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 법정구속… 한화그룹 비상경영 체제로해외수주·M&A·태양광 등 사업 줄줄이 제동 불가피변호인단 재정비 '반격' 준비경영기획실·계열사 사장단 중심 공동경영단 꾸려 공백 메울듯

한화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면서다.

예상외의 결과에 한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경영 공백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그룹에서 역동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에 제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화는 "공동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에 대해서는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2심 재판을 통해 김 회장 등에 대한 감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 예상밖 법정구속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명령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김 회장의 유죄 부분은 크게 ▲위장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손실 ▲특수관계인에 주식 헐값매각 ▲조세포탈 등 3가지다.

재판부는 먼저 김 회장이 본인과 경영기획실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부실회사인 한유통ㆍ웰롭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한 계열사들의 피해액을 약 2,883억원으로 산정했다.

한유통과 웰롭은 김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89년 설립한 한화 갤러리아(전 한화유통) 관련 위장계열사다. 한유통과 월롭은 각각 편의점사업과 물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그룹 내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동일석유 주식을 누나인 김모씨에게 저가 양도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김 회장이 계열사에 총 142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김 회장이 그룹 계열사 등 주식을 차명 소유하고 주식거래를 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약 26억원의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포탈세액 15억원 상당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김 회장의 실형 선고에 한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에다 당장 주가 하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한화가 최근 야심차게 추진해온 굵직한 사업들에 제동이 걸리게 된 때문이다.

법적대응, 비상경영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은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화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공동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에 대해서는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항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 측은 1심까지 소송을 맡았던 변호인단을 재정비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변호인단을 교체하는 등 유죄 인정 부분을 뒤집기 위한 법률적 대응 카드 마련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무엇보다 김 회장의 구속에 따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한화의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회장이 진두지휘해온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와 태양광 사업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 한화는 지난 5월 한국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인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이라크 재건사업과 관련해 추가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법정구속으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화가 꾸준히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당장 이번주 중 확정될 예정인 독일 태양광 업체 큐셀 인수작업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큐셀은 2008년까지 태양광 모듈 생산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던 회사다. 한화는 큐셀의 인수가 성사될 경우 자사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이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의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에도 영향을 줄 것이 예상된다. 대한생명은 올해 ING생명 동남아법인을 인수해 동남아 지역 대표 생명보험사로 도약할 계획이었지만 김 회장의 구속으로 신규사업 추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회장 구속 이후 한화는 그룹 경영기획실과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우선 경영기획실장과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공백을 메워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금암 그룹 경영기획실장과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김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응철 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