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각종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먼저 지난 수년간 실적 부진에 허덕이다 올 상반기 실적개선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재인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담배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온 공익사업 출연금은 자율 출연 제도로 바뀌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암울하던 상황이 단숨에 반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 민영진 KT&G 사장이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연임에 파란불이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담배 부문이 실적 견인

KT&G에 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 KT&G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연결기준 1조5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도 2,869억원으로 2% 성장을 기록했다.

민영진 사장
KT&G 단독 실적만 놓고 보면 상승세가 더욱 돋보인다. KT&G 2분기 단독 매출액은 6,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 영업이익은 2,773억원으로 22.1%나 증가했다.

KT&G의 이 같은 성장세는 주력사업인 담배 부문이 견인했다. 담배 내수 매출은 4,910억원으로 6.4% 늘었고 해외 매출은 1,480억원으로 5.7% 늘었다. KT&G는 지난 1분기에도 매출(9,616억원)은 16.6%, 영업이익(2,581억원)은 3.5% 증가하는 등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지난해 4월 경쟁사인 BAT와 JTI가 주요 담배 가격을 200원씩 인상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G는 지난 몇 년간 부진에 시달려왔다. 201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614억원, 1조1,4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1.3%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3조7,230억원)이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 줄어든 1조1,206억원을 기록했다.

전자담배 규제 반사이익

결국 KT&G는 올해 들어 분위기 반전에 확실하게 성공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경쟁재'인 전자담배가 법률상 담배로 명시되면서 KT&G는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이다. 전자담배가 금연구역 규제 등에 더욱 엄격한 단속을 받게 되면서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제처 유권 해석을 토대로 2008년 이후 국내에 유통되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금연 정책과 청소년 판매 금지 등에서 담배와 마찬가지로 규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정부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담배를 '연초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형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했다. 법령으로 전자담배가 담배로 분류된 것이다.

전자담배는 연초와 달리 어느 곳에서도 흡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그러나 담배와 같은 규제를 받게 되면서 이런 메리트(Merit)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다시 연초로 눈을 돌릴 애연가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해졌다. 이는 KT&G의 실적에 호재로 반영될 전망이다.

공익사업 출연금 자율 전환

이뿐만이 아니다. 담배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온 공익사업 출연금은 자율 출연 제도로 바뀌게 됐다. 출연금의 주목적인 연초경작지원기금의 조성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연초경작지원기금은 국내 담배농가 지원에 사용되는 기금이다.

담배업계는 연초경작지원기금 조성이 끝난 만큼 공익사업 출연금 조항이 삭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건의료와 환경보호 등을 위한 기금 소요를 고려해 출연금을 자율 출연 형태로 남겨두기로 했다.

연초경작지원 기금은 모두 4,1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KT&G가 70% 가량을 출연했고, 나머지는 외국 담배업체들이 분담했다. 이는 KT&G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자율 출연 형태로 전환되면서 KT&G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이는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호재가 잇따르자 회사 안팎에선 민영진 KT&G 사장의 연임에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를 하반기까지 이끌고 간다면 연임도 어렵지 않다는 관측이다. 2010년 2월 취임한 민 사장은 올해가 3년 임기의 마지막 해다.

특히 민 사장이 의욕적으로 '새로운 먹거리' 사업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는 점도 연임설(說)에 힘을 싣고 있다. 민 사장은 2010년 건강식품 기업 KGC라이프앤진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해에는 신약개발회사인 머젠스와 소망화장품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1958년 경북 문경 출신인 민 사장은 건국대 농학과 졸업 후 1979년 기술고시로 관직에 입문, 전매청을 거쳐 KT&G 생산연구개발(R&D)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KT&G 경영진 중 최연소자로 경영혁신, 마케팅, 해외사업 등 중요사업과 다양한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혁신적 사고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