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syndrome)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요즘 가수 싸이와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 싸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십만의 팬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들도, 뜨거운 감동으로 남았던 2012 런던올림픽의 열기도, 더위와 폭우가 교차하는 극심한 기상이변도 싸이의 인기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에서 시작된 싸이 신드롬은 해외로 퍼져 나가 전 세계 팬들을 전염시키며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인기 폭발한 강남스타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강남스타일'은 싸이의 정규 6집 '싸이6甲(갑) 파트1'의 타이틀곡이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강남스타일'은 국내에서 각종 온라인 음원 순위 1위를 독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화제가 된 것은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싸이가 자신만의 개성있는 춤동작을 고스란히 담은 말춤을 강남대로, 회전목마, 사우나 등에서 추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 등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며 눈길을 끌었다.

미국 케이블 채널 VH1의 ‘빅 모닝 버즈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한 싸이와 진행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해외에서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게재 4주 만에 조회수 4,500만건을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21일에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미국의 아이돌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아이튠스 뮤직비디오 순위에서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지난 18일 해당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던 싸이는 단 3일 만에 정상에 오르며 '강남스타일' 돌풍을 입증했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해외 스타들의 입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로비 윌리엄스, 티페인, 조시 그로반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에 이어 세계적인 여성 팝스타인 케이티 페리도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와줘. 강남스타일에 중독됐어요"라는 글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올려놨다. 트위터 팔로워만 2,500만명이 넘는 케이티 페리를 포함, 해외 유명 스타들의 언급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확장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계속되는 인기로 최근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지 등 해외 유력 언론들까지 나서 싸이 신드롬을 조명하고 있다. 타임지는 주간 주요 뉴스를 소개하는 '브리핑' 월드뉴스 1면에 싸이를 소개하며 "한국의 래퍼이자 리얼리티 TV 심사위원인 싸이가 메가히트를 쳤다"고 전했다.

LA타임즈는 21일(현지시각) 뮤직블로그 코너를 통해 "당신이 아직 싸이 '강남스타일'이라는 한국의 중독성 있는 노래를 듣지 않았을 경우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며 "'강남스타일'은 피할 수 없는 폭발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며 그날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CNN 또한 자사 홈페이지에 '한국 래퍼의 말춤 설명'이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CNN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등장한 말춤이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의 강남지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급기야 국내 최대의 오픈마켓 옥션-G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서는 23일부터 싸이의 기획상품 7종을 판매하고 나섰다. 판매상품은 싸이의 캐릭터가 삽입된 포스트잇, 열쇠고리, 반소매 티셔츠 등이다. 이베이 측은 "전세계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고 있어 MD 상품들을 선보이게 됐다"며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싸이인지라 이베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남스타일 인기비결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데에는 싸이의 장점으로 꼽히는 직설적인 노랫말과 흥겨운 춤동작의 덕이 컸다.

데뷔곡인 '새' 때부터 싸이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파격적이면서도 솔직한 가사는 이번에도 중요한 인기요인이 됐다.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등의 직설적인 노래가사가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또한 기마 자세로 양손을 모으고 방정맞게 뛰는 말춤은 따라 하기 쉬운 데다 추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이들도 즐겁게 만들어 '강남스타일'의 인기비결이 됐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국내 인기요인이 특유의 직설적인 노랫말과 흥겨운 춤동작 덕분이었다면 해외 인기의 일등공신은 전 세계 팬들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는 자신들의 모습을 찍은 '뮤직비디오 리액션'이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해당 영상이 확산되며 자연스레 전세계적으로 싸이의 팬덤을 형성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뮤직비디오의 대박 신화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강남스타일'에서 반복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가 외국인들에게는 "Open Condom Style"로 들리는 것이 인기의 최대 배경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자칫 외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노랫말이지만 싸이의 신명 나는 춤과 어우러지며 해외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두 번의 굴곡 딛고 세계 정상에 올라

1977년생인 싸이는 올해로 35세다. 위로 누나인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재은씨가 있지만 남자형제가 없는 싸이는 서울 강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8학군 출신의 전형적인 도련님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악동이었던 싸이는 중견 기업 오너인 아버지 박원호 디아이 회장과 할아버지의 권유대로 보스턴대학교 국제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강남의 무도장들을 섭렵하는 등 열정이 남달랐던 싸이는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휴학을 결정, 버클리 음대로 자리를 옮겼다.

싸이의 버클리 음대 입학사실을 듣고 실망한 부모님은 그때부터 유학비용을 일체 지원하지 않았고 싸이는 불법복제음반을 판매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버클리 음대에서도 악보와 화성 등 일반적인 음악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았던 싸이는 1학년만 5년 동안 다녔다고 전한다.

음반제작자로 성공하고 싶었던 싸이지만 자신의 곡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수로 음악생활을 시작할 것을 결심한다. 'PSY FROM THE PSYCHO WORLD'(싸이코 세계에서 온 싸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1집 앨범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싸이는 거침없는 노래와 흥겨운 안무로 단숨에 인기가수 대열에 합류했다.

갑작스런 성공을 맞았던 싸이지만 이후 행보가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앨범작업으로 얻은 스트레스로 유학생활 피웠던 대마초를 다시 접한 싸이는 2001년 11월 검찰에 검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본래 가지고 있었던 일탈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며 언론의 뭇매를 맞은 싸이는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내다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부상했다. 특히 싸이가 자숙 기간을 거치며 훨씬 순화된 표현으로 만든 '챔피언', '연예인' 등은 최고의 인기곡으로 떠올랐다.

재도약한 싸이는 또다시 굴곡을 맞이한다. 2003년부터 병역특례요원으로 근무, 군복무를 대신한 싸이는 부실 복무 의혹을 받고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현역으로 재입대하게 된다. 2007년 12월 이번엔 육군 현역으로 다시 들어간 싸이는 약 1년6개월 동안의 군복무를 마친 후 2009년 7월 11일 제대했다.

두 번의 군복무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 싸이의 앞날이 다시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그해 10월 5집 앨범 'Right Now'를 들고 화려하게 가요계에 돌아온 싸이는 올해 자신의 근본인 'B급문화'로 돌아간 곡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강제 해외진출 이후에는?

세간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싸이가 '강제 해외진출'을 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비,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해외진출에 공을 들인 여타 가수들과 달리 별다른 준비 없이도 뮤직비디오 하나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싸이의 성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순히 뮤직비디오의 성공만이 아니다. 싸이는 휴식차 방문한 미국에서 저스틴 비버 소속사로부터 현지 음반 출시 제안을 받기도 하고 메이저리그 LA다저스 구장에서 5만여 명의 관중과 함께 말춤을 추기도 했다. 급기야 22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생방송 TV 프로그램에 출연, 말춤을 전파하기도 했다.

다수의 음악 관계자들은 싸이의 해외 진출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과정을 밟아서 진출한 것이 아닌 까닭에 빠르게 뜨거워진 만큼 식는 것도 빠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싸이가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무대를 달굴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의지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고 자신의 행복은 가수로서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고백하는 싸이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강남구청 반응은 '뜨뜻미지근'
"SM측과 사업 추진중이라…"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덩달아 강남구까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CNN, 타임지 등 유수의 해외 언론들이 '강남스타일'의 배경이 되는 강남에 대해 "한국 제1의 명소로 베버리힐즈와 같은 곳"이라고 소개하고 나선 까닭이다. 특히 CNN에서는 명품가게가 빽빽하게 들어찬 청담동, 지하철 2호선의 강남역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비추며 강남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강남구에서는 홍보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싸이를 구정 홍보에 활용하거나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등의 직접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 측은 "오는 9월 SM엔터테인먼트와 한류스타거리 조성 등 협력사업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큰 사업을 앞두고 경쟁사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싸이에 대한 처우를 정하기가 곤란하다는 내용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머트와의 사업관계를 고려하면 10월 중순에야 홍보대사 위촉이나 감사패 전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스타일'의 노랫말도 문제다. 싸이는 한국사회의 정치ㆍ경제적 특권지대로 불리는 강남을 특유의 'B급문화'로 포장해 이미지를 끌어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남구 측은 "강남구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솔직히 가사 내용 자체가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싸이(본명 박재상) 연혁

출생 1977년 12월 31일

학력 반포초등학교

반포중학교

세화고등학교

보스턴대학교 국제경영학

버클리 음악대학

2000년 10월 데뷔앨범 'PSY FROM THE PSYCHO WORLD' 발매

2001년 1월 타이틀곡 '새'로 본격 활동 시작

11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검거, 검찰 징역 1년 구형

2002년 1월 1심 벌금 500만원 선고, 방송3사 출연 정지, 2집 '싸2' 발매

9월 3집 '3마이' 발매

2003년 1월 병역특례요원 근무 시작

2005년 11월 병역특례요원 근무 완료

2006년 7월 4집 '싸집' 발매

10월 결혼

2007년 5월 검찰 병역특례요원 부실근무 정황 포착, 수사 시작

7월 병무청, 현역 20개월 확정

12월 논산훈련소 입소

2010년 7월 전역

2010년 10월 YG엔터테인먼트에서 5집 '싸이파이브' 발매

2012년 7월 6집 '싸이 6갑 파트1' 발매, 타이틀곡 '강남스타일' 성공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