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530개사, 강원도에는 단 4개사뿐

국내 경제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특정지역에만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운영하는 기업정보서비스 '코참비즈'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기준 국내 1,000대기업 중 3분의 2가 서울ㆍ경기지역에 몰려 있는 반면, 강원도 지역에는 단 4개사만이 위치해 극단적인 양극화 형태로 나타났다.

매출ㆍ종업원↑… 순이익↓

대한상의에 따르면 1,000대기업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여파 속에서도 실적 면에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기업의 매출은 2,113조원으로 전년대비 220조원(11.6%) 증가했다. 기업 매출을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의 기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0%(22조4,000억원) 감소했다. 2011년 1,000대기업은 95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순이익은 줄어들면서 매출대비 순이익률도 지난해와 비교해 1.7%p 감소한 4.5%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8년(매출 1,827조원, 순이익 53조6,000억원, 매출대비 순이익률 1.6%)과 비교하면 매출은 15.7%(286조원), 순이익 77.8%(41조7,000억원), 매출대비 순이익률 1.6%가 증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학습효과로 기업들의 위기대응능력이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1,000대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000대기업의 전체 종업원 수는 170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5.4%(8만6,000명)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 증가율인 1.7%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서울ㆍ경기지역 집중 심해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1,000대기업이었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서울ㆍ경기지역에 위치하면서 경제력의 지역편중화를 심화시켰다는 말을 듣게 됐다.

<주간한국>이 대한상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000대기업의 절반이 넘는 530개사가 위치해있었다. 경기도에도 147개사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1,000대기업 중 67.7%가 전체 국토면적의 10.8%(10,776㎢/100,148㎢)에 불과한 서울ㆍ경기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매출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더욱 심각하다. 본사가 서울에 위치한 1,000대기업 530개사의 2011년 총 매출은 1,361조9,000억원이다. 1,000대기업 전체 매출인 2,113조1,000억원의 64.4% 수준이다. 경기도 1,000대기업 147개사의 매출 329조1,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서울ㆍ경기지역에 소재한 1,000대기업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80.0%에 달한다. 1,000대기업만을 놓고 본다면 국내 경제 5분의 4가 서울ㆍ경기권에 집중돼있는 것이다.

강원ㆍ호남지역 썰렁

국내 경제의 대부분이 서울ㆍ경기지역에 위치한 만큼 타 지역의 경제적인 위상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특히 면적만을 놓고 볼 때 전체국토의 16.8%(16,787㎢/100,148㎢)에 달하는 강원도의 낙후성은 서울ㆍ경기권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2011년 매출 기준 1,000대기업 중 강원도에 본사가 위치한 곳은 단 4개사뿐이다. 이제 갓 탄생한 세종시나 사실상 기업이 자리잡기 어려운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매출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소재 1,000대기업 4개사의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0.1% 수준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지역감정의 희생양이 돼왔던 호남지역도 경제력의 집중도가 약하다. 전라도에 위치한 1,000대기업은 전라남북도를 합해 25개사뿐이다. 광주지역을 포함한다고 해도 33개사에 불과하다. 매출도 적다. 호남지역의 2011년 매출은 29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4% 수준이다. 영남지역 매출 259조7,000억원(12.3%)의 9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울산ㆍ인천, 경상남북도 매출 많아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에 위치한 1,000대기업이 42개사로 가장 많다. 그러나 매출로 따지면 28개사가 소재한 울산이 두 배 이상 많다. 현대중공업, LS니꼬동제련 등 대형 업체들이 위치한 울산의 매출은 65조원(3.1%)에 육박한다. 현대제철, 한국GM 등이 있는 인천이 뒤를 이었다. 인천소재 1,000대기업 30개사의 2011년 매출은 51조1,000억원(2.4%)에 달한다.

도 단위에서는 경상북도, 경상남도의 1,000대기업 매출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각각 두산중공업, (주)포스코라는 대형 중공업 업체들이 소재한 경상북도, 경상남도는 지난해 87조3,000억원(4.1%), 64조5,000억원(3.1%)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2010년 공포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직할의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공식출범한 세종시와 제주도의 경우 각각 위치한 1,000대기업 2개사의 매출은 8,000억원씩에 불과했다.

지역 대표 1000대 기업은?


수도권

국내 1,000대기업의 3분의 2가 위치한 서울ㆍ경기지역에는 사실상 대부분의 100대기업이 포함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0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1,000대기업의 수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해 있다. 8위인 한국가스공사(28조3,000억원)와 12위 SK네트웍스(26조2,000억원)도 경기도 성남시, 수원시에 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SK에너지(50조2,000억원), GS칼텍스(45조원), 한국전력공사(43조2,000억원)는 서울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기업 이외에도 서울에는 100대기업 중 무려 73개사가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에는 중공업 회사들이 많은 편이다. 현대제철(15조3,000억원)을 비롯해 한국GM(15조1,000억원), 두산인프라코어(4조4,000억원) 등이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남

영남지역에서 가장 매출고가 높은 기업은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주)포스코다. 지난해 39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포스코는 6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경상북도에는 한국수력원자력(6조6,000억원)과 포스코건설(6조1,000억원) 등도 자리잡고 있다. 경상남도에는 두산중공업(6조7,000억원), 현대위아(5조6,000억원), STX조선해양(4조3,000억원) 등 중공업 회사들이 위치해 있다. 이들을 포함, 경상남도 내 1,000대기업 54개사 중 절반 이상이 창원시에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울산에도 대형 중공업 회사들이 많다. 100위권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25조원), LS니꼬동제련(9조2,000억원), 현대하이스코(6조9,000억원) 등이 울산에 자리잡고 있다. 영남지역 1, 2의 도시인 부산, 대구에는 각각 지역은행인 부산은행(2조9,000억원), 대구은행(2조9,000억원)이 높은 순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호남

호남지역에는 100위권에 있는 기업이 현대삼호중공업 단 하나뿐이다. 지난해 매출 4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84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라남도 영암군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광주 소재의 금호타이어가 뒤따랐다. 그밖에 전라남도에서는 한국바스프(2조원)와 금호산업(1조7,000억원), 전라북도에는 동우화인켐(2조2,000억원)과 전주페이퍼(8,000억원)가 대표기업으로 있다.

충청

대전, 세종시, 충청남북도가 포함된 충청지역의 대표기업은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로 지난해 1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충청남도 서산시에는 삼성토탈(6조8,000억원)과 현대파워텍(2조8,000억원)도 자리잡았다. 충청남도와 비교해 1,000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충청북도에는 오비맥주(1조1,000억원), 삼동(1조1,000억원), 유라코퍼레이션(1조원) 등이 위치해 있다.

대전의 대표기업으로는 KT&G를 꼽을 수 있다. KT&G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1,000대기업 15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라공조(2조원), 홈플러스테스코(1조9,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기타 지역

뚜렷한 대표산업이 없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풍부한 석회석 자원을 필요로 하는 동양시멘트(5,000억원)는 삼척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필수불가결한 대명레저산업(4,000억원)은 홍천에 위치해 있다.

대기업이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인 제주도에는 인터넷ㆍ게임회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다음커뮤니케이션(4,000억원)과 NXC(4,000억원)는 각각 1,000대기업 688위, 717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