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내 롯데면세점에서 출국 전 쇼핑을 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면세점 특혜 문제로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박재완 장관이 답변을 통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면세점들에 대한 입찰자격을 중소ㆍ중견기업에만 주겠다"고 공언하면서 내년 2월 만료되는 해당 매장의 새 주인 찾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자리는 오래전부터 면세점 업계의 판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고 있던 터라 반향이 주목된다.

관세청이 갱신 기준 바꿔줘

지난 5일부터 시작된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떠오른 쟁점들 중 가장 주목이 되었던 사안은 특정 대기업에 특혜가 편중된 면세점 문제였다. 지난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편중된 정책으로 대기업 면세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롯데와 호텔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들이 턱없이 낮은 특허수수료 혜택을 받고 있는 점과 관세청이 특허갱신 기준까지 바꿔주는 것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중 매출액 1,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가 내는 특허수수료는 연간 9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재벌 소유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특허사업자별 매출액, 특허권이용료 납부액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대기업 면세점 매출액 규모는 4조4,007억원이었던 반면, 부과된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1,2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액의 30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기업 면세점들의 매출액이 2008년(2조1,555억원) 3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특허수수료는 1993년 이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홍 의원은 "조속히 관세법 시행규칙을 바꿔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일부 대기업 면세점들이 특허 갱신 기준인 외국인 비중과 매출액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관세청이 해당 기준을 없애는 방향으로 고시를 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목적성 사업임에도 그동안 외국인 인원비중이 급격하게 하락해왔다. 2003년 각각 29.0%ㆍ49.1%였던 외국인 인원ㆍ매출비중이 2007년 14.0%ㆍ26.7%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 인원ㆍ매출 비중은 71.0%ㆍ50.9%에서 86.0%ㆍ73.3%로 늘어났다.

그러나 관세청은 올해 4월 고시개정안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시내면세점의 경우 최근 5년간 외국인 이용자 수가 35% 이상, 매출액 비중이 50%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특허를 갱신해주도록 했던 기준을 없애려 계획했다. 이에 홍 의원은 "대기업 면세점에게만 특혜가 되는 고시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 점유율 80% 넘어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도 대기업 면세점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기에 면세점 민영화가 진행되며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해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미 한국관광공사 운영 면세점 10개 가운데 4개가 문을 닫았고 2013년 2월까지 모든 면세점이 철수함에 따라 전체 면세 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와 호텔신라가 80.9%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변했다.

국부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김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 비중이 총매출대비 10~2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기업 제품과 외산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11년 면세점 매출의 81.9%를 차지하는 외산수입품의 매출액은 약 4조4,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그중 50%인 2조2,000억원 이상이 외국으로 흘러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로 인해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막대한 국부유출이 이뤄진 셈이다. 김 의원은 "부자감세를 넘어 부자면세라는 이름으로 '재벌ㆍ대기업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관광공사 면세점 자리 누가?

대기업 면세점 특혜에 대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날 선 지적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박 장관은 "현재 면세점이 대기업에 편중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고자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가운데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곳과 앞으로 시내에 신설될 12개 면세점 입찰 자격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ㆍ중견기업에만 주겠다"고 공언했다. 공개입찰이 사실상 대기업 특혜로 이어졌던 그간의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박 장관의 공언에 면세점 업계의 시선은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으로 쏠리고 있다. 면세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 모두 해당 매장 선점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치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2,531㎡(767평)로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전체 넓이의 16%에 해당하는 작지 않은 규모인데다 해당 매장을 차지할 경우 취급품목 확대로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사 모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문제는 박 장관의 말대로 중소ㆍ중견기업에게 할당하기엔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책정방식은 최소보장액(계약금액)과 매출실적에 따른 영업료(매출액ⅹ영업료율)를 비교해 높은 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최소보장액보다 영업료가 낮은 까닭에 실제로 매출액의 약 35%를 임대료로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393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는 36.1%인 3,036억원을, 6,9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호텔신라는 34.5%인 2,400억원을 임대료로 지불했다. 한국관광공사 또한 1,646억원의 매출 중 32.5%인 535억원을 임대료로 냈다.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사업자가 공개입찰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참여하는 중소ㆍ중견기업 간 임대료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공개입찰을 거친 임대료 또한 적어도 한국관광공사가 지불해왔던 500억원대보다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한 임대료 부담이 가해질 경우, 중소ㆍ중견기업이 해당 매장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면세율이 낮은 국산품들의 가격을 올리거나 외산품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만 중소ㆍ중견기업이지 대기업 면세점이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대기업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는 매장이나 중소ㆍ중견기업의 매장이 다루는 취급 품목은 그동안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인천국제공항의 수익을 위한 높은 임대료에서 촉발된 문제인데 정작 불똥은 우리에게 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