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의 영재교육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자녀가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면 큰 벼슬이나 한 것처럼 자랑하고 다니던 학부모, 그에 기죽기 싫어 평범한 아이를 억지로 영재학원에 보내놓고서는 "우리 아이도 영재"라며 너스레를 떨던 학부모도 있었다.

영재를 영재답게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획일적이고 애매한 영재 선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한 분야에서 특출한 가능성을 보이는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켜 그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 영재교육의 핵심인데, 현재의 영재교육은 그 분야를 수학, 과학, 영어 등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좀더 다양한 분야, 좀더 많은 학생들에게서 재능을 발굴해야 한다. 이왕 영재교육을 할 바에는 검증된 교육기관에서 진행해야 하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제대로 키워줘야 할 것이다.

또한 '하나의 영재는 한 가지 재능'이라는 불문율이 깨어질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학 한 과목만 잘하는 인재보다는 수학과 물리, 수학과 화학을 동시에 잘하는 다양성을 가진 학생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한 아이가 가진 여러 재능을 함께 발굴하듯, 여러 학문분야의 특성을 살려 융합한 학문을 개발해야 한다. 각 분야의 장점을 내포하고 있는 융합과목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융합과목이란 단순히 여러 과목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 분야의 특성과 장점을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해 그 효과를 몇 배 상승시켜야만 진정한 융합과목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순수 수학의 원리를 전자, 전기, 기계 등의 분야에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팀(STEAM) 융합과목이 유행하고 있는데,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의 장점을 극대화해 조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뜻한다.

융합과목의 중요성은 영재교육시설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얼마 전 한 언론사에서 전국 이공계 대학의 학업 성취도 순위를 발표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전공 분야별 최상위권에 있는 대학이나 그 학과들의 경우, 단독과목보다는 다른 과목과의 효과적 결합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통계와 IT가 만난 과목, 전자와 물리가 조합된 과목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좀더 일찍부터 이러한 융합과목이 대학에서 활용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대학 신입생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여러 이공계 교수들을 골머리 썩게 하는 문제를 진작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공대학 1학년을 대상으로 대학수학 또는 미분적분학 과목을 개설한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에게 첫 강의부터 '전공의 기초'인 미분적분학을 가르치려 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일쑤다. 공대 신입생 중에는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문과생도 있고,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포기했으나 점수에 맞춰 별 수 없이 과를 선택한 학생도 있다.

그러나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그 격차를 여간 해선 줄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융합과목의 원리를 통해, 문과 출신 학생 또는 기초 부족 학생도 전공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미분적분학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여러 전공간의 절묘한 조합이 필요하다. 수학 전공자들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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