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처장은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 터 매입 비용의 일부를 경호처가 떠안도록 해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내곡동 특검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이 이번 수사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검무용론'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 이번 내곡동 특검에 대해 회의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여러 핵심 관계자를 소환조사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실을 그대로 진술할 가능성이 낮고 이미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필요한 증거들이 상당부분 인멸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관련자들이 이미 모든 정황에 대해 입을 맞춘 상태에서 특검조사에 응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이 이들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깨고 허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도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는 특검수사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특검이 이미 내곡동 수사와 관련해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 동향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에 따르면 야심차게 출발한 특검조사가 정치권 이슈 만들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지난달 25일 이시형 조사에서 특별한 얘기가 나온 것이 없다. 대체적으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광범 특별검사
또 이 인사는 "김윤옥 여사 관련 여부, 청와대 경호처의 역할 분담 부분도 지금 나올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며 "예전 검찰 수사 당시 이미 여러 의혹들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결정적 단서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특검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다른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이 과거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사실 몇 가지를 찾아냈다는 말도 들린다. 내곡동 부지 매입에 개입한 세력과 자금출처 등과 관련된 의혹을 상당부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자금출처 커넥션 드러날까

이상은(79) 다스 회장의 차명계좌 추적에 들어간 특검팀()은 지난 1일 오후 다스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이상은 회장 집무실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빌렸다는 6억원의 출처가 다스의 공식 계좌가 아닌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6억원은 개인 돈"이라고 밝혔지만, 개인돈이라면서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현금 뭉치로 전달한 것이 의심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지난해 5월 20일 이 회장을 만나 차용증을 전달하고 5월 24일 돈을 빌렸다는 진술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이 회장의 과거 행적도 추적하고 있다. 특검팀은 다스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해 이 회장의 개인 일정 관리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 서울사무소에는 이 회장이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집무실이 있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인 10월 17일 경북 경주에 있는 다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의 다스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은 이 회장 개인 자금과 일정 등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일에는 내곡동 사저 부지에 있던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데 이 대통령 명의로 계약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S산업개발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매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에 있던 기존 건물의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에 대한 계약서와 공사대금 3,000만원, 세금계산서 발행 모두 이 대통령 명의로 이뤄졌고 계약서 체결은 사저 부지 매입 실무를 담당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 김태환씨(56)가 맡았다.

특검조사에서 시형씨가 자신이 내곡동 땅의 실매입자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나오면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최근 김태환씨와 계약을 한 이 회사 직원을 불러 조사했고 김태환씨와 대질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50분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67)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김 전 처장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내곡동 9필지 중 3필지를 공동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 부담액의 일부를 경호처가 부담하게 해 국가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특검이 핵심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있지만 수사결론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는 송곳 끝부터 들어가서 송곳 자루를 찾아야 하는데 거꾸로 자루부터 찾으려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곡동 특검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내용이며 이와 관련해 이미 검찰 수사 시나리오까지 모든 내용이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 애초 내곡동 의혹을 언론에 흘린 이들이 정치적 의도를 목적으로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특검에 대해 나올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혐의의 법적 해석도 모호

내곡동 부지매입 의혹은 이미 법적인 허점까지 고려해 짜 낸 각본이기 때문에 특검을 통해 위법성을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특검도 소리만 요란할 뿐 결국 결론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검은 우선 이 대통령의 시형씨부터 소환해 조사했다. 우선 시형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배임 의혹이다. 청와대 경호처가 시형씨와 공동구입하는 필지의 값을 애초 매도인이 요구한 액수보다 수억원 낮춰 계약한 것이 다른 필지의 값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특검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시형씨는 내곡동 땅의 매입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이 말대로라면 고의성이 배제되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 이상은 회장의 현금 6억원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연매출 1조원대인 이상은 회장이 현금 몇 억이 없을 리도 없을 뿐 아니라 꼭 계좌로 빌려줄 이유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금이 불법자금화 된 비자금 이라는 증거를 특검이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의 배임 등 가벌성의 문제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아들 이시형에게 교사를 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대통령(교사범)과 이시형(정범: 범죄 실행자)은 공범이다. 형법(형법 제31조)에는 '교사범은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정범이 죄가 되지 않는다면 교사범(공범)은 처벌받지 않으며, 공범의 성립요건으로 정범이 실행에 착수해야 한다. 여기에 정범은 고의범이어야 하고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해야 범죄를 구성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시형씨에게 배임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경우 이대통령 역시 죄를 묻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의 혐의자 소환이 과연 얼마나 범죄구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무용론 이번엔 설욕하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예상을 뛰어넘어 속전속결 식으로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형씨 소환이 형식적 조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팀이 시형씨가 사저 부지 매입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자금을 마련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도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한 적극적 의지의 표명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형씨가 청와대 경호처와 내곡동 부지의 지분과 땅값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부지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의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형씨의 사전 공모 여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호처의 배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시형씨는 검찰 수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당시 시형씨의 부지 매입자금 12억원에 대한 출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수사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형씨는 12억원 중 6억원은 어머니 김 여사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했고,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빌렸다고 밝혀왔다.

시형씨는 이 회장에게 6억원을 현금으로 빌린 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돈의 출처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6억원의 출처를 추적하다 보면 돈의 성격과 비자금인지 여부 등 드러날 수도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김 여사의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6억원에 대해서는 대출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출 경위를 따져보기 위해 돈을 빌려준 농협 청와대지점 직원들을 나흘째 소환조사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일고-서울법대… 판사 25년 '걸물'로 통해


윤지환기자


이광범 특검은 광주일고-서울 법대를 나와 제23회 사범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이 특검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광주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200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의 항소심에서 석명권(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유명하며 지난해 2월 17일자로 법복(法服)을 벗었다.

판사 경력 25년을 자랑하는 이 특검은 법원 내에서 '걸물'로 통한다. 이 특검은 사석에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뿐 아니라 술도 제법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로 잔뼈가 굵은 이 특검이지만 전형적인 '판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지인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이 특검은 탁월한 두뇌 회전, 독보적인 카리스마, 뛰어난 조직 장악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특검은 퇴임 후 대형 로펌들의 끈질긴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하고 조용히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특검은 현실적인 이익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2월 이 특검이 법복을 벗은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친형인 이상훈 대법관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충정"이라고 설명한다. "형만 한 아우는 없다지만 이 특검은 예외"라는 말도 들렸다.

이 특검은 수사팀 실무자들에게 기강 확립 촉구와 함께 수사 관련 기밀 누설 절대 금지 등 엄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특검팀의 경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외부로 새나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