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불황에 '수출 쇼크'7월 전년 비해 8.8% 급감… 중국 등 신흥국 수출도 줄어 무역 1조달러 달성 빨간불아프리카 등 시장 추가 개척… 무역보험 지원 크게 늘려야

수출 급감에도 중고차 수출은 호황, 속초항에서 러시아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속초항 중고차 수출은 올 들어 현재 1만1800여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은 급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호황을 이어 가는 부분이 있어 다행이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인 침체로 우리나라의 7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8.8%나 급감했다. '쇼크' 수준이다. 지난 2009년 10월(-8.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로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 1조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줄어든 446억달러, 수입은 5.5% 감소한 419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7월 수출실적이 나빠지면서 누적 수출금액은 3,198억달러로 -0.8%를 기록했다. 수입은 3,064억달러로 1.3% 늘었다. 무역수지도 27억달러 흑자에 그쳤다.

수출은 앞으로도 크게 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중국경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7월 제조업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1를 기록하며 석달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49.0 이후 8개월 만에 최저로 시장 전망치인 50.5%를 밑도는 수치다. PMI가 50 이하면 경기위축 국면을 나타낸다.

별다른 돌파구 안보여

수출실적 급감은 앞으로도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스페인 등 유럽 위기가 더 심해질 기미가 보이는데다 유럽 국가들의 소비 축소가 신흥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조차 1일 낸 보도자료에서 "주요국 상황과 수출 기업들의 체감경기 등을 감안할 때 3ㆍ4분기 이후에도 수출의 급격한 개선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할 정도다.

경기침체 전세계 확산

그만큼 향후 수출증가율 감소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경부는 올 초 6.7%로 설정했던 연간 수출증가율 목표를 지난달 3.5%로 낮췄는데 이를 또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은 이렇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지경부는 이날 중소기업 및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마케팅 지원 강화, 업종ㆍ지역별 수출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다르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수출 증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한 상태"라며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등의 수출 감소를 받쳐줄 만한 곳은 신흥국밖에 없는데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도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7월 수출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우 전년 같은 달 대비 수출증가율이 -0.5%를 나타냈다. 신흥시장인 중남미도 14.5%나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6일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 전망을 4.1%에서 3.8%로, 내년은 5.6%에서 5.1%로 낮춰 잡았다. 세계 교역량이 줄면 우리나라 수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력 수출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월의 경우 일반기계와 LCD 정도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다소 늘었지만 철강(-20.2%)ㆍ석유화학(-22.3%) 등 주요 수출품은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됐다. 과거 수출 효자 종목이었던 선박도 지난해 49억달러에서 올해 21억달러로 수출액이 반토막 나면서 수출 감소에 한몫 했다.

수입 5개월 연속 감소세

이 같은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올해 무역 1조달러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7월까지 수출은 3,198억달러, 수입은 3,064억달러를 기록해 무역량은 6,26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6,251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경부 측은 "남은 5개월간 수출입 모두 월 800억달러를 유지하면 연간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세계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수입이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무역 1조달러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손실 보전 무역보험 확대

이에 따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추가 개척과 무역보험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신흥시장 개척의 경우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경부의 관계자는 "아프리카 등을 새로 개척해보려고 하지만 당장 이들 국가에 수출을 늘릴 수 있을 만한 게 많지 않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무역보험 지원 확대를 차선책으로 꼽는다.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무역보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경부도 무역보험 확대가 단기간으로는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보험공사의 기금이 턱없이 적은 상황이어서 무역보험을 쉽게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무보의 기금은 1조849억원인데 7월 말 기준 보증과 보험 제공 금액은 98조원에 달한다. 기금의 90배에 달하는 보험 등을 하고 있어 추가로 보험 제공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추가 출연을 통해 기금을 늘려야 하지만 재정사정이 빠듯해 이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수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무역보험 제공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신흥국에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무역보험 기금을 늘리면 좋겠지만 정부 재정사정도 있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