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1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에서 '아이폰5' 를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그래도 잔치는 잔치더라."

애플이 1년여 만에 공개한 '아이폰5'를 본 IT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베일을 벗은 아이폰5의 모습은 공개직전 전문가들이 했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있던 시절 매번 판올림되던 '혁신적 기능'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애플 특유의 최적화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두께 및 무게, 그래픽, 배터리 용량 등 스마트폰의 비교기준이 되는 기본 사양들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며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5의 출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큰 태풍을 맞을 전망이다. 새로운 전략모델 공개를 앞둔 스마트폰 제조업계와 LTE 시대에 접어들며 재편 중인 통신업계의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작지만 강한 변화로 귀환

애플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에서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5를 공개했다. 전세계에서 1,000여 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린 이날 행사는 팀 쿡 최고경영자가 진행했지만 아이폰5를 포함한 주요 제품들의 소개는 필 실러 최고마케팅책임자가 맡았다.

이날 공개된 아이폰5는 크게 달라진 외관에서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대화면을 선호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전 시리즈에서 고수하던 3.5인치 디스플레이를 4인치로 변경하는 대신 3대 2 비율이었던 화면을 16:9로 길게 늘였다. 애플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편안한 사용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화면을 넓히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덕분에 기존에 5줄이었던 아이콘 배열에서 한 줄이 더 늘어나게 됐다. 3대 2 비율에 맞췄던 기존 애플리케이션들은 화면 위아래에 빈 공간을 두고 구현될 예정이다.

화면이 넓어졌지만 두께와 무게는 대폭 줄였다. 두께는 7.6mm로 전작인 아이폰4S와 비교해 18% 얇아졌고 무게 또한 112g으로 20%나 가벼워졌다. 후면 디자인도 2가지 톤으로 바뀌었다. 강화 유리는 애플 노트북과 같은 금속성 재질로 바꾸면서 단말기 위아래 부분을 흰색 모델은 세라믹 재질로, 검은색 모델은 유리 재질로 다르게 처리했다. 아이폰5를 소개하던 필 실러 부사장은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자화자찬할 정도다.

A6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함으로써 CPU와 그래픽 처리속도를 2배 향상시켰고 최신 운영체제인 iOS6가 적용될 예정이다. 배터리 수명도 늘어났으며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 기능도 강화됐다. LTE(롱텀에볼루션)를 채택해 여타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들과 4G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전략모델로 맞대결"

아이폰5가 공개되며 국내 스마트폰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3사는 저마다 새로 나올 전략모델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며 몰아치는 '아이폰5 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힘을 모아 외풍에 맞서겠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형성된 제조3사는 이달 중순~내달 초 사이에 전략모델을 공개, 애플의 기세를 꺾을 계획이다.

이달 중 신제품 출시가 확정된 곳은 LG전자와 팬택이다. LG전자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갖고 '옵티머스G'를 공개할 예정이다. 9월 말 출시예정이지만 경쟁사보다 앞서 신제품을 소개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옵티머스G는 LG전자가 '구본무폰'으로 명명할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차세대 전략모델로 4.7형 트루 HD IPS+ LCD(해상도 1280X768)에 퀄컴의 스냅드래곤S4프로(APQ8064) 1.5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팬택은 25일 전후로 신제품(모델명 IM-A850)을 공개할 계획이다. 팬택은 당초 이달 초에 전략모델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아이폰5의 출시시기와 맞물려 시기를 늦췄다는 후문이다. 아직까지 신제품의 구체적인 사양과 외관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5.3인치 디스플레이에 쿼드코어 프로세서, 2GB 램 등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달 중순 이후 선보이려 했던 '갤럭시노트2'의 공개시기를 2주 이상 앞당겼다. 전세계적으로 큰 판매고를 올렸던 '갤럭시S3'가 보조금 과열 경쟁 논란에 휩싸이는 등 문제가 커진 까닭에 전략모델 교체 시점이 빨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폰5와 같이 16대 9의 화면비율을 택한 갤럭시노트2는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플랫폼 4.1(젤리빈)과 엑시노스 1.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등을 탑재했다.

통신업계 지각변동 예의주시

아이폰5가 당초 예상대로 LTE를 채택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국내 통신3사도 바빠졌다. 아이폰5는 850MHz, 1.8GHz, 2.1GHz 주파수 대역의 LTE망을 지원하는데 SK텔레콤은 850MHz, 1.8GHz 대역을, KT는 1.8GHz 대역을 LTE 주파수로 이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지원하는 음성통화지원기술이 달라 아이폰5를 출시할 수 없게 됐다.

아이폰5가 출시되면 850MHz, 1.8GHz 두 주파수 대역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LTE 체제로의 전환이 늦었던 까닭에 많은 가입자들을 빼앗겼던 KT 또한 아이폰5 출시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하반기 최대 히트작이 될 아이폰5를 보유하지 못함으로써 3G 시절의 아픔을 다시 겪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