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왼쪽)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한국노총을 방문, 김동만 위원장 권한대행과 노동현 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 후 당 안팎은 적잖이 술렁였다.

본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은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1~3위를 차지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견도 없지 않았다. "문 후보가 세간의 예상만큼 큰 차이로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분석과 "김 후보와 4위 간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는 25일 막을 올리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행보가 흥미롭다. 두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선두인 문재인 후보 때리기에는 한 목소리이면서도 내심 '내가 2위'라는 마음이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회의에서 '판정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손 후보 측은 본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한마디로 "손으로 문을 닫겠다"고 표현한다. 손은 손 후보, 문은 문 후보다.

김두관(왼쪽)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되레 세가 위축되는 듯한 모습의 김 후보는 연일 정책 공약을 쏟아내며 콘텐츠를 부각시키고 있다. "권력의지가 강하고 스토리는 있지만 콘텐츠가 약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차원이다. 김 후보 측은 "우리는 3중이 아니라 3강"이라고 힘줘 말한다.

孫, 외역확대에 자신감

손학규 후보 측은 적잖이 고무돼 있다. 지난 12일 '햇볕정책의 전도사'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상임고문을 영입해서다. 임 장관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상징적인 인물이다.

손 후보는 일찌감치 DJ 계승을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준비된, 또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손 후보의 다짐이다. 그런 마당에 'DJ맨'인 임 장관을 품었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손 후보의 외연확대에 대한 자신감은 최근 여러 행보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손 후보는 지난 14일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김대중 정신이 살아 있고, 노무현-김근태(GT) 정신이 꽃피우며, 제정구 정신이 우리와 함께한다"고 역설했다. 당내 여러 계파와 손을 잡았다는 의미다.

특히 고 김근태 고문은 손 후보의 서울대 65학번 동기이자, 민평련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고 제정구 의원은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의 대부로 당내에서는 손 후보의 측근인 조정식 의원이 '제정구의 수제자'로 통한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 임 전 장관의 영입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본경선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金, DJ+노무현으로 승부수

김두관 후보 측은 민평련에서 1위(53표 중 30표)를 차지한 손 후보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김 후보가 크게 기대를 걸었던 곳이 민평련이다. 김 후보의 지지율 정체도 '민평련 판정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지율 제고에 고심하던 김 후보는 지난 15일 작심한 듯 남북관계와 관련된 여러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집권 1년 차부터 헌법 개정에 착수해서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통해 천명했던 화해 협력 정신을 헌법에 포함 ▲점진적 남북 융합을 위한 한반도 경제생활공동체 조성 ▲현재 65만 명인 병력을 임기 내 30만 명으로 감축 ▲의무 복무 대신 모병제 도입 등이 이날 발표된 공약의 핵심이다.

이 가운데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 부분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결된다. 6ㆍ15 공동선언은 국민의 정부 시절이던 2000년에, 10ㆍ4 선언은 참여정부 때였던 2007년에 이뤄졌다.

친노 그룹에 속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노무현 색채가 덜한 김 후보이기에 DJ와 노무현을 동시에 아우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후보는 손 후보와 함께 호남지역 경선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김 후보가 승부를 걸 수 있는 곳도 결국은 호남 아니겠냐"며 "만일 김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승부는 아주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약점 커버해줘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은 "1차 투표에서 2위만 하면 결선투표에서 역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1차 투표에서 문 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다면, 다른 후보를 찍었던 선거인단은 대부분 '비문(非文)'인 만큼 결선투표에서 2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이런 이유로 손 후보와 김 후보는 '문재인 때리기'에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공격은 최대한 자제한다. 비문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하고 있는 주자들끼리 굳이 치고 받을 이유는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후보에게 김 후보는 상호 보완재인 셈이다. 부산 경남에서 현실적으로 힘이 달리는 손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을 대신해서 싸워주는 김 후보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또 전국적 인지도가 아쉬운 김 후보 입장에서는 수도권 등 중부권에서 강세를 띠는 손 후보를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