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百萬長者).'

영어의 millionaire라는 단어에서 따온 것으로 재산이 아주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돈의 가치가 떨어진 요즘, 원화로 11억원을 조금 넘는 100만달러는 부자의 척도라 불리기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연구에서는 운용자산 10억원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꼽기도 해서 논란이 됐을 정도다.

그러나 그 기준이 금융자산에 국한된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미성년자로 한정될 경우라면 어떨까? 100만달러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미성년자라면 백만장자의 원래 의미를 갖다 붙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00만달러가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백만장자'가 8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 정몽진 장남 128억

미성년 백만장자가 늘어나고 있다. 100만달러(달러당 1,133원 기준)가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이다.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4일 종가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민법상 미성년자 연령 기준인 올해 만 20세 미만(1992년 8월 30일 이후 출생)의 백만장자는 82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76명보다 6명이 증가했다.

미성년 백만장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주주들이 계열사 주식을 자녀나 손주들이 어릴 때부터 조금씩 나누어 주는 이른바 '짬짬이 증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한 틈을 타 대규모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 백만장자 최상위권은 GS가 자녀들이 휩쓸었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백만장자 1위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허용수 GS 전무의 장남(10세)이 차지했다. 허군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4,690만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531억9,000만원에 달한다. 미성년 백만장자 2위도 역시 허 전무의 차남(7세)이 차지했다. 허군은 1,910만달러(한화 216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허군의 뒤를 이은 것도 역시 GS가 사람이었다.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의 딸(11세)인 허양의 보유주식은 1,560만달러(176억7,000만원) 규모다. 허 전무의 장ㆍ차남과 허 사장의 딸까지 GS가 자녀들이 미성년 백만장자 1~3위를 차지했다.

정몽진 KCC 회장의 장남(17세)이 GS가 자제들의 뒤를 이었다. 정군은 1,130만달러(128억5,000만원)의 주식을 보유했다. 구자일 일양화학 회장의 손자(15세)가 1,110만달러(125억3,000만원)로 5위를,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의 조카(18세)가 1,070만달러(121억5,000만원)로 6위에 올랐다. 이들 6명은 미성년 천만장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어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의 손자(18세)와 정몽익 KCC 사장의 아들(13세)의 보유주식 가치는 각각 700만달러(원화로는 각각 79억7,000만원, 79억3,000만원)였고, 염홍섭 서산 회장의 손자(17세)가 690만달러(78억원),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의 아들(12세)이 680만달러(77억2,000만원)로 뒤를 바짝 쫓았다.

미성년 백만장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의 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의 아들(10세)이었다. ㈜LB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구군의 보유지분가치는 450만달러(50억9,000만원)에 달한다. 구군의 모친은 이 전 의원의 장녀인 이성은씨다.

3세 미만의 어린이 백만장자들도 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3세)와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 아들(3세)은 각각 230만달러, 130만달러의 주식을 보유했다. 구자홍 LS 회장의 친인척인 한 살짜리 젖먹이도 100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백만장자였다.

이건희 1조157만7000만원

지난 1년간 전체 '백만장자 주식부자'의 수도 늘었다. 재벌닷컴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일 종가기준 100만달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3,51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76명보다 1.2%(43명)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가 1,867.75에서 1,907.13으로 늘어난 효과다.

이중 주식지분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억만장자'(billionaire)도 12명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회장이 지닌 상장사 보유주식의 가치는 89억6,460만달러(1조157만7,000만원)였다. 특히 이 회장을 비롯해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11억6,420만달러),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9억340만달러) 등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지분 가치는 총 110억3,220만달러에 달했다.

이 회장의 뒤를 이은 것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었다.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61억8,300만달러(7조59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주식부자 3위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분 28억7,140만달러(3조2,535억6,000만원)을 합한 정 회장 부자의 상장사 주식지분 가치는 90억5,440만달러에 달한다.

억만장자 주식부자 4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차지했다. 서 사장은 23억2,970만달러(2조6,398억2,000만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17억7,610만달러),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16억74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