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왼쪽부터),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6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경선에 앞서 연설 준비를 하고 있다. 광주=손용석기자
민주통합당 광주 전남 대선경선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6일 오전.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좀더 재미있어지지 않겠냐. 이전보다 좋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명색이 대선 후보를 뽑는 큰 행사이지만 민주당 경선은 잔뜩 맥이 빠진 모습이다. 흥행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 논란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민주당의 심장'이자 '전략 투표의 대명사'인 광주 전남이 다시 한 번 전략적 선택을 했다. 누적 득표 1위 후보에게 1위는 안겨주되 과반 득표는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3만3,909표(48.46%)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손학규 후보(2만2,610표, 32.31%), 김두관 후보(1만1,018표, 15.75%), 정세균 후보(2,435표, 3.48%)가 2~4위를 차지했다. 이날 현재 누적 득표율은 문 후보(46.81%), 손 후보(25.9%), 김 후보(18.8%), 정 후보(8.5%) 순.

광주 전남이 1~3위에게 적당히 표를 나눠줌에 따라 경선은 1차 투표(16일 종료)에 이어 결선투표까지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올 경우 성사되는 1, 2위 간 결선투표는 18~23일 진행되며 선거인단은 1차 때와 같다. 2위를 다투고 있는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은 "결선투표에만 오른다면 역전드라마를 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오후 민주통합당 당원들이'18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광주ㆍ전남 경선'이열리는 염주종합체육관 앞에서 '불공정 모바일 경선'을 지적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차 투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경기(15일)와 서울(16일) 경선의 선거인단은 약 45만명으로 전체 선거인단(109만명)의 41%를 차지하며, 역시 호남 출신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표심은 광주 전남ㆍ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 1일 전북 경선에서는 문 후보가 37.54%, 정 후보가 26.53%, 손 후보가 23.4%, 김 후보가 12.52%를 얻었다. 전북에서는 광주 전남에 비해 4명의 후보가 좀더 고르게 득표했다.

오류 열거하며 지도부 압박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캠프는 모바일 투표의 근본적인 결함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특히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은 구체적인 오류를 낱낱이 열거하며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

정 후보는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과 한계는 언급하면서도 손 후보나 김 후보 측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지난 5일에도 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모바일 투표는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상처를 줬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반면 김 후보 측 김재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바일 투ㆍ개표 중단 ▦검증단을 진상조사위원회로 확대 개편 ▦선거인 명부 관리업체 P&C에 대한 전면조사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의 사과 및 임채정 선거관리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손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도 "제주 울산 지역 경선 모바일 투표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다"며 "제주의 경우 2,876명이 5차례의 전화를 수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여기에 지난번 로그파일 확인 결과 드러난 599명에, 리서치 회사에는 있지만 통신사에서는 실종된 350명 등 총 3,800명이 투표권을 박탈당했다. 울산은 777명이 전화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에서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이슈화하는 것은 선거인단 사이에서 '불공정 경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소식통은 "2위를 노리는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에서는 1차 투표에서 기권했던 절반가량의 유권자들이 결선투표 때는 '불공정 경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채 결집한다면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민주당 지역순회경선 누적 투표율은 50%대밖에 안 된다. 특히 전통적 지지기반인 전북은 투표율이 겨우 45%에 그쳤다. 경선 자체와 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광주 전남 경선에도 약 14만명의 선거인단이 등록했지만, 실제 투표율은 50.24%(6만9,972명)에 불과했다.

광주에서는 경선 전 이해찬 대표와 임채정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향해 거친 야유가 쏟아졌고,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근조(謹弔) 플래카드'까지 내걸렸다. 임 위원장은 인사말 도중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본선 경쟁력은 누가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결선투표가 성사된다면 보다 많은 선거인단이 참여할 것이고, 1차 투표 때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진정한 '대표선수'를 뽑는 결선투표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야권 단일화, 나아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 될 거라는 얘기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후보와 야권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야권 후보로 누가 결정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거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얼마 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안철수 원장으로 연착륙한다면 안 원장에게 승산이 있다"면서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본선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에는 대선의 풍향을 좌우하는 40대의 지지 성향에 비춰볼 때 '손학규+안철수' 조합이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 경쟁력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된다는 가정하에 '손학규+안철수' 조가 '문재인+안철수' 조보다 승산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이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45% 이상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결선투표에서도 승리할 거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당내 주자 중 1위다.

민주당의 한 소식통은 "1차 투표에서 문 후보에게 가지 않았던 표라고 해서 결선투표 때 모두 2위 후보에게 가겠냐"고 반문한 뒤 "어쨌든 1차 투표에서 문 후보의 최종 득표율을 보면 결선투표의 승패도 가늠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선투표 성사땐文·丁 vs 孫·金 구도로 재편?


역풍 가능성 우려해 인위적 연대 피할듯

최경호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후보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총 4명. 경선 과정에서 이들이 취해온 자세,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결선투표가 열릴 경우 '문재인 정세균 대 손학규 김두관'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는 어찌 됐든 큰 파열음 없이 경선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란다. 1위가 된다 하더라도 여러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면 본선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당 분열은 안 된다"는 문 후보 측 주장은 "경선은 진행돼야 한다"는 정 후보 측과 맥을 같이 한다. '비문(비 문재인) 연대'라는 신조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양측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이를 두고 정 후보가 결선투표 성사 시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후보와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경선의 불공정성에 항의하며 충북지역 TV 토론 불참을 선언했을 때, 문 후보와 정 후보는 참석 의사를 분명히 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손 후보와 김 후보는 문 후보와는 극명한 대척점에 서 있다. 이들간의 연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인위적인' 연대, 결선투표 전 연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내 힘으로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차피 문 후보 측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만큼, 자연스럽게 연대가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후보들끼리 손을 들어주고 지지 선언을 한다고 해서 수많은 유권자들이 동시에 따라오겠냐"면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암묵적인 연대나 지지 정도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