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평균 나이가 64세에 달하는 까닭에 그동안 보수적 성향을 보여왔던 타이어업계 빅3가 변하고 있다. 저돌적인 추진력과 젊은 감각을 지닌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며 업계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업계 빅3 후계자 중 가장 먼저 경영권을 승계받은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2001년 현장으로 투입

1971년에 진주에서 태어난 강호찬 사장은 부산중학교와 부산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강 사장이 넥센타이어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1년이었다. 강 사장은 해외 유학을 가라는 주변의 권유를 마다하고 경남 양산의 생산공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 공장 근로자들과 고락을 함께했다. 당시 강 사장이 오너2세인 것을 안 노조의 견제가 심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거리낌 없는 관계를 만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부친인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우성타이어를 1999년 인수하고 이듬해 넥센타이어로 명칭을 바꿨다는 것을 감안하면 강 사장의 사회생활은 넥센타이어와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넥센타이어에 입사한 강 사장은 2002년 부장, 2003년 경영기획실 상무, 2006년 영업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았고 2009년 1월 마침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 회장을 닮아 경영능력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던 강 사장이었지만 2010년부터는 대표이사 직함을 이현봉 부회장에게 넘겨주고 현재는 국내외 영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넥센타이어는 오너일가의 책임성과 전문경영인의 역량이 잘 융합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전문경영인인 이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넥센 히어로즈 메인스폰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올해 출범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구단이 적자를 보고 있다. 선수 연봉에 비해 입장료나 광고수익 등이 적은 탓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모기업 지원금이 없으면 운영이 쉽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모그룹이 있는 여타 7개 구단과 달리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대체하면서 이듬해 창단한 넥센 히어로즈(구 우리 히어로즈)는 특이하게 야구단 자체가 곧 기업인 팀이다. 메인스폰서 및 일반스폰서 기업을 유치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팀 스폰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댄 메인스폰서가 구단 명칭으로 결정되고 나머지 일반스폰서는 유니폼과 견장, 헬멧, 모자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형태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부터 넥센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배경에는 야구의 명문으로 꼽히는 부산중ㆍ고를 나온 강호찬 사장의 영향이 크게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창단 이후 하위권을 전전하다 지난해에는 꼴찌라는 수모를 겪었던 넥센 히어로즈였지만 올해는 김병현, 이택근 등을 영입하며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강 사장의 야구단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넥센타이어의 인지도도 크게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질적·양적으로 성장 가도

강호찬 사장이 합류한 이후 넥센타이어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타이어업계가 2강(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과 1약(넥센타이어)으로 구분됐다면 이제는 1강(한국타이어) 2중(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구도변화는 금호타이어가 200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탓도 있었지만 넥센타이어가 그만큼 성장한 영향이 컸다. 시가총액 상으로는 아예 근소하게나마(8일 기준 넥센타이어 1조8,556억원, 금호타이어 1조8,433억원) 금호타이어를 앞선 상태다.

강 사장 합류 이후 넥센타이어의 성장세는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인수 직후인 1999년 1,806억원에서 지난해 1억4,300억원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0억원에서 1,143억원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강 사장이 입사한 2001년과 비교해도 매출은 6배(2,405억원→1억4,300억원) 영업이익은 3.5배(327억원→1,143억원) 증가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적극적인 경영전략에 힘입어 매년 20%에 달하는 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상반기 성적도 나쁘지 않아 올해 매출 목표인 1조7,000억원도 무사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숫자뿐만이 아닌 질적으로도 나아졌다. 교체용 타이어(RE) 부문에 집중하던 과거의 틀을 깨고 2010년 기아자동차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기 시작한 넥센타이어는 해외 자동차업계의 구애도 꾸준히 받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의 OE 공식 공급 업체로 선정된 것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일본 미쓰비시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인 '랜서 에볼루션'에 OE를 공급하기로 결정됐다. 신성장동력인 초고성능 타이어(UHP) 부문에서도 글로벌 6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그동안 국내 납품처에 그치지 않고 해외를 누비며 수출시장을 개척한 강 사장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전환+경영 승계

강호찬 사장은 지난 3월 지주회사인 (주)넥센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넥센은 계열사인 넥센타이어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충족시키며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는데 이 과정에서 강 사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넥센타이어 주식을 (주)넥센의 주식과 맞교환하며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지주회사 전환과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이다.

이번 주식 스와프(맞교환)로 강 사장의 넥센타이어 지분은 10.78%에서 2.56%으로 낮아졌지만 (주)넥센의 지분은 12.62%에서 50.51%로 높아졌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넥센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넥센타이어를 포함한 전체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강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혹은 증여세의 부담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강 사장은 주식 스와프로 100억원이 넘는 평가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업의 지배적 주식 100억원어치를 증여했을 때 약 25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넥센의 이번 경영권 승계는 묘수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강 사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이 합법적이었음에도 주가 하락에 따르는 손실을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들이 함께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