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 주식 130만주 30억원에 인수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 폭등 시켜. 실제 투자 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줘.


2007년 나노텍 인수 과정서 주가 조작해 114억 부당 이득 취해. 직원 명의로 회삿돈 대출 받아 800억원대 차명계좌도 운영.


타 기업 재벌 2·3세들과 합세 코디너스 유상증자 참여 과정서 주가 조작 의혹. 이들 참여 동시에 주가 2배로 치솟아.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씨가 사기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가(家) 황태자들의 '추한 돈벌이'가 새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알고 보면 대기업 3, 4세들의 '못된 짓'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자제들 중 상당수가 불명예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벌가문으로선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두산가 4세 박중원
이처럼 '못난' 황태자들이 가장 쉽게 손대는 것은 단연 '주가조작'이다. 손쉬운 방법으로 호주머니를 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을 누비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주들과 달리 편한 방법으로 제 잇속만 채우는 재벌가 자제들의 백태를 들여다봤다.

두산가 중원씨 '재벌테마주' 가담

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지인에게 빌린 돈 5,000만원을 갚지 않아서다. 중원씨는 서울 한남동에 있는 자신 소유의 빌라 유치권만 해결되면 은행 대출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해당 건물은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가의 일원인 중원씨가 '단돈' 5,000만원 때문에 송사에 오르내리는 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이는 경영수업에 실패한 뒤 빈털터리가 된 때문이라고 한다.

중원씨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생활고' 때문에 명의를 대여, 주가를 띄워 돈을 타내 개미들을 울리기도 했다.

LG가 3세 구본현
중원씨는 지난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 주가를 폭등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었다.

1심 재판부는 중원씨가 재벌가의 일원임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재벌테마 작전주'에 가담했다고 인정, 2년6월의 실형을 내렸다. 중원씨는 2010년 열린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주가조작은 재벌가 3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돈벌이다.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현대가 3세인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도 중원씨와 비슷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정 사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IS하이텍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IS하이텍은 지난 2007년 6월 정 사장이 3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그의 동생 2명과 각각 5억원씩을 투자했다고 공시하면서 재벌 테마주로 꼽혔다.

이후 2,000원에 머물던 이 업체의 주가는 3,700원까지 급등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I.S하이텍도 중원씨와 마찬가지로 정 사장 형제가 실제로 투자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채 재벌 테마주로 만들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 사장에 대한 수사는 결국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LG 3세들의 주가 조작

LG가에는 주가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 두 명이나 있다. 먼저 LG 3세 구본현씨. 본현씨는 지난 2007년 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나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 부당 이득 114억원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현씨는 직원 명의로 회삿돈을 대출받아 800억원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의 한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된 이 돈은 두 차례에 걸쳐 엑사이엔씨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투입됐다.

이 일로 본현씨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 받았다. 또 소액주주 김모씨 등 10명이 본현씨와 아버지 구자극 엑싸이엔씨 회장 등을 상대로 낸 2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다른 LG가 3세 구본호씨도 주가조작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본호씨는 과거 '미다스의 손'이라 칭송 받으며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본호씨는 2006년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면서 허위 공시로 주가를 주당 7,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끌어올린 후 주식을 되팔아 16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이 사건은 주가조작에 '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풍언씨의 돈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8월 열린 3심에서 법원은 본호씨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또 풍언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MB 사위도 주가조작 의혹

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사장은 먼저 2006년 초 한국도자기 창업주 손자인 김영집씨가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되팔 때 지분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받았다.

조 사장은 또 영집씨와 아남그룹 3세인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 극동유화그룹 2세인 장선우씨 등 재벌 2ㆍ3세들과 함께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다. 유상증자 당시 코디너스의 주가는 1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이들의 참여와 동시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조 사장은 간신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대신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 때문이다. 당시 조 사장이 처벌을 피하는 과정에 '대통령의 사위'라는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른바 황태자들은 재벌가에서 태어나 부족함이나 고생 없이 자란 만큼 손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따라서 이들은 대체로 서민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