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매각 실패로 부도위기까지 맞았던 쌍용건설이 경영 정상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이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수혈 지원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결정을 건설업계는 쌍수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쌍용건설마저 무너질 경우, 국가 신인도 하락이나 하청업체 줄도산 등 큰 파장이 예고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 결정 후 쌍용건설은 경영 정상화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국내ㆍ외 수주 잔고가 자그마치 7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국외건설 명가'

1977년에 설립된 쌍용건설은 그동안 세계 20개국에서 128개 프로젝트, 10조원 규모의 공사를 수행해 온 글로벌 건설사다. 쌍용건설의 인지도와 경쟁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국외건설 명가', 세계 고급 건축물 시장에선 글로벌 '톱3'에 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 쌍용건설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이후다.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사업 등 대규모 사업손실을 떠안게 된 게 화근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38.75%)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07년부터 진행한 기업 매각 작업이 번번이 실패하면서 쌍용건설은 위기에 몰리게 됐다. 2008년 동국제강 인수 무산 이후 최근 이랜드까지 5년여 동안 모두 다섯 차례의 인수합병(M&A)이 불발에 그쳤다. 쌍용건설의 자본 확충이 지연돼 온 이유다.

물론 쌍용건설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는 자구노력을 벌여왔다. PF 부실 규모를 1조1,000억원에서 5,000억원대로 줄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분양 주택도 3,000여가구에서 대형 건설사 중에서 최저 수준인 370가구로 줄였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자본금이 1,400억원대에 불과해 획기적인 자본 확충 없이는 자력 생존이 힘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쌍용건설은 지난달 31일 만기가 돌아온 600억원의 채무 가운데 상거래어음 82억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하며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기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기를 기다리는 수백억대의 어음을 상환해야 할 처지다.

국가 신인도 추락ㆍ하청 줄도산

건설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잖아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100대 건설사 중 30곳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쓰러진 마당에 쌍용건설마저 주저앉는다면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리란 우려에서다.

업계 일각에선 쌍용건설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로 가게 될 경우 협력업체 1,400여곳이 줄도산할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 해외시장이 문제다. 국가 신인도 추락에 따라 현재 제2의 중흥기를 맞은 국외 건설사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생길 심산이 크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3년간 해외에서 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였다. 현재 수주를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만도 96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당장 올 상반기에도 해외공사에 있어서는 300억원 이상 흑자를 냈고, 여기에 수십억달러의 추가 공사수주가 임박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해외 현장 가동 중단은 물론이고 수주 협상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국가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법정관리 이후 쌍용건설이 회생한다 해도 문제다. 건설사의 생명으로 통하는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쌍용건설은 해외공사 쪽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캠코 등 지원ㆍ정상화 활기

이런 상황에서 캠코 등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의견을 모았다. 유동성 위기로 허덕이던 쌍용건설에겐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쌍용건설이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매입하고 은행들은 부산 광안리와 전북 군산 소재 쌍용건설 아파트 분양 중도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형태로 유동성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이 자금으로 6일까지 막아야 하는 B2B전자채권 540억원을 비롯해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국외 공사 수주를 하루속히 진행해 자체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경영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자신감의 배경은 바로 수주실적에 있다. 실제, 쌍용건설의 국내외 수주 잔고는 현재 무려 7조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협조융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경영 정상화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쌍용건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쌍용건설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유동성 지원 소식이 전해진 후 코스닥시장에서 쌍용건설의 주가는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전날보다 150원(3.62%) 오른 4,290원에 거래됐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