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4일 국회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새누리당
'문재인=노무현 실패 프레임' 강조
MB 실정과 박근혜는 무관 주장
안철수 다운계약서 논란 등 부각

▲민주통합당
'박근혜=MB 실정 조력자' 공세
정수장학회·올케의 저축은행 관련 타깃
유일한 친서민 정당 강조 복안

▲안철수측
민주통합당과 협력-경쟁 투트랙 전략
與 막무가내식 네거티브 공세 단호하게 대응
'구태정치 더이상 안돼' 공감대 확산 주력

본선의 승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10월5일 시작된 제19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국감)가 20일간의 '열전'을 치른 뒤 오는 24일 막을 내린다.

이번 국감은 제18대 대통령선거(12월19일)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선용'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에서 '성패'가 본선 '승패'와 직결된다고 보고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4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갖고 있다. 류효진기자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BBK 가짜편지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 ▦4대강 사업 난맥 ▦방송사 파업 문제 등 현정권의 실정을 최대한 들추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현정권의 실정(失政)은 새누리당의 협조와 방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한다. 이에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협력자, 조력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정권의 실정은 인정하되 야권의 무차별적인 파상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또 새누리당은 현정권의 실정이 박근혜 후보와는 무관할 뿐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하지 않다고 맞불을 편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이 그간 민주당이 쳐놓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보고 있다. 아울러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성폭력을 비롯한 안전 등 5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 유일한 수권정당임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여러 굵직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의 최대 관심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다. 특히 박 후보나 문 후보와는 달리 정당 차원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안 후보로서는 이번 국감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4일 울산 남구 울산여자상업고를 방문, 학생들과 함께 냅킨접기 수업을 듣고 있다. 오대근기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공세를 펼치고 여당이 방어하는 게 일반적인 국감의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여야가 양보 없이 치열하게 주먹을 주고받을 것"이라며 "원외의 안철수 측은 차분하게 지켜보되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누리, 정교하고 절제된 공격

새누리당은 정교하면서도 절제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성격상 국감이'야당의 무대'인 만큼, 여당까지 나서서 무책임한 폭로전이나 지리멸렬한 공격으로 일관한다면 역효과가 난다는 판단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를 '노무현의 실패 프레임'으로 몰고 갈 계획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요직을 두루 지낸 문 후보인 만큼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지난 정부의 과(過)를 부각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 후보의 자질론이 의심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왕(王)수석' '실세수석'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누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장충동 개성공단 투자기업을 방문, 투자 협의회에서 준 양복을 입어 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또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이 참여정부 시절에 급성장했다는 의혹, 2008년 말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전 의원의 변호 활동 등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안 후보에 대한 의혹도 다시 파헤칠 예정이다. 산업은행의 안철수 연구소(안랩) 투자 과정에서 뇌물 제공 의혹, 재벌회장 구명 탄원서를 비롯한 V소사이어티의 활동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 후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 의혹,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 재개발 '딱지' 거래 및 아파트 다운계약서(허위 가격으로 작성한 계약서) 논란 등도 공세 대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의혹 말고도 각 당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3, 4개월 전부터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여의도 정보를 바닥부터 훑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네거티브 공세와 메가톤급 폭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 결집력 극대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완주 완주로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로컬푸드 집하장에서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을 앞두고 민주당은 '외형상'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문 후보가 "소속 의원 128명 모두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역할을 맡아 달라"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이해찬 대표,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최고위원 등 당내 대주주들이 '문재인 캠프의 고위전략회의'로 흡수됨과 동시에 사실상 옆으로 한 발짝 비켜 섰다.

이제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대선후보 '문재인의 당'이 된 것이다. 민주당이 국감에서 소속의원 128명의 결집력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의원 숫자는 민주당보다 21명이나 많지만 계파간 셈법이 달라 단일 전선(戰線)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공세는 박 후보에게 집중된다. '박근혜 대세론'을 깨부수겠다는 게 민주당의 다부진 각오다. 굳이 '잠재적 동지'인 안 후보에게 칼을 겨눌 이유는 많지 않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안 후보를 건드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주도권은 패권의식이 강한 친노(친 노무현)가 쥐고 있다.

민주당은 박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역사인식, 정수장학회 문제, 박 후보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의 삼화저축은행 관련 의혹, 새누리당의 '공천 장사' 등을 타깃으로 삼았다.

민주당은 '공천 장사' 사건이 박 후보가 총선을 이끌었을 당시 발생했던 일이라는 점, 박 후보의 대표적인 후견인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 등을 들어 박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긴다는 전략이다.

또 민주당은 고(故)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 정수장학회 등을 박정희 유신정권의 산물로 규정하고 박 후보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민주당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를 박정희 정권이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安, "네거티브? 역풍 맞을 것"

안철수 후보의 캠프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없다. 안 후보 측은 "당분간 의원을 모셔오는 일은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국감을 통해 안철수 캠프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스타의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 후보 측이 국감에서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큰 이유는 현역 의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 후보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안 후보와의) 협력적 경쟁 관계 속에서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막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안 후보 측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한다면 되레 역풍을 맞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진 데서 비롯된 제도 아니냐"면서 "하라는 정부 감시는 뒷전으로 미룬 채 안철수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만 펼친다면 '그래서 구태정치는 안돼'라는 인식만 국민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진다면 우리는 장외에서 '도대체 왜 안철수 현상이 빚어졌냐'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구악정치의 폐해를 알릴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상대가 계속해서 도를 넘는 공격을 해온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부각=후보 부각

공방과 함께 정책 경쟁도 치열하다. 유권자들에게 어느 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2012년 국감이다. 당과 정책이 부각되면 자연스럽게 후보도 부각된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유일 대안임을 강조한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분별한 행태라며 야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법안 발의와 예산 반영을 통해 4ㆍ11 총선 때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들을 대부분 실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는 곧 박 후보가 내세우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와 궤를 같이 한다.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박 후보뿐"이라는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 또한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경쟁에서 결코 뒤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순환출자 전면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법인세 인상 등을 강조하며 유일한 '친서민 정당'임을 띄운다는 복안이다.

또 민주당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과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1% 슈퍼부자증세' 등의 정책도 준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운운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잔치에 불과하다"며 "어느 쪽이 진짜 서민을 위한 정당인지는 국감을 통해 확실하게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국감이 끝난 직후인 내달 초쯤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집중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다른 후보와 무조건적인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천 의지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후보 측근들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박근혜 조카사위 박영우 회장·노무현 조카사위 정재성 변호사 등

최경호기자

이번 국정감사에는 여야 유력 주자들의 측근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야의 '정치공방'이 도를 넘을 경우 국감이 파행 운영될 소지도 다분하다.

새누리당은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변호사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부산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몸담았던 곳이다.

문 후보는 부산의 대표변호사로 재직하던 2004~2007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가성 있는 59억원의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산이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가혹한 검증도 준비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와 관련해서는 이흥선 전 나래이동통신 사장, 전 안랩 2대 주주인 원종호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전 사장은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부당이득과 관련된 증인이고, 원씨는 안랩의 주자 조작 의혹과 관련해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박 회장은 '스마트저축은행 투자를 위한 BW 발행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차익'과 관련해 의심을 사고 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박 회장 부부가 주가조작을 통해 40여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삼화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만 EG 회장, 서향희 변호사 부부는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끝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박 후보의 막냇동생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