박 후보이지만 예비경선에서 조경태 김영환 김정길 후보를 제치고 당당히 본경선에 진출했다.

박 후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리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박 후보는 유일한 전남 후보로, 호남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는 인지도나 지지율이 괜찮은 편이다. 경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호남에서 경우에 따라 박 후보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후보는 지난 1일 관훈 토론회에서 " 후보와 단일화한다면 본경선이 훨씬 더 역동적일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박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정 후보와 박 후보는 후보 등 이른바 빅 3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아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알고 보면 정 후보만 박 후보에게 구애를 보낸 것은 아니다. 호남 승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 후보도 박 후보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바라고 있다.

빅 3 가운데 상대적으로 호남 기반이 가장 약한 것으로 보이는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본경선 진출이 반갑기 그지없다. 반면 호남에서 1위를 자신하는 손 후보나 김 후보는 박 후보의 생환이 썩 달갑지는 않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본경선에 임하는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북송금 특검, 분당, 한나라당에 대연정 제의 등으로 국민을 실망시켜 이명박 정권에 530만 표 차이로 정권을 넘겨준 참여정부 출신 인사가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박 후보는 이어 손 후보를 향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무원칙의 야권연대를 주도했던 인사도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발언들의 행간을 읽어 보면 정 후보나 김 후보와 연대는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예비경선에서 낙마했지만 충청권의 김영환 의원, ' 저격수'로 나섰던 부산의 조경태 의원 등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선의 초반 흐름에 따라 후보들 간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평련으로부터 '지지 판정승'


'민주당 계파 넘버2' 53표중 30표로 1위
2위에 … · 3위 그룹

최경호기자

후보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의미 있는 '판정승'을 거뒀다. 민평련은 지난해 연말 타계한 고(故) 김근태(GT)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통합당 내 재야 운동권 출신들의 모임이다.

GT계는 그 동안 당내 유력 주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지지후보 결정에 신중을 기해왔다. 지난 22일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민평련은 3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참석자 전원이 투표지에 지지후보를 적어내 최하위 득표자는 탈락하는 방식의 표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53표 중 30표를 얻은 손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문 후보가 2위, 김 후보와 정 후보가 3위 그룹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평련 회장을 맡고 있는 최규성 의원은 지난 1일 오전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손 후보가 토론회 때 가장 준비가 잘돼 있었고 깊이 있는 후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같은 모임의 신계륜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민평련의 지지를 얻은 후보라면 더 도움이 되고 더 나은 후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평련은 김근태 전 의원과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의 모임으로 회원수가 600여 명에 이르고 현역 의원도 21명이나 된다. 민평련은 친노(친 노무현)계에 이어 현역의원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당내 넘버 2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