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결국은 지지율 싸움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문재인(59)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50) 무소속 대선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게임은 어느 쪽의 지지율이 높은가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인재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양측은 기본적으로 후보의 외연을 확대하고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라면 누구라도 만나고 또 데려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흐름도 그랬다.

양측의 인재 쟁탈전 중심에 인기 소설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65) 건국대 석좌교수가 있다. 소설 <인간시장>으로 대중과 친숙해진 김 교수는 15, 16대 국회에서는 '꼬마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김 교수에게 영입을 제안했던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양측 모두에게 정중하게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귀띔했다.

15, 16대 때 '꼬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던 김 교수는 국회의원 시절 눈부신 의정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시민단체 선정 우수국회의원에 김 교수는 단골로 등장했다. 의정활동기간 총점을 평가하면 김 교수가 '종합 챔피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덕룡
금배지 시절 김 교수는 국정감사 사전예고제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16대 국회 때 국감 기간이 되면 주제별로 질문 예고제를 실시했다.

적어도 국감이 피감(彼監) 기관을 상대로 무책임한 '한방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서 비롯된 발상이었다. 김 교수가 국회를 떠난 뒤로도 일부 '의식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감 사전예고제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이 김 교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처럼 그의 빛나는 의정활동이 전부가 아니다. 김 교수는 16대 때는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정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꼬마 민주당'에서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야권 후보들과 김 교수는 정치적 공감대나 뿌리를 공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2003년 12월에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며 한나라당 비례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김 교수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반대 등 한나라당 당론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다 같은 해 9월에는 8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종로에 출마했으나 500표차로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했고 이후 정계와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 모두 김 교수가 OK만 해준다면 중책을 맡기겠다는 복안이다. 안 후보 측에서는 김 교수에게 후방지원부대의 '사령관' 자리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고, 대선 구도가 여야 간 1대1 대결로 재편된다면 김 교수가 보다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비판적인 시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 교수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올곧고 깨끗하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김 교수는 국민적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그가 정치 재개를 선언만 한다면 대선 정국에서 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소설가, 방송인, 정치인으로 30여 년을 살아온 김 교수이지만 요즘에는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간 150회 이상 강연 일정을 소화한다고 한다.

'상도동계 간판' 의 선택은…


최경호기자


호남 출신… 원로로서 역할 고민 중
문·안 "도와만 준다면…" 지원 기대

한광옥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와 함께 상도동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전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캠프에, 권 전 의원은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 의원 등 상도동계에 쏠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현정권 출범에 혁혁한 공을 세운 6인회 멤버이긴 하지만 뿌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원조 상도동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6인회 멤버 가운데 김 전 의원과 이재오 의원을 뺀 나머지 3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법 처리를 받았거나 구설에 올랐다는 점도 김 전 의원을 더 돋보이게 한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의원은 상도동계 인사 중에는 보기 드물게 호남 출신(전북 익산)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정계의 원로로서 '역할'을 고민하고는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당장 특정 후보의 편에 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과 편치 않은 관계에 있는 박근혜 후보를 밀어주기는 더 어려운 듯하다.

김 전 의원의 '단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김 전 의원의 '지원'을 바란다는 후문이다. 안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DR이라면…"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동교동계가 움직였으니 상도동계도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른 누구보다 전 의원이 관심 대상이다. 김 전 의원을 영입하는 진영은 향후 대선 정국에서 자신감과 탄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