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테마주 검은손' 다시 '꿈틀'"安 측근 테마주와 관련"새누리 집중 공세민주는 "朴조카 조작 혐의"MB 핵심인사도 연루 정황검찰 관련정보 수집 돌입

정치테마주가 다시 증시를 뜨겁게 달구면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은 대선 막바지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난 9월 이른바 '개미'라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피눈물을 쏟게 한 대선 테마주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불어 닥치기 시작한 테마주 광풍은 9월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권가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광풍은 지난 9월 중순경부터 급속하게 힘을 잃기 시작했다.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테마주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테마주가 폭락수순을 밟았다.

테마주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10월 중순경부터다. 폭락했던 테마주들이 다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대선 테마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써니전자다. 써니전자는 여러 테마주들 중에서도 주가가 가장 크게 뛰어오르며 올해 테마주를 대표하는 종목이 됐다.

테마주 광풍이 써니전자에 가장 먼저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산업 사태로 미래산업을 비롯한 여러 테마주들이 동반폭락 할 때 써니전자 역시 주당 1만원 정도하던 주가가 순식간에 3,000원대로 폭락했다. 이것이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 일이다. 테마주가 재점화되고 있는 지금 그 선봉에서 또 다시 써니전자가 테마주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안철수 테마주가 주식시장을 뒤흔들자 새누리당은 이를 공격무기로 삼고 있다. 동시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대선 테마주에 대한 본격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증권가에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테마주 작전세력 있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다-3탄: 무역인과의 만남' 행사에서 중소기업의 수출지원 방안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테마주가 폭등에서 폭락으로 그리고 다시 폭등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두고 "테마주 관련 작전세력이 있을 수 있다. 사정기관에서 전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전세력 개입 의혹이 일고 있는 테마주는 안철수 테마주다. 이에 지난달 23일 새누리당은 테마주와 연결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본격화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 대해 집중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를 요구했다.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국정감사가 북방한계선(NLL)ㆍ정수장학회 공방으로 덮이면서 안 후보가 이 공방 뒤에 숨었다"면서 "오늘부터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헌 선대위 국민소통위원장은 "안 후보가 작년 10ㆍ26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로 안랩 주가가 16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안 후보는 주가를 잔뜩 올려놓고 놔서 이제와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손을 떼겠다고 하니 주가가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안 후보와 2대 주주인 원종호씨는 주가가 12만원일때 주식을 팔아 각각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면서 "안 후보와 원씨가 1,000억원 넘는 이득을 보는 과정에 주가조작과 관련이 있는지 금융당국이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일 강원도 원주 반곡동 혁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 박현영 사업단장으로부터 조성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진 당 전략기획본부장도 "주가가 폭등해 비상상황일 때에는 1대 주주는 주식을 팔면 안된다"면서 "안 후보는 안랩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주식을 팔았음에도 일반 투자자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은 도덕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이번 국감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해선 '불법ㆍ탈세ㆍ비리 백화점'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면서 "부동산 다운계약서와 '딱지' 거래 등 20여건이 연루돼 있는 만큼 부동산 관련 조사위원회를 당내에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안 후보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자신 있게 제기하고 나선 배경에는 주식시장에서 도는 심상치 않은 소문들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안 후보와 관련된 여러 측근들이 안철수 테마주에 개입돼 있다"거나 "안 후보 관련 테마주 주가를 특정 작전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정문술 전 회장의 '먹튀' 사건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과 안철수 테마주 폭등폭락 배후에 특정 세력이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촉구가 민주당과 새누리당에서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테마주 뿐 아니라 대선 테마주와 관련된 일체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테마주와 관련된 작전세력들을 포착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일명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외국국적 한인과 국내 기업 2세, 3세들이 검찰의 주가조작 작전세력 리스트에 올라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병인묘역을 돌아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작전세력들이 국내 호텔 등으로 돌며 주가를 조작하거나 강남 특정 건물에 세를 얻어 작업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주가조작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들의 신원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포착되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소문에 따르면 검찰이 파악한 리스트에는 ○○건설사 오너 측근과 XX기업 3세 그리고 외국계 금융 기업 고위인사인 R씨 등이 포함돼 있다.

주가조작 의혹 대선 변수

박근혜 후보의 측근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박 후보 조카 부부가 올 초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4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 대유신소재는 2006년에도 주가조작을 한 혐의가 있다"고 폭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강기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9일 국회 정무위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박 후보 조카사위 박영우씨가 운영하는 대유신소재가 통정매매 등의 수법으로 6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대유신소재는 2006년 6월, 자동차 스티어링 휠 제조업체와 합병하면서 계열사와 임원 2명, 가족 4명 등이 1,250원에 1,753만주를 취득했다.

합병 당시 1,000원대였던 주가는 2007년 2월에는 9,000원대까지 폭등했고 계열사와 이들 6명은 그 사이 총 3차례에 걸쳐 취득 주식을 매도했다. 대유신소재의 경우 2006년 8월 31일~9월 3일, 2006년 12월 5일~2007년 1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44만여주, 45만여주를 매도해 총 25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가가 급등한 2007년 1월부터 2월 사이에는 박영우 회장 일가인 박재옥, 한유진, 박은희, 박은진과 임원 2명이 보유 주식을 매도해 4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 시기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이른바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이 주원인으로, 금융감독원은 당시 모 증권사 전 최대주주 등 6명을 대유신소재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주가조작세력간 통정거래 뿐만 아니라 회사와의 통정거래가 있었는데도 금융감독원은 회사는 고발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이 회사와 주가조작세력간 공모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금감원이 무능력하거나 박 후보의 조카부부 회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봐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테마주가 다시 뜨겁게 달궈지면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은 대선 막바지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안 후보 관련 테마주를 검찰이 살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검찰은 테마주와 관련해 작전세력 개입 여부를 조심스럽게 들춰보고 있다.

이 소식통은 "정치권에서 테마주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작전세력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해 조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며 "이미 검찰은 테마주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B도 주가조작 의심

BBK 사건의 피해자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미국 내 민사소송을 8년 동안 맡아온 한국계 메리 리 변호사는 지난달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리카 김이 주도적으로 40여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대표로 있는 다스와 합의해 옵셔널벤처스가 회수해야 할 횡령금 140억원을 다스로 불법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 변호사는 또 BBK 사건이 10년 전 시작된 첫번째 검찰 수사에서 어긋나 부실 수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2003년 수사 당시 에리카 김이 체포영장 청구 대상에서 빠졌고 이 대통령도 주가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 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는 그 '지도'를 바꿀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의 측근들도 주가조작에 개입됐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대선 때 MB캠프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A씨는 해외자원외교와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사고 있다. A씨는 최근까지도 MB의 핵심인사로 MB의 퇴임 후를 준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MB의 핵심인사로 분류된 B씨도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인사는 4대강 사업과 녹색에너지 사업 등에 깊이 연관돼 있으며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할 때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정권이 교체될 경우 MB정부 여러 비리의혹과 관련해 이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가조작 사범 안 봐준다"


서울고법, 박성훈 대표에 징역 6년 중형 선고 '철퇴'

주가조작 문제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사법부도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는 분위기다.

최근 수백억원의 주가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 창업자인 박성훈 글로웍스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지난 2일 박 대표에 대해 금광개발 관련 시세조종행위·부정거래 혐의와 글로웍스 등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원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의 공소장 일부가 변경돼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직권 파기하고 다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 대표의 몽골 금광개발사업 등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글로웍스가 낸 보도자료 중 일부가 허위이며 박 대표도 사업에 대한 거짓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는 1심과 뜻을 같이해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박 대표는 호재성 허위정보 유포 등 수법으로 사상 최대 주가조작을 저지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9년 4~10월 '글로웍스의 몽골 금광개발 투자로 3조3,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평가됐다'는 거짓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허위 공시하는 수법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555억3,400만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