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 CEO가 뛴다<34> 조현상 효성 부사장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은 장자가 아니었다. 왕위 계승권과는 거리가 있는 셋째로 태어났음에도 두 형을 제치고 왕이 됐던 충녕대군은 결국 조선의 최대 중흥기를 이끌며 부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장자승계가 보편화된 재계에서도 셋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효성가의 셋째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꼽힌다. “향후 경영권은 능력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원칙을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조석래 효성 회장의 속내가 궁금한 이유다.

경영 컨설턴트 출신의 재원

1971년생으로 올해 41세인 조현상 부사장은 경기초등학교를 거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는 초ㆍ중ㆍ고등학교 모두 이어지는 선후배 관계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간 조 부사장은 아예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로 편입, 1994년 졸업했다. 삼형제 중 경제학을 전공한 것은 조 부사장이 유일하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조 부사장은 1996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입사해 글로벌 업무 경험을 쌓았다. 서울지점에 이어 동경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조 부사장은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1998년, 부친 조석래 효성 회장의 긴급호출을 받고 효성 사내 컨설턴트로 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역할을 맡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이듬해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과정에서 함께 했던 일본 NTT 커뮤니케이션에 합류, 유무선 관련 전략프로젝트와 법인 영업 등을 수행하고 한국지사 설립도 주도했다.

조 부사장이 완전한 효성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부장으로 재입사한 2000년이었다. 조 부사장은 입사 이후 오랫동안 과거 경험을 살려 전략본부에서 그룹의 다양한 경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그룹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산업자재PG장을 맡아오고 있는 조 부사장은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포츠와 음악 등 다재다능

조현상 부사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조부인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지원으로 어려서부터 야구, 수영,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던 조 부사장은 초등학생 시절 전국 빙상 경기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대학교 축구팀 대표선수로도 활약했다는 조 부사장은 요즘도 회사 체육대회에 축구선수로 참가해 직원들과 몸을 부대낀다고 전해진다.

조 부사장은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시절에는 아이비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브라운대학교 아카펠라 그룹에 가입, 해외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근래에는 사진촬영과 요리, 악기 연주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수합병에 능한 ‘리틀 박용만’

조현상 부사장에게는 ‘리틀 박용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 몇 년간 두산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성향을 소비재에서 중공업 위주로 바꿔낸 박용만 두산 회장과 마찬가지로 조 부사장 또한 M&A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8월 세계 1위의 에어백 업체인 글로벌 세이프티 텍스타일스(GST) 인수였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한 GST 인수전에서 조 부사장은 입찰부터 최종 낙찰까지 전 과정을 최전방에서 직접 챙겼다고 전해진다.

GST 인수에 앞서 조 부사장은 미국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 두 곳을 인수하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노틸러스 효성을 통해 인수한 세계 5위 ATM 제조업체 트라이톤 시스템스나 2007년 중국 광둥성 주하이 스판덱스 공장, 금융회사 스타리스 인수도 조 부사장의 작품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조 부사장은 그동안 대형 M&A 시장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효성의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 부사장은 국제무대에서도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리더’(YGL)로 선정됐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YGL 내 G20 관련 조직인 ‘YGL G20 이니셔티브’ 멤버가 됐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표적 포럼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 한ㆍ중ㆍ일 3국 외교부가 선정한 ‘한ㆍ중ㆍ일 차세대 지도자’로도 뽑힌 바 있다.

가장 주목받는 대권후보

조석래 회장이 지난 2010년 건강상의 이유로 전경련 회장을 사임한 이후 효성의 후계문제는 지속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효성 측에서는 “아직까지 후계구도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조 회장이 1935년생으로 여든을 바라보는데다 이미 담낭종양으로 수술까지 받은 바 있어 후계문제는 효성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등 두 형과 함께 후계자 후보로 꼽히는 조현상 부사장은 세 형제 중 올해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용 소재를 만드는 산업자재PG장으로서 견실한 실적을 내고 있는데다 그동안 수차례의 M&A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노틸러스 효성(43.5%), 더클래스효성(58.0%), 효성ITX(35.0%) 등을 자회사로 두며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효성에 대한 지분도 세 형제 중 가장 많다. 조 부사장이 지니고 있는 (주)효성의 지분은 2분기 말 기준 7.79%로 최대주주인 조석래 회장(10.32%) 다음이다. 큰 형 조현준 사장(7.24%)이나 작은 형 조현문 부사장(7.18%)보다 높다.

조 부사장이 (주)효성의 2대주주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주식 시장 폭락으로 (주)효성의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조 부사장은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집중 매수, 6%대 후반이었던 지분을 대폭 늘렸다.

실적도 상당하다. 조 부사장이 PG장을 맡고 있는 산업자재 부문은 효성의 7개 사업부문 중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위(1,028억원), 매출 2위(1조2,67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1위(1조5,660억원)인 무역 부문이 영업이익은 불과 107억을, 매출 3위(1조1,618억원)였던 중공업 부문은 오히려 영업손실(-653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세 형제 중 막내로 입사 및 승진에서 한발짝 늦었지만 지분 및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조 부사장이 ‘포스트 조석래’가 될 수 있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

출생 1971년 11월 26일

학력 경기초등학교(1984)

청운중학교(1987)

경복고등학교(1990)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1994)

1996 베인앤컴퍼니

1999 NTT 커뮤니케이션

2000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부장

2007 효성 전략본부 전무

2011 효성 산업자재PG장

2012 효성 부사장

●효성그룹 가계도

故 조홍제-------------故 하정옥

조석래----------------송광자

조현준---------조현문--------조현상

(아내 이미경) (아내 이여진) (아내 김유영)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