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TE 서비스 ‘진흙탕 싸움’으로 LG유플러스-SK텔레콤 진땀

LG유플러스가 세계최초로 HD급 음성을 제공하는 VoLTE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VoLTE 1호 가입자를 유치하며 VoLTE 시대를 열었다. 세계최초 VoLTE 1호 가입자인 이덕형(26·오른쪽)씨가 서울스퀘어점에서 VoLTE에 가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2012 런던올림픽'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국내 통신업계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세계 최초 VoLTE(Voice over LTE)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설익은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계 최초 놓고 열띤 경쟁

'세계 최초' 라는 타이틀을 놓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또다시 맞붙었다.

지난 7일 오후 3시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VoLTE 상용화'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선제공격에 나섰고 SK텔레콤 또한 30분 뒤 '세계 최초 HD Voice(VoLTE) 상용화' 자료를 뿌리며 반격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각각 '지음', 'HD Voice'라는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양사 모두 이튿날부터 별도 요금부담 없이 초당 1.8원이라는 기존의 음성요금으로 HD 음성서비스인 VoLTE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8일 LTE 전국망을 이용한 차세대 고품질 음성통화인 'HD Voice'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강남 직영 대리점에서 1호, 2호 가입자 개통 행사를 열었다.
적용되는 기술에 관한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G보다 2배 이상 넓은 음성 주파수와 AMR-WB(Adaptive Multi Rate Wideband) 방식이 적용되는 고품질 음성 코덱을 이용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고품질의 음성 통화를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통화연결 시간 및 통화 중 대기시간이 기존 3G 대비 최대 20배 줄어 전반적인 통화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같다. 이용 가능한 단말기도 삼성전자 '갤럭시S3 LTE'로 동일하다. 다만 LG유플러스의 경우 계열사인 LG전자의 '옵티머스 LTE2'도 우선 제공된다.

당초 VoLTE 서비스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SK텔레콤은 9월, LG유플러스는 10월로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날 경쟁적으로 '눈치보기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배경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지니는 위상이 자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VoLTE 상용화' 경쟁을 벌인 다음날(현지시각으로는 7일 오후 5시경) 미국의 통신사 메트로PCS는 인터넷에 공개된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 VoLTE 단말기를 이용해 VoLTE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으로서는 몇 시간만 늦었어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해당 통신사에 빼앗길뻔한 위기였던 셈이다.

메트로PCS가 VoLTE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휴대폰이 LG전자의 '커넥트 4G'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열사인 LG전자로부터 중요한 첩보를 입수한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공격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공식 상용화 이전인 7일 오후 6시30분경 한 고객이 본사를 방문, VoLTE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메트로PCS보다 12시간 앞선 세계 최초의 가입자가 됐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LTE 서비스 때도 마찬가지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최초'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사는 VoLTE의 전작인 LTE 서비스를 놓고서도 '국내최초 LTE 시험전파 발사'라는 타이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도 LG유플러스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 4월 16일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800MHz대에서 초고속 4세대 LTE 시험전파를 발사했다"고 오전 8시 정각에 발표하자 40분 뒤 SK텔레콤은 "우리는 LG유플러스보다 두 시간 앞선 새벽 2시에 이미 실험국 개설절차를 완료하고 시험전파 발사를 했다"고 정정발표를 냈다. 당시 LTE 서비스가 이미 스웨덴, 미국, 독일 등에서 상용화된 상태였음에도 단순히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고 양사가 신경전을 벌인 것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양사는 LTE 서비스에 대한 투자규모를 늘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또한 같은 날 배포하고 상용화 전날에는 개통식도 같은 시간대에 하는 등 매 사안에 경쟁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LTE 서비스의 전국망, 속도, 품질 등을 놓고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 선점을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던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절차에 대한 검토 없이 서둘러 서비스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요금에 관한 인가ㆍ신고를 받지 않은 채 가입자를 유치했다가 법적 제재를 받을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양사는 8일 VoLTE 서비스를 시작하며 개통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이 이날 오후 1시 첫 개통자가 나왔다고 밝히자 LG유플러스는 전날 오후 6시 본사를 방문한 고객에게 이미 개통을 해줬다고 밝혔다. 기존의 음성요금 그대로 과금하기로 발표한 데다 첫 개통자까지 나온 이상 서비스는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그러나 방통위가 VoLTE 서비스는 별도 부가서비스이니 인가와 신고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로서 약관변경 시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만 하는 SK텔레콤이나 신고만 해도 충분한 LG유플러스 모두 이와 관련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유권해석대로라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이미 불법서비스를 제공, 형사고발이나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방통위의 통보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자 양사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수정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발표한 가입자는 'VoLTE의 첫 개통자'가 아닌 'VoLTE 단말기를 최초로 구입한 사람'이라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또한 양사는 "요금 등의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이상 예약가입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양사의 해명대로라면 방통위가 VoLTE 서비스의 인가ㆍ신고를 문제 삼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예약가입' 처리로 양사가 염원하던 '세계 최초' 타이틀은 결국 미국 메트로PCS에 넘겨주게 됐다. 다만 LG유플러스는 당일 오후 5시 약관 신고를 마쳤으며 SK텔레콤은 조만간 방통위에 요금 인가를 신청할 전망이라 '국내최초' 타이틀은 LG유플러스에 돌아갈 전망이다.

완전한 서비스 내년 돼야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 모두 결과적으로 VoLTE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에 실패한 데다 무리한 일 처리로 인한 반쪽짜리 서비스 시행으로 세간의 질타를 받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VoLTE 서비스 지원 단말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온 단말기 중 Vo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삼성전자 '갤럭시S3 LTE'와 LG전자 '옵티머스 LTE2'뿐이다. 해당 단말기를 가지고 있던 사용자들도 VoLTE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기 전까지는 이용할 수 없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제조사가 준비되는 대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일정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LG유플러스-SK텔레콤은 VoLTE 서비스 상용화 당일부터 판매되는 단말기들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삼성전자-LG전자가 아직 VoLTE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공급하지 않은 터라 이 또한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VoLTE 통화를 위해서는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전용 단말기가 필요한 터라 한동안은 그림의 떡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VoLTE 서비스 지원 단말기가 시중에 풀리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통신사 간 VoLTE 표준 및 접속료 등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타 통신사 이용자들과는 VoLTE 서비스를 이용해 통화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HD Voice' 이용자가 LG유플러스 '지음'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어도 양사의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기존의 3G 방식으로 연결된다.

LTE 후발주자인 KT가 10월에나 VoLTE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 타 통신사 이용자 간 VoLTE 통화는 빨라야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VoLTE 상용화를 한 두 달씩 앞당기느라 설익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완전한 서비스 정착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VoLTE 서비스란? : VoLTE는 데이터망인 LTE로 음성통화까지 전달하는 서비스로 ▲고품질 음성통화 ▲통화 중 데이터 전송 ▲음성통화 중 영상통화로 전환 등이 가능하다. 3G망의 음성통화보다 넓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파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고품질의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세계 최초 'VoLTE 단말기' 전쟁


8일 경쟁적으로 서비스 가능 스마트폰 출시 발표

김현준 기자

국내 LTE 서비스 1, 2위 통신사인 SK텔레콤-LG유플러스가 VoLTE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걸고 격전을 벌인 것과 마찬가지로 1, 2위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도 VoLTE용 단말기 '세계 최초' 타이틀 쟁탈전을 벌였다. 양사는 각각 VoLTE용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기존 '갤럭시S3 LTE'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Vo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를 끝냈다고 8일 밝혔다. 또한 통신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업그레이드 없이 Vo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S3 LTE'도 8월 중으로 생산ㆍ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LG전자 또한 세계 최초로 VoLTE 스마트폰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LG유플러스를 통해 VoLTE가 탑재된 '옵티머스 LTE2'를 출시하고 미국 통신사 메트로PCS를 통해서도 '커넥트4G'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메트로PCS에 뺏긴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달리 삼성전자-LG전자는 나란히 세계 최초 VoLTE용 단말기 제조사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3위 제조사인 팬택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없이 VoLTE 서비스를 지원하는 쿼드코어 기반의 5.3인치 단말기를 9월경 내놓고 경쟁에 가세할 계획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