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 상식 밖 해외사업 파트너 선정 왜?중고 철도차량 수출 잡음'몰아주기식' 수의계약으로 경험 없는 업체 참여시켜기획단계부터 참여 업체는 결격사유 없는데도 탈락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진행하는 파키스탄 중고 철도차량 수출 사업의 파트너 선정 과정에 잡음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팽정광 코레일 부사장(오른쪽)이 지난 7월 20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정부청사에서 아프잘 무자파 파키스탄 국가물류협회(NLC)장과 중고 철도차량 수출 계약서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대표적인 해외사업으로 꼽히는 중고 철도차량 수출을 두고 말들이 많다. 별도의 입찰경쟁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거래업체를 선정하는, 이른바 '몰아주기식'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에 합류한 S사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과 S사 측은 계약서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국토해양부 등에 진정서가 잇달아 접수되면서 이들 기관들의 조사 착수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44억원 규모 사업 체결

코레일은 파키스탄과 144억원 규모의 중고 철도차량 10량 수출 및 차량유지보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월24일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코레일은 보유 중인 중고 철도차량 10량을 2013년 1분기까지 수리해 파키스탄에 수출하고 운전ㆍ유지보수인력도 2년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또한 코레일은 이날 파키스탄 철도부와 철도기술 발전 및 포괄적 교류 협력에도 합의했다. 7월20일 파키스탄 정부청사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팽정광 코레일 부사장, 최충주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를 비롯해 파키스탄 재정부 장관, 철도부 장ㆍ차관 등이 참석했다.

갑작스런 S사 합류는 왜?

코레일이 진행한 중고 철도차량 수출 사업은 말 그대로 25년 이상 된 철도차량의 낡은 부품을 교체하고 재조립해 해외에 되파는 사업이다. 이는 요즘 각광받는 재(再)제조산업의 일환으로, 용광로에 녹여 고철로 파는 기존 처리방식과 비교할 때 경제성과 환경성이 뛰어나다.

파키스탄과 같이 철도체계가 낙후된 곳에 중고 철도차량을 수출할 경우 공급 차량의 운영 및 유지보수 등 기술이전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철도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코레일로서는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파키스탄 철도차량 사업은 지난 40년간 중국이 독점해왔던 터라 코레일의 이번 성과는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이번 코레일-파키스탄 중고 철도차량 계약에 사업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S사가 끼어있다는 점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와 감사원 진정서 등에 따르면 S사는 기존에 철도사업을 진행했던 경력이 일천할뿐더러 관련 기술, 제반 인력 등 사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경우 엔진부품 교체 등 주요 수리는 우리가 하고 S사는 주요부품 해외조달 및 완성된 중고 철도차량의 해외 운송을 맡고 있다"며 "해운물류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S사이니 만큼 사업자 선정과정에 큰 무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간한국>의 취재 결과 S사가 코레일과 맺은 계약은 단순히 부품 해외조달 및 완성차량 해외운송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에 S사가 코레일과 맺은 총 계약금액은 약 39억원 수준으로 부품 해외조달 금액(약 9억원)과 해외운송 금액 (약 5억원)을 합한 것의 세 배 가까운 액수다.

계약금 총액이 늘어난 것은 'Wheel&axle'(바퀴와 차축), 'Power package'(엔진+변속기) 등의 공급과 도색 및 운전실 개조 등 추가항목이 S사와의 계약 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추가 항목 모두 해운물류를 전담하는 S사와는 관계가 없다. 특히 'Power package'의 경우 코레일이 예전부터 국내업체를 통해 조달해왔던 부품이었던 만큼, 기존 계약과정에서 필요 없었던 S사를 굳이 양사 계약관계에 넣을 이유는 없었다.

입찰 대신 39억 수의계약?

코레일의 해명대로 원활한 운송을 위해 해운물류회사인 S사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 또한 석연치 않다. 코레일과 S사 간의 계약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된 까닭이다.

코레일 측이 단가인하, 품질상승 등 경쟁입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억원대의 이익을 포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본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 물자를 제공하는 사업자, 특별한 시설 또는 장비를 갖춘 사업자와는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외 운송'의 경우 S사 말고도 해당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만도 여럿 있기 때문에 관계 법률에 따르면 수의계약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우리가 국내에서 발주하는 사업이라면 공개입찰이 당연하지만 이번 사업은 해외 발주처에서 국제입찰로 진행됐고 코레일은 응찰자 중 한 명이었다"며 "부품조달, 해상운송, 해외계약 등 응찰 전 코레일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협력할 회사를 찾아야 응찰이 가능한 터라 수주도 하기 전에 협력사를 공개경쟁으로 모집할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이어 "이번 사업에는 S사가 협력의사를 표명했기에 응찰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었다"며 "차량개조회사, S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이후에 공동으로 '사업성 분석', '리스크 분석' 등을 시행하고 입찰에 응한 결과 수주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철도차량 사업에 대한 기술과 인력을 지닌 회사들이 여럿 있음에도 굳이 경험이 거의 없는 S사를 협력사로 선정했다면 그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어야 한다. 그런데도 비교견적을 공개적으로 내보지도 않고 수의계약을 맺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만약 처음부터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라며 "계약자가 코레일로 한정된 이상, 견적에 참여했던 업체가 있더라도 다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과 S사 간의 계약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도 발생했다. 당초 파키스탄 중고 철도차량 수출 기획 단계부터 코레일과 함께 사업을 진행했던 H사다. 지난해 말부터 이 사업에 동참해오던 H사는 올해 초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S사에 자리를 내주고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후문이다.

H사 측은 "지난해 말 코레일 측으로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통보를 받고 올해 2월쯤까지 사업성을 검토한 바 있다"며 "이후 공식 통보나 사업중단 통지 같은 것은 받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을 접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H사는 코레일과 함께 상당 수준까지 사업을 전개했으며 실제로 계약 당사자인 파키스탄 NLC(national logistic cell: 국가물류협회) 측에서도 H사의 존재를 인지하고 최종사업제안서까지 제출됐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구매자가 파키스탄 철도부에서 파키스탄 국가물류협회(NLC)로 변경되며 H사에서는 이번 사업을 포기하고 S사가 협력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간한국>을 통해 입수된 최종사업제안서에는 H사 측과 접촉했던 계약주체가 처음부터 NLC로 명기돼 있어 코레일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의 파키스탄 중고 철도차량 수출 사업과 관련한 불법 커넥션 의혹이 커지면서 국토부, 감사원 등 관련 기관들도 조만간 본격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감사원 공보실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일단 대전 사무소에 해당 사건을 배당했으며 곧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의 해외사업 파트너 선정’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10월 29일자 및 11월 12일 자로 코레일의 파키스탄 중고철도차량 수출과 관련한 협력사 선정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동 사업은 파키스탄에서 중고기관차 10량 구매를 위해 국제입찰로 진행한 사업으로 국내 민간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협업관계에 기초하여 응찰 수주하였는바 이와 같은 협업관계 및 수의계약은 관례와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 의거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