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반면 청와대는 비교적 조용하게 임기를 끝내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핵심 실세들이 이제 거의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교도소에 가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해 전 의원, 전 방송통신위원장, 전 지식경제부차관 등 권력 비리 혐의로 구속된 MB 정권 실세들은 조용히 대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앞날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게 틀림없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야권 진영이 준비하고 있는 네거티브 폭탄들 중에는 구속된 MB정권 실세들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이들이 조만간 또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지만, 아직은 잊혀져 있다. <주간한국>은 법무부및 교정시절 관계자, 측근 등을 통해 ‘잊혀진 실세들’의 근황을 체크해 보았다.

천신일 아직 죗값 안 치러

이상득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현재 지병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중이다. 천 회장은 심혈관 및 척추질환 등을 이유로 지난 9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0층 VIP병동에 입원, 가료 중이다.

천 회장은 2004~2006년 임천공업 이모 대표로부터 “계열사의 산업은행 대출금 130억~140억원을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47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32억1,060만원을 선고받았다.

천 회장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교도소로 갈 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부의 시선을 우려해 병실 밖 출입은 최대한 삼가고 있으며 변호인 접견이 아니면 외부인과의 접촉은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측에 따르면 천 회장은 심신이 쇠약해져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병의 악화 등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나 천 회장은 여전히 몸에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의 VIP병동은 인터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출입이 가능할만큼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는 곳으로 외부인은 허가없이 접근할 수 없다. 이곳은 하루 병실비만 수십만원에 달하고 응접실과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준
“내가 누군 줄 알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 위원장은 감옥살이 적응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최 전 위원장은 교도관들의 지시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고,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면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교도관들 사이에서 평이 좋지 않다고 한다. 아직도 권력실세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도관들 사이에서는 “높으신 분이 감옥살이 체험 나온 것 같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또 변호인 접견 때도 대우를 소홀히 할 경우 구치소 측에 즉시 문제를 제기해 교정당국 관계들로부터 ‘미운 오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교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모든 재소자는 평등하다. 교정시설에 들어온 이상 교도관의 말을 따라야 한다. 그게 그곳의 룰이다. 하지만 일부 재소자들은 잘 따르지 않아 힘이 든다”며 “권력자들이라도 일단 구치소에 들어오면 자신을 낮추기 마련인데, (씨는) 음식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정국 관계자들이 모범적인 수감자로 꼽는 권력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질서와 규칙을 어기는 일도 없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음식투정을 부리는 일도 없이 절도 있게 수감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알려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간 갈수록 지쳐

왕차관으로 군림했던 전 차관은 초반에 씩씩하게 생활했던 모습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쳐가는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박 전 차관이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정신적으로 좀 지치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현상은 박 전 차관뿐 아니라 대부분의 재소자들이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게 감옥생활”이라고 말했다.

현정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전 의원은 독방에 수감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독방이다. 키가 큰 이 전 의원에게는 독방은 좁아 다리를 죽 펴고 눕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호소한단다.

이 전 의원은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때문에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와 단독으로 만났을 때 이 전 의원 사면 문제에 대해 의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교정당국은 지난 8월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자 고령의 이 전 의원을 특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에게 특혜가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주요관찰 대상으로 분류됐다.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이 많이 수척해졌다. 아무래도 음식도 생활도 몸에 맞지 않아 그런 것 같다”며 “다른 것보다 젊은 사람도 병들어 나가는 곳이 감옥생활인데, 고령에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