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15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결국은 조직싸움이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8일부터 대선후보 본경선에 참여할 시민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완전국민경선인 만큼 어느 후보 쪽에 선거인단이 많이 몰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내달 4일까지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민주당은 당초 150만~200만 명이 완전국민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노무현 돌풍'이 일었던 2002년 경선에 160만 명이, 2007년 경선 때는 '박스 떼기' 논란 속에서 193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총선 패배로 인한 지지층의 실망감 고조, 모바일 선거 후유증, 런던올림픽 여파 등이 겹치면서 이번 경선에서는 "많아야 100만 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소 70, 80만 명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당초 예상과 달리 참여 인원이 크게 줄어든다면 결국은 조직 싸움 아니겠냐"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가 15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캠프의 표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선거인단이 200만 명을 넘을 경우 결선투표 없이 1위를 확정할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 후보 캠프 쪽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100만 명 안팎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ㆍ15 전당대회 때 79만2,273명이 참여했으나, '이-박(이해찬-박지원) 담합'이 논란이 됐던 6ㆍ9 전당대회 때는 12만3,286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1ㆍ15 전당대회 때는 친노(친 노무현) 진영의 한명숙 후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6ㆍ9 전당대회 때는 친노의 이해찬 후보가 비노(非盧)의 김한길 후보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각 캠프에서는 전ㆍ현직 의원 등이 총출동해서 바닥 훑기에 여념이 없다.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이 줄곧 지역구에 계시다 수일 전 잠깐 올라오셔서 모처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우리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고 귀띔했다.

팬클럽·외곽조직 등 총동원

김두관 후보가 경기도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을 찾아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다.
후보들의 공략 포인트는 직능단체다. 조직적이면서도 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사로잡을 경우 '뭉치표'를 얻을 수 있다. 직능단체 공략에는 캠프 소속 의원은 물론이고 후보의 팬클럽, 외곽조직, 자원봉사조직 등이 총동원된다.

문재인 후보 측은 당내 주자 중 가장 많은 현역 의원(28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의원들과 별개로 문 후보의 팬클럽인 '문재인과 친구들'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문 후보 개인적으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그간 노동계는 친노(친 노무현) 진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를 더하면 16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손학규 필승론'을 내세우는 손학규 후보는 '100만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손 후보가 '작은' 기적을 일궜던 지난해 4ㆍ27 분당 보궐선거가 근간을 이룬다. 핵심 지지자 1만 명을 모아, 그들이 10명을 모으고, 그 사람들이 다시 10명을 모으는 저인망 방식이다.

지난해 말 야권 통합 과정에서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한층 더 가까워졌던 손 후보는 이번에는 생활협동조합 등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손 후보는 협동조합기본법 등의 정책공약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가 15일 전남 해남군 옥매산에서 일제가 박은 것으로 보이는 쇠말뚝을 살펴보고 있다.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후보는 지역민심 사로잡기와 더불어 전통적인 당 지지층 공략에 나섰다. 도지사 출신답게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김 후보는 자신과 정책, 가치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직능단체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김 후보는 자체적으로 50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아 1차 투표에서 최소 2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 후보 측은 1차 투표에서 2위만 하면 결선투표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내 기반이 상당히 탄탄한 정세균 후보는 싱크탱크인 '국민시대'와 서포터스 '내여친(내일을 여는 친구들)'을 축으로 세 확장에 들어갔다.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만큼 '집안 기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정 후보 측 판단이다.

현역 전남지사인 박준영 후보는 유일한 전남 주자답게 전남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남지사 3선 관록을 자랑하는 박 후보는 바닥 민심과 전남 민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5명 전원 완주할 듯

박준영 후보가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팎 여러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본경선에 진출한 후보 5명 모두 끝까지 레이스를 펼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현직 전남지사인 박준영 후보도 최소한 1차 투표까지는 완주할 거라는 얘기다.

민주당 경선은 오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막을 올리고 내달 16일 서울에서 막을 내린다. 16일까지 치러지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23일 결선투표를 치러 최종 승자를 가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가 가장 앞서는 것은 맞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며 "결국 후보 5명 모두 1차 레이스는 완주할 것이며,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탈락한 후보의 특정후보에 대한 공개적 지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 전 정세균 후보는 같은 호남 후보인 박준영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후보 간 합종연횡의 본격적인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 후보는 이른바 빅 3(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어 고민이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특정후보가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해서 선거인단 몇 십만 명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1차 투표에서 특정후보를 찍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5명 전원 완주는 당의 당면과제인 흥행과도 직결된다. 가뜩이나 김이 빠질 듯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도중하차한다면 말이 대선후보 경선이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과 함께 모바일 투표, 투표소 투표제, 순회 경선, 당일 현장투표 등을 도입하고, 지역별 투표 결과를 당일 개표하기로 한 것도 흥행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본경선 흥행을 위해 민주당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중앙방송 3사 합동토론회 등 '합동연설회 13회-방송토론회 9회'를 개최한다. 문재인 후보 대 비문(非文) 후보 간 힘겨루기도 있었지만 지난 13일 원만하게 매듭지어졌다.

한때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프리젠테이션, 찬조연설 방식의 합동연설회 도입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중 연설에 약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문 진영의 지적에 따라 예비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12분 간 후보의 정견 발표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달 예비경선이나 새누리당 경선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 주최 토론회가 개최되면 열기는 금세 고조될 것이고, 누가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옥석도 자연스럽게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의원을 모셔라"


수도권 경선 전 광주·전남 경선 치러 최대 승부처
각 캠프 "함께하자" 잇따른 러브콜에 몸값 상한가

최경호기자

대선 본경선을 앞두고 각 캠프의 '호남 의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2002년 경선 때도 그랬듯이 민주당의 경우 '심장'인 광주 전남의 경선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도 수도권 경선 전에 광주 전남 경선이 치러지는 만큼 이곳이 최대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각 캠프에서 '호남 의원 모시기' 경쟁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선거 구도가 당초 예상과 달리 조직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의원들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던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경제정책본부장을, 우윤근 의원(광양 구례)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는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 갑), 이낙연 의원(함평 영광 담양 장성), 임내현 의원(광주 북 을) 등이 포진해 있다. 당내 정책통인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 을)은 손 후보 측이 꾸준히 공을 들이는 대상이다.

김두관 후보 캠프에는 김영록 의원(해남 완도 진도)이 있다. 당초 배기운 의원(나주 화순), 김승남 의원(고흥 보성) 등이 김 후보와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들어 사정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균 후보 캠프에는 그의 오른팔 격인 강기정 최고위원(광주 북 갑) 등이 있다. 또 박준영 후보 캠프에는 전남도 국장 출신인 박혜자 의원(광주 서 갑)이 동참하고 있다.

모 캠프에 참여한 전북지역 의원은 "사실 다른 캠프에서도 '함께하자'는 제안이 와서 고민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 후보의 캠프에 몸담고 있지만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당 차원에서 전열이 재정비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해!


순회경선 첫 무대… 2002년엔 대선 이변 시발점
손학규·김두관 선두 다툼 속 문재인 추격전 양상

최경호기자

민주당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제주지역 대의원 수는 172명으로 전체 대의원(1만2,000여 명)의 1.4%밖에 안 된다. 하지만 순회경선의 첫 무대(8월25일)라는 상징성과 함께 2002년 대선에서 짜릿한 승리도 '제주 이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각 캠프는 앞다퉈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에서는 약체로 분류됐던 한화갑 후보가 제주에서 175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이인제 대세론'이 흔들린 것도 제주 경선부터다.

이 후보가 비틀거리는 사이 노무현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노 후보는 광주 전남 경선 승리를 기폭제 삼아 민주당 '대표선수' 자격을 얻었다. 노 후보는 본선에서도 대세론으로 무장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현재까지 판세를 분석해보면 제주는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선두 다툼 속에서 문재인 후보의 추격전으로 요약된다. 전체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정세균 박준영 후보는 다소 고전하는 듯하다.

손 후보는 제주지역 현역인 김우남 의원의 탄탄한 조직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가 앞설 거라는 것은 예상일 뿐"이라며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두관 후보 측은 제주지역 현역인 김재윤 의원의 힘이 발휘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김 후보 측 전현희 대변인은 "무난하게 1등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두'를 자부하는 문재인 후보는 제주지역에서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 경우 일찌감치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균 박준영 후보는 제주에 호남 유입인구가 많고, 전통적으로 호남과 맥을 같이 했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전남 출신의 한화갑 후보가 2002년에 제주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이들에겐 기분 좋은 선례다.

제주지역 경선은 오는 23, 24일 양일 간의 모바일 투표, 25일 대의원 및 일반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오후 6시 합계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