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특보단 임명장 수여식 및 티타임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박선영(맨 오른쪽) 대통령후보 북한 특보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온다. "3자 대결로 간다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고정 지지층이 탄탄한 반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특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 이상 박 후보의 대세론은 없다는 사실과 함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3자 '정립(鼎立) 구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가 '확실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지역은 대구ㆍ경북(TK) 정도다. 4ㆍ11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이 싹쓸이했던 강원(의석 수 9개)도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박 후보 측이 굳게 '믿었던' 부산ㆍ경남(PK)은 이 지역 출신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면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수도권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박 후보의 고전이 예상된다. "어렵다"는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난 4ㆍ11 총선 때도 전체 득표율로 따지면 보수진영(48.2%)이 진보진영(48.5%)에 근소하게나마 패한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6개월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새누리당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겠냐. 박 후보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 의혹 등 아무리 봐도 그때 비해 호재보다 악재가 많다. 이대로라면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심대평
또 다른 인사는 이 같은 난국의 타개책으로 선진당 등과의 보수 연대를 제시했다. 특히 박 후보 측이 충청권에서 나름대로 '대주주' 역할을 했던 전 선진통일당(구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반드시 품어야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새누리당에서 기댈 곳은 결국 충청권을 기점으로 하는 보수연대 아니겠냐"면서 "최근 박 후보가 직접 나서 전 대표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충청권은 캐스팅보트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충청권이 선택한 후보는 예외 없이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충청권은 충청 토박이들과 함께 영호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도 많아 한 쪽으로 쉽게 표가 쏠리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가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옥좌(玉座)'에 앉았다. 김영삼 후보는 충청권에서 36.12%의 득표율을 기록, 김대중 민주당(27.27%) 후보를 이겼다.

15대 대선에서는 'DJP 연합'에 성공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압승을 거뒀다. 김 후보는 대전에서 44.38% 대 28.65%, 충남에서 47.17% 대 22.99%, 충북에서 36.70% 대 30.19%로 충청권 전 지역에서 이 후보를 눌렀다.

16대 대선 역시 충청권의 민심을 잡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앞세워 충청권에서 51.95%의 득표에 성공, 40.83%에 그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또 17대 대선에서는 36.81%를 얻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2.47%에 머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따라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충청권을 품는다면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박 후보의 절대적 지지기반인 TK와 충청권을 묶어 강력한 '중부벨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과 호남 사이에 '막'을 형성함으로써 야권 바람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박 후보 측은 보고 있다. 현재 판세를 보면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야권 후보의 리드가 예상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충청권 결과를 보면 박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50% 이상 지지율은 아산정책연구원이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해 지난 12~14일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박 후보가 얻었던 46.4%(문재인은 44.7%)와 46.5%(안철수는 44.7%)보다 10%가량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박 후보 측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긴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두 달이나 남았고,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충청권이 더 절실한 박 후보다.

박선영 등 박근혜 품으로

최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측근이었던 박선영 전 의원이 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의 북한담당특보로 임명됐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던 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지만 '탈북자의 대모'로 불릴 만큼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의 새누리당행이 누구와 상의해서 결정한 게 아니라 스스로 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 전 대표 등이 줄곧 보수대연합을 주장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박 전 의원의 선택을 개인 문제로 국한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소속이었던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시장 등이 새누리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충청권 인사들의 일련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이제 남은 것은 전 대표의 선택뿐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후보 측에서 심 전 대표에게 몇 차례 메신저를 보냈으나 확답을 얻지 못하자, 박 후보가 직접 나서 심 전 대표의 지지 약속을 이끌어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 총선에서 세종자치특별시에 출마했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참패한 뒤 움츠러들었던 심 전 대표로서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박 후보 측의 제안을 뿌리칠 이유가 많지 않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당 출신 인사들의 새누리당행 러시에 머리가 아픈 쪽은 이인제 현 대표 측이다. 심 전 대표마저 박 후보 쪽으로 간다면 충청권의 맹주임을 자부해온 이 대표 측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우리 당도 최선, 아니면 차선, 차차선의 선택을 해야 될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움직일 것임을 시사했다.

선진당의 장래를 위해 이 대표가 '독자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은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 당의 진로를 생각한다면 이 대표의 독자 출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회창 김대중 후보가 자웅을 겨뤘던 15대 대선과 정동영 이명박 후보가 격돌했던 17대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여야의 1대1 구도가 아닌 다자 대결 양상으로 18대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대표의 '역할'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朴 "호남도 포기 못해"


한광옥 영입 등 두자릿수 득표율 향해 잰걸음
文 "DJ는행동하는 양심"… 安 "햇볕정책 계승"

최경호기자

역대 대선에서 '전략 투표'를 해왔던 호남은 여러 후보에게 표를 나눠주지 않고 한 쪽에 몰아주는 '쏠림 현상'을 보여왔다. 그래서 후보들, 특히 야권 후보들에게 호남은 단순히 전라남북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렇다 보니 호남을 기반으로는 하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물론이고, '호남의 사위'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 그리고 호남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까지, '호남 쟁탈전'에 가세했다.

박 후보는 현실적으로 호남에서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득표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호남에서 10% 이상 득표에 성공한다면 본선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박 후보 측은 분석하고 있다.

제1야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문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적자(嫡子)'로 인정받는다면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은 물론이고 본선 승리로 너끈하다고 자신한다.

처가가 호남인 안 후보는 자신만이 대선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호남의 아쉬움을 달래줄 유일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호남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앞서고 있다.

세 사람의 '호남 쟁탈전' 압권은 지난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 출신으로 2009년에 타계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살아 있는' 인물로 통한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전 의원 등을 영입한 박 후보는 축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이 중요하고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내가 못한 것을 박 대표가 하라'며 '미안하지만 수고해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그 말에 보답해야 할 때"라며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또 "그(보답할) 길은 동서가 화합하고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이 화합하고 지역간 갈등과 반목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국민 대통합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갈 때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꼭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질세라 안 후보는 "1997년 (대선에서) 국민이 김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유는 바로 변화였다"면서 "2012년, 1997년의 새로운 변화가 재현되길 바란다"며 '어게인(Again) 1997'을 은근히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어 "김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꿈을 이제 저희가 실천할 때"라며 "햇볕정책의 성과를 계승해서 더 발전시키겠다. 정권 교체와 정치 혁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힘줘 말했다.

문 후보는 청주 방문 일정 관계로 불참했으나, 동영상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 후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김대중은 노무현의 반쪽이자 문재인의 반쪽이요, 여러분의 반쪽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절반"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김대중이 있었기에 그 어둠의 시절 험난한 길에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다"며 "김대중은 횃불이자 '행동하는 양심'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