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는 어려서부터 탁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20대 때 탁구를 즐기는 박 후보의 모습. 박근혜 미니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남부럽지 않은 학맥(學脈)을 갖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공부를 참 잘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는 중고 시절 '귀족 학교'인 성심여중ㆍ고를 다녔고, 문 후보와 안 원장은 부산 경남에서 최고를 다투는 경남고와 부산고 출신이다.

또 박 후보는 서강대, 문 후보는 경희대, 안 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박 후보는 전자공학, 문 후보는 법학, 안 원장은 의학을 공부했다.

박근혜-서강학파 울타리

박 후보가 나온 성심여중ㆍ고(8회)는 당시만 해도 아무나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아니었다. 가톨릭계인 이 학교는 한 학년에 두 반만 있었다. 한 반에 30명, 한 학년이라고 해봐야 60명이 전부였다.

안철수 후보는 대학 시절부터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 제공
박 후보는 중ㆍ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박 후보는 "뭐든 열심히 했던 친구"로 기억된다. 박 후보는 배구 등 스포츠에도 열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는 본격 대선 행보에 앞선 지난 5월 총동창회에 참석했다. 이 학교 출신으로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김정란 시인, 정세진 아나운서 등이 있다.

여고 졸업 후 박 후보는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에 입학했다. 어머니인육영수 여사에게 역사학과 진학을 권유 받았다는 박 후보는 자신의 저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아버지가 진로를 물으시자) '산업 역군이 되어 나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대학도 수석으로 졸업했다.

박 후보의 학과 동문은 기업인이 다수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김철규 SK텔링크 사장 등이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휘성 한국IBM 사장 등은 서강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다. 박 후보 진영에는 유난히 서강대 출신들이 많다. 대선 정책을 총괄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서강학파'(1960~70년대 경제 개발을 주도한 서강대 교수 출신 경제 관료)다. 남덕우 전 총리도 서강학파 1세대다.

서병수 당 사무총장(경제학), 조동원 대선기획단 홍보위원(신문방송학),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 등도 박 후보와 서강대 동문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부산 경남지역의 대표적 명문인 경남중고를 나왔다. 경남중 졸업식 때 문 후보. 문재인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경남중고의 힘

문재인 후보는 경남중ㆍ고(25회)를 나왔다. 이 학교 동문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나라님을 배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에 들떠 있다고 한다.

문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문재인의 걸어온 길'에서 "중ㆍ고교 때 내 별명은 '문제아'였다"고 적었다. 당초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이긴 했지만 고3때 술과 담배에도 손을 대면서 그런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문 후보는 "빈부 격차가 확연한 경남중학교의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세상의 불공평함과 그로 인한 위화감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집은 많이 가난했지만 당시 경남고 학생들은 대체로 잘사는 편이었다. 고위층, 부유층의 자제가 많았다.

경남고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수장을 모두 배출한 학교(경기고 경북고) 중 하나로 유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김형오 전 의원, 양승태 대법원장이 문 후보의 선배들이다.

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종웅 대한석유협회 회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문 후보와 고교 동문이다.

문 후보는 경희대 법대 72학번이다. 유수한 학생들이 모인 경남고에서도 공부를 꽤나 잘했던 문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목표로 했으나 4년 장학금을 내건 경희대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문 후보는 대학 3학년이던 1974년에 유신 반대 시위를 기획하기도 하는 등 시대 고민도 적지 않았다.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 등은 문 후보의 과 동기다.

안철수-부산고 자부심

안철수 원장은 부산 중앙중ㆍ부산고(33회)를 졸업했다. 안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초등학교 내내 공부를 못했다. 중학교 때도 반에서 1등 한 번 못해봤다. 고교 때 조금씩 나아지더니 고3때 이과 전체 1등을 처음 해봤다"고 했다.

안 원장은 또 "제가 다닐 때 부산고가 3년 동안 전국 우승을 다섯 번이나 했을 정도로 야구 명문이라 응원하러 많이 다녔다"고 술회했다. 부산고 출신이라는 데 대한 안 원장의 자부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안 원장의 동문들도 박 후보나 문 후보 못지않다. 안 원장의 동기로는 최규홍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 등이 있다. 이 국장은 박근혜 후보에게 정수장학회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회사에서 대기 발령을 받았다.

조현오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임채진 전 검찰총장, 정경득 전 경남은행장 등은 안 원장과 부산고 동문이다.

서울 의대를 나온 안 원장에게는 대학 인맥도 든든하다. 안 원장은 서울 의대 출신으로 진료 외 직업을 가진 이들의 모임 '경의지회'(境醫之會·의사의 경계를 넘었다는 의미) 멤버였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철준 한독약품 대표, 신상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 모임의 회원이었다. 물론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모임에서 함께 했다.

안 원장은 두 번이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펜실베이니아대 공학 석사, 와튼스쿨 학맥도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한국인 유학생들과 사적인 관계는 많이 맺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철수 만나려면 도서관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