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 타임 오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면 꼭 한 번씩은 듣는 소리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애니팡'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소셜 모바일게임 '애니팡'이 다운로드 2,000만건, 일일이용자 1,000만명, 동시접속자 3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수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국민게임으로 등극했다.

1분 동안 같은 동물 블록 세 개를 맞춰 터트리는 간단한 방식의 애니팡은 높은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많다. 소리를 켜고 게임을 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이용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이나 지인들의 무작위 하트 공세에 따른 스트레스 등 이른바 '애니팡 공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려왔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 또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까지 자리잡은 애니팡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

최근에는 '캔디팡'도 국민게임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구글플레이마켓에만 제공되고 있음에도 최단기간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캔디팡은 애니팡을 비롯, 다른 '팡' 게임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가파른 인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활짝 열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활성화로 모바일게임 대폭 성장

애니팡, 캔디팡을 필두로 절정에 오른 모바일게임 시대는 사실상 스마트폰이 도입됐기에 가능했다. 기존에도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활성화로 그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게임 시장은 '놈', '타이쿤', '미니게임천국' 시리즈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원버튼 형태의 캐주얼 게임이 장악하고 있었다. 원버튼 게임들은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쏠쏠한 인기를 구가했지만 과다한 정보이용료에 비싼 게임 가격까지 더해지며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모바일게임이 도약의 전기를 맞은 것은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아이폰 출시와 함께 열린 애플리케이션시장은 1인 개발자 시대,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대를 만들었다.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부업' 삼아 모바일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열린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대는 '앵그리버드'와 '페이퍼토스' 같은 대박 게임들이 장식했다. 특히 앵그리버드 시리즈는 지난 5월까지 다운로드 10억건을 돌파하고 월 2억명의 이용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국내의 모바일게임 환경도 아이폰3G가 도입된 2009년 11월부터 큰 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와 3G 기술의 발전으로 사실상 데이터요금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까닭에 해외계정을 통해서만 모바일게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는 환경이 2년 가까이 지속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대세는 SNG(소셜네트워크게임)가 됐다. 시간이 날 때만 잠깐씩 플레이할 수 있는 데다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인기비결로 작용했다. 특히, JCE의 '룰더스카이'는 월매출 50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국내 SNG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니팡 또한 대표적인 SNG다. 캐주얼 게임의 특성상 6개월의 길지 않은 수명이 예상되지만 애니팡의 인기는 캔디팡 등 여타 SNG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으로부터 주도권 넘겨받아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게임시장의 미래는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오랫동안 게임시장을 지배했던 온라인게임의 성장성이 둔화된 반면 모바일게임의 성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미래 성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 하반기까지의 시장전개를 놓고 볼 때 게임업계의 주도권은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어느 정도 넘어온 상태다. 이는 인기도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난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플랫폼, 수익구조 등이 다른 까닭에 실질적인 인기도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 동시접속자수를 감안할 때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을 크게 추월한 지 오래다.

개발업체인 선데이토즈에 따르면 애니팡의 경우 지난 11일 동시접속자수 30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모바일게임인 룰더스카이(60만명)의 5배나 되는 기록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중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던 넥슨의 '메이플스토리'(62만7,000명)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실적으로도 온라인게임 업체들을 추월하고 있다. 물론 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일 발간한 '201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게임 매출은 4,236억원으로 6조2,369억원을 기록한 온라인게임의 1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비교하면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오히려 앞선다.

국내 온라인게임 2강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그리 좋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넥슨은 올 상반기 532억엔(7,135억원)의 매출과 280억엔(3,7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온라인ㆍ모바일게임 업체를 통틀어 1위의 기록이었지만 1분기에 비해 2분기 내림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2,880억원의 매출과 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실적하락은 주력게임인 아이온, 리니지2 등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에 기인했다.

그에 반해 모바일게임 1, 2위 업체인 게임빌, 컴투스는 폭발적인 매출ㆍ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게임빌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 317억8,000만원, 영업이익 125억3,000만원을 올렸다. 매출ㆍ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161억9,000만원, 67억2,000만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성적이었다. 컴투스의 성적은 더 좋았다. 컴투스는 올 상반기 72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9억5,000만원을 기록했던 2011년 상반기보다 무려 666%나 증가한 수치다. 매출도 크게(158억5,000만원→332억5,000만원) 늘어났다.

인기도와 실적 상승은 자연스레 위상으로 이어졌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축제인 지스타의 경우 기존에는 온라인게임에 편중된 행사였지만 올해부터는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지스타 2012 국제게임전시회'에 참가하는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업체의 비중은 6대 4 정도로 맞춰질 것이 예상된다.

온라인게임 업체 모바일게임 진출 늘어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기존에 온라인게임을 주로 만들던 게임사들도 모바일게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바일게임을 자사의 미래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게임 1위 업체인 넥슨은 올 4월 자회사인 넥슨모바일과 합병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 올해에만 벌써 10여 종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또한 JCE 인수 이후 인기 SNG 룰더스카이를 내세워 일본시장에 진출한 넥슨은 올해 안에 대만으로도 세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일본에 소재한 대형 모바일게임 업체인 글룹스를 인수하며 사업다각화를 전개하고 있다.

위메이드도 올 4월 자회사인 조이맥스를 통해 3개의 SNG 개발사를 인수했다. 현재 모바일게임 전문 개발사인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엔곤소프트와 함께 5개의 개발 조직을 거느리며 모바일게임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위메이드가 지난 7월 선보인 캔디팡은 서비스 20일 만에 1,000만건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돌풍을 기록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 또한 모바일게임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자회사인 네오위즈인터넷을 흡수ㆍ합병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당시 네오위즈게임즈 측은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핵심 자원과 역량을 결합, 계열사 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시장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아예 온라인과 모바일이 연동되는 멀티플랫폼 게임을 준비 중에 있다.

넥슨은 최근 '삼국지를 품다'와 '레전드오브히어로즈'를 공개, 비공개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삼국지를 품다의 경우 기획 초기 단계부터 온라인과 모바일 디바이스 간의 연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모든 플랫폼 내에서 고사양의 3D 그래픽을 즐길 수 있고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UI)을 지원한다.

인터세이브에서 개발한 레전드오브히어로즈는 지난 9월 사전 공개 테스트를 시작했으나 아직 모바일 버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추가 테스트를 거친 이후 모바일 플랫폼 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캔디팡' 단 20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 달성 갈수록 단축

모바일게임 1,000만 다운로드 달성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국민게임 애니팡에 이어 '팡' 시리즈의 대세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캔디팡이 주인공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캔디팡이 출시 20일 만인 지난 15일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기록은 단일 국가, 단일 마켓(구글 플레이), 단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낸 성과로 애플의 iOS버전 출시 이후 후속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금까지 출시된 국내 모바일게임 중 공식적으로 텐밀리언셀러에 오른 게임은 캔디팡을 포함해 8개에 불과하다. 이중 캔디팡 이전의 최단기간 1,000만 다운로드 돌파 기록은 애니팡이 지니고 있었다. 지난 7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한 애니팡은 출시 39일 만에 텐밀리언셀러가 됐다. NHN재팬의 라인버즐도 만만치 않은 기록을 지니고 있다. 라인버즐은 지난 7월 초 출시된 이후 97일 만인 지난 9일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밖에 에어펭귄(8개월), 타이니팜(1년), 탭소닉(1년), 슬라이스 잇(1년 2개월), 리듬스타 등이 텐밀리언셀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