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훼미리마트(현 BGF리테일)가 시끌벅적하다. 훼미리마트의 간판을 CU로 바꿔 단 것을 두고 일부 가맹점주들이 크게 반발하다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과 사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훼미리마트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일본에 제공하는 로열티를 아끼기 위해 브랜드명을 변경한 건 부당하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 이에 사측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명칭 전환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는 현재 소송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점주 측이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경우 가맹점주들의 추가 소송 참여가 이어지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익 노리고 물밑 작업

훼미리마트는 1999년 삼성에서 계열분리된 보광그룹 계열사 보광훼미리마트(현 BGF리테일)의 주력사업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보광 편의점 사업부로 출발,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1990년 10월 1호점을 냈다. 이후 1994년 별도법인으로 분리, 설립됐다. 그리고 훼미리마트는 현재 국내편의점 업계 선두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수는 모두 7,500여개에 달한다.

그런 훼미리마트가 지난 5월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 설립된 지 18년 만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최근 주주들에게 임시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를 발송하고 정관변경을 통해 사명을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새로운 사명은 BGF리테일, 브랜드명은 'CU' 였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수년전부터 독자 브랜드 전환을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TF팀을 꾸려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훼미리마트 가맹업주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전환할 경우 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 등의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물밑 작업을 벌여왔고, 대부분 점주들의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업계에선 이를 일본 훼미리마트 본사와의 결별 수준으로 해석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매년 매출액의 0.05~0.25%를 로열티로 지급해 왔다. 사업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로열티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 독자 노선을 타고 로열티를 아껴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당시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브랜드명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일본 훼미리마트 본사와 결별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여러 설들을 전면 부인했다.

간판 교체 따라 희비 갈려

이런 주장과 달리 훼미리마트는 결국 CU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동시에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도 해지했다. 이를 통해 BGF리테일은 2010년 34억원, 2011년 36억원 등 매년 지불해온 수십억대의 브랜드 사용료를 굳힐 수 있게 됐다.

결국 브랜드 전환을 통해 BGF리테일은 쏠쏠한 재미를 보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일부 가맹점주들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들 점주는 최근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브랜드명을 'CU'로 상호를 바꾼 것에 연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먼저 소송을 제기한 가맹점주는 모두 24명이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명칭변경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4명의 가맹점주가 같은 내용으로 소송에 동참했다.

훼미리마트라는 브랜드의 힘을 믿고 계약한 것인 만큼 본사의 경영방침을 이유로 상호를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싶었던 것이지 'CU'를 운영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로서 현재까지 모두 28명의 점주가 반기를 든 상태. 그러나 소송 참여 인원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의 모임에서 이달 안으로 3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확한 추가 소송 참여 인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결과 따라 추가 소송

이번 소송과 관련해 BGF리테일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명칭을 바꿨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사명 변경 전ㆍ후에 모두 설명회를 했고 점주들의 동의도 원만하게 이뤄졌다"며 "현재 7,500여 곳의 가맹점주 대부분이 이를 잘 받아들였지만 극소수의 점주만이 반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명 대신 한국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자는 취지에서 명칭을 바꾼 것"이라며 "간판 교체 비용 등은 모두 BGF 측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점주들의 피해가 없도록 'CU' 브랜드 조기 정착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점주들은 소송에 적잖은 자신감을 내 비추고 있다. 이와 유사한 과거의 판례가 그 배경이다. 2004년 LG가와 GS가가 계열분리를 하면서 LG25편의점을 GS25로 변경했을 당시 일부 가맹점주들이 브랜드 교체는 계약위반이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은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소송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점주 측이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경우 가맹점주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지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측과 점주들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유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