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주·중도개혁 포함 비박·친이 흡수도 적극… 공보라인은 친박 장악


친노 비판 우상호 등 비노측에 적극 구애… 친노 중심은 여전해


전문가 집단 주축 정치 경험 부재 커버… 박원순 인사 대거 합류

한초삼걸(漢初三傑). 기원전 202년 고조 유방(劉邦)이 한나라를 건국한 뒤 베푼 연회에서 개국공신 3명을 이렇게 칭송했다. 한초삼걸은 장량(張良) 소하(蕭何) 한신(韓信) 세 사람이다.

"장막 안에서 작전을 짜서 천 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자면 나는 자방(子房ㆍ장량)을 따르지 못하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는 일이라면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하오.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소."

출전 채비는 거의 마쳤다. 오는 12월19일에 치러지는 제18대 대선에 출전하려는 여야 유력 주자 3인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링에 올라가 후회 없이 싸우는 일뿐이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후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또 모든 면에서 후보가 참모보다 잘할 수도 없다. 그래서 참모가 중요하다.

장량 소하 한신은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열세였던 유방이 항우를 꺾고 중원을 재통일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장량은 전략가, 소하는 행정가, 한신은 군사전문가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60) 새누리당 후보, (59) 민주통합당 후보, (50) 무소속 후보가 한초삼걸을 애타게 찾고 있다. 각각 '대통합' '용광로' '전문성'을 화두로 내세운 새 후보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중도까지 아우르자"

문재인
세 후보 모두 외연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인물을 '모셔올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 또 후보들의 장점은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은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해줄 참모가 있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이 없다.

과거사 논란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른 박 후보는 민주주의와 중도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물론이고 1970,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까지도 영입 대상에 올려놓았다.

외연 확대와 함께 당내 결집을 위해 박 후보는 이른바 비박(비 ) 진영 인사들을 흡수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이를 반영해 지난 26일 발표한 중앙선대위 인선에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 후보와 대통령 경선을 함께 치른 김태호 안상수 임태희 전 경선 후보자 등 비박 인사들이 의장단에 포함됐다.

또한 SNS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철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국내 대형포털사이트인 다음 부사장 출신으로 현정부에서 뉴미디어 비서관을 지낸 대표적인 MB맨이기도 하다.

박 후보 측은 친이(친 이명박)계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 선거를 돕는 시나리오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미 캠프에 몸담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최경환 비서실장, 이주영 대선기획단장, 이상일 조윤선 대변인 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박 후보의 곁을 지킨다.

일련의 인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로 친박"이라는 냉소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비박을 아우르겠다고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거의 모든 요직, 특히 공보라인은 친박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 이탈은 없다"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까지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 문 후보 측이 요즘 그렇다. 안 후보 쪽으로 소속 의원들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센터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서 "128명 의원 모두 한 분도 빠짐없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후보가 직접 나서서 의원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안철수
친노(친 노무현) 색채가 짙은 문 후보는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친노와 각을 세워온 정동영 상임고문을 미래캠프 내 남북경제연합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정 고문은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17대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우상호 의원이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우 의원은 공개적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해왔던 인물이자 비노 진영의 주축 멤버 중 한 명이다.

이 밖에도 안도현 시인,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노영민 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도 친노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문 후보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이인영 기획위원 역시 비노 그룹에 속한다.

문 후보 측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당내 결집이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우선, 안 후보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일부 인사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

여기에 "비노 인사들을 등용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친노가 중심축이지 않나. 도로 열린우리당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친노와 비노의 화학적 결합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안 "실무진 위주로 간다"

안 후보 최대 약점은 구체성 부족이다. "잘하겠다" "깨끗하게 하겠다"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말만 있지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염두에 둔 안 후보 측은 정책 공약을 개발할 수 있는 실무진 구축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정치 경험 부재라는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정당 출신 인사들도 많이 품었다.

안 후보는 지난 23일 '국민의 내일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첫 포럼을 개최하면서 전문가 집단의 단면을 선보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지훈 관동대 의대 교수,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학과 석좌교수, 안은주 제주 올레 사무국장, 이은애 소셜벤처 시즈 이사장 등이 이날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은 캠프 외곽부대로서 안 후보 공약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안 후보의 캠프에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하는 데 한몫을 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박원순 캠프 판박이"라는 말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안 후보 캠프에서 총괄역을 맡은 박선숙 전 의원은 박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약했다. 박 후보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짰던 김윤재 변호사는 안 후보 캠프에서도 전략통으로 나선다. 조광희 현 비서실장은 법률특보, 유민영 현 대변인은 메시지팀장, 한형민 현 기획팀장은 공보특보를 맡아 박 후보를 도왔었다.

오랫동안 안 후보와 함께 해온 금태섭(법률지원단장) 강인철(상황실장) 변호사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변함없이 중책을 맡아 '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

안 후보 캠프의 인선을 두고 "역시 참신하다"는 평과 "역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엇갈린다. 안 후보 측은 "의원을 모셔오는 일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입 자체가 녹록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文 "安 조기등판 고맙긴 한데…"


3자 구도 정립따라 여당의 집중포화 분산
캠프 정비 시간 벌어… 완주 선언엔 '떨떠름'

최경호기자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내심 미소 짓고 있다. 무소속 후보의 공식 출마 선언이 반갑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그간 안 후보의 출마 시기를 두고 정가에서는 추측이 난무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직후가 될 것이다." "10월 이후로 최대한 늦출 것이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다하고 나면 아예 출마의 뜻을 접을 것이다."

안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 대선 경선이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후보 쪽으로 기울 듯하자 곧바로 대선 출마 선언을 암시했고, 마침내 지난 19일 출사표를 밝혔다.

안 후보가 당당하게 링에 오르자 '경쟁자'인 문 후보 측에는 생기가 돌고 있다. 자칫 문 후보에게 집중될 뻔했던 '관심'이 자연스럽게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안 후보가 지금까지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면, 대선 판도는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1대1 구도가 형성된다. 그럴 경우 문 후보는 혼자서 박 후보 측의 거센 공격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결정된 박 후보는 캠프 인적 자원, 전략과 전술 등 여러 면에서 문 후보보다 한 발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 후보로서는 주도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 불과 3일 만에 안 후보가 링에 오름에 따라 대선정국은 '박-문-안' 3자 구도가 정립(鼎立)됐다. 여당의 포화도 문 후보와 안 후보 두 사람에게 분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식통은 "문 후보 측이 안 후보의 조기 등판에 내심 고마워하는 것 같다"면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조기 출마 선언 덕에 모든 체제를 완벽하게 정비하기까지 시간적으로 한 달은 벌었다고 보고 있다"고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끝까지 안 후보에게 고마워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공연장에서 열린 'PD수첩 정상화를 위한 호프(HOPE) 콘서트'에 참석해 사회자인 김미화씨한테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 중도에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제가 지난주 수요일(9월19일 대선출마 기자회견 날)에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답변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의미였다.

문 후보 측은 현재 지지율은 다자 대결이든 양자 대결이든 안 후보에게 어느 정도 뒤지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면 조직, 경험, 인적 구성 등에서 앞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추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서도 승리할 거라는 게 문 후보 측의 계산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완주를 선언하면서 문 후보 측의 셈법은 어그러지게 됐다.

'민주 심장' 호남선 文보다 安


월드리서치 지지율 조사서 2배 가까이 차이
安 부인 김미경 교수 고향 순천 '플러스 효과'

최경호기자

무소속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후보에게 2배까지 앞서고 있다. 문 후보가 호남에서 열세를 보인다는 것은, 적어도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아직까지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1, 22일 국민일보와 월드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를 묻는 질문에 46.1%의 지지율로 43%인 안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64.2%, 문 후보가 33.9%였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 글로벌리서치의 호남지역 조사에서도 안 후보 51.6%, 문 후보 43.1%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3자 대결 항목에서 문 후보는 34.2%에 그쳐 46.5%를 얻은 안 후보에게 뒤졌다.

리얼미터의 17~21일 주간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9.6%로 38.5%의 안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광주 전남에서는 안 후보 55.8% 대 문 후보 31%, 전북에서는 안 후보 53.3% 대 문 후보 36.9%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두 가지로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호남지역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여전하다는 것과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고향이 전남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또 김 교수의 부모는 현재 여수에 살고 있으며, 안 후보는 1년에 몇 차례 처가를 찾아 머리를 식힌다고 한다. 안 후보는 27일에도 처가가 있는 여수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href=" mailto: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