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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밖에선 웃었지만 안에선 얼굴 붉혔다?

75분간 단일화 단독 회동… 대통령 권한 축소 '동감'
방식·패자 역할 놓고는 격론… 안 주도권 행사에 갈등설
  • 문재인(왼쪽)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마침내 '문안' 인사를 올렸다.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압박을 받던 문재인(59)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50)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배석자 없이 75분간 단독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안 후보가 지난 5일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 방문 중에 전격 제안했고, 이를 문 후보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안 후보가 호남지역 지지율 조사에서 문 후보를 다소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제안은 매우 '전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회동을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되 후보 등록일(11월25, 26일) 전에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회동 후 양 캠프는 "두 후보가 1시간15분 동안 단독회담을 포함해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두 후보는 ▦엄중한 시대 상황, 고단한 국민의 삶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 나누고 인식 공유 ▦정권 교체를 위해 새 정치와 정치 혁신 필요, 정치 혁신의 첫걸음은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데 공감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 원칙 아래 새누리당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국민의 뜻을 모은다 ▦단일 후보는 후보 등록 이전까지 결정 ▦양측 지지자들을 모으는 국민연대 추진 위해 '새 정치 공동선언'을 내놓는다 ▦투표시간 연장 위한 서명운동 등 공동 캠페인 전개 등 7개 항에 합의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진영이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새정치 공동선언'을 위한 실무협의 첫 회의를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후보 실무팀의 윤호중·김현미 의원, 정해구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 안철수 후보 실무팀의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 김민전 경희대 교수, 심지연 경남대 교수. 오대근기자
甲 철수, 乙 재인

문 후보와 안 두 후보는 회담 직후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7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지만 양측 관계자와 정가에서는 다른 얘기가 들린다.

두 후보의 단독회동에서는 공표하기 어려운 내용의 대화가 오갔고, 특정 사안을 두고는 힘겨루기와 격론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단일화 방식'과 단일 후보가 집권했을 경우 패한 후보의 집권 정부에서의 역할을 두고 시각 차가 컸다는 전언이다.

주목되는 것은 회담에서 주도권을 안 후보가 쥐었고 문 후보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흐름으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쟁점이 됐던 '단일화 방식'과 '집권 후 역할'과 관련, 안 후보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단일화에 몸이 달았던 쪽은 문 후보였다. 문 후보는 지난 9월19일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줄곧 단일화 협상 참여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정작 두 후보 간 단독회동을 제안한 쪽은 안 후보였다.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간 안 후보는 단일화보다 완주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제가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9월25일 'PD수첩 정상화를 위한 호프 콘서트) "만약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에서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면 아닌 대로 끝까지 갈 것이다."(10월19일 강원 평창 기자간담회)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자."(11월5일 전남대 강연)

뿐만 아니라 안 후보 캠프 안팎에서는 "안 후보가 주저앉는다면 스스로 거품이었음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들렸다. "이제 50세인 안 후보가 뭐가 아쉬워서 극단적인 선택(포기)을 하겠냐"고 말한 이들도 있다. "안 후보가 여기서 중단하면 정치도 사업도 교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말도 나왔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때부터 안 후보와 '최종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민주당 경선은 시작부터 공정성 논란에 크게 휩싸이면서 일찌감치 '그들만의 리그'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 "민주당이 없어서도 안 되겠지만 민주당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후보의 회동 다음날이었던 지난 7일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 룰과 관련해 유ㆍ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문 후보의 발언은 '양보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안 후보 측이 바라는 여론조사 또는 여론조사+배심원 평가 방식 등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단일화 협상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안 후보를 테이블로 부르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룰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협상 테이블에서만은 안 후보가 '갑'(甲)이라면 문 후보는 '을'(乙)일 수밖에 없다.

문 후보는 지난 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회의에서도 "두 세력은 단일화 이후까지도 함께 해야 할 파트너인 만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과감히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패한 쪽의 권한은 어디까지

두 후보의 단독회담과 관련, 양측 진영과 정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얘기는 단일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 패한 후보의 '역할론'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을 대안으로 '책임 총리제'를 내놓은 바 있다. 총리가 경제 복지 치안 등 내치에 관해 각 부처의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고 정책집행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게 '책임 총리제'의 핵심이다.

문 후보는 지난 9월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은 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참여정부 때와는 반대로 당ㆍ정 일체를 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후보 또한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국회, 민간에도 기득권 포기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명직을 10분의 1로 축소하겠다는 게 좋은 예다.

안 후보는 또 국회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시 국회의 동의를 구하고, 감사원장을 선임할 때도 국회 추천을 받기로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처럼 두 사람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다른 한 사람은 단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사격을 하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양측은 단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다른 한 진영의 '역할'을 두고 의견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는 터라 대선 과정과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양측 모두 대통령제의 폐단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단일 후보가 되지 못했을 경우 '희생의 대가'까지 포기하긴 어렵다. 문 후보가 주창한 '책임 총리제'라는 것도 1인자인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독식해서는 안 되고 '넘버 2'인 총리도 그에 못지않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안 후보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 등에 관심은 있으나 문 후보만큼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더라도 최소한의 것들은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단일화 후폭풍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회동에서 '국민연대'에 합의했다. 정가에서는 '국민연대'가 대선 이후 신당 추진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양측이 하나로 합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그릇'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독회동에서 합의된 '국민연대'는 안 후보가 제안했고, 여기에 문 후보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대'는 양측의 지지자들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도 "민주통합당은 끊임없이 외부 세력과 연대하고 통합해 나가면서 확장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해 안 후보 측을 포함한 여러 정파들과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후보 단일화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면 안 후보 진영은 잔류파와 민주당 합류파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안 후보 캠프 내에는 민주당 출신들이 적지 않다.

또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 내 비문(비 문재인) 진영 의원들 중 일부가 안 후보 쪽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자칫 와해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대선 후 신당 창당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문 후보가 단일 후보로 당선된다면 민주당이 안 후보 측을 흡수하는 형태의 신당이 될 게 확실시된다. 물론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안 후보는 기성 정당의 폐해를 역설했던 만큼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신당과는 거리를 둘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8일 신당 창당설 등과 관련해 "두 분의 회동 당시 상황이나 합의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 발(發)로 보도되고 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조광희 비서실장도 이날까지 3일 연속 문 후보의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통해 유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당선된다면 신당 창당을 넘어 정계 개편까지, 판이 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안 후보 진영을 중심으로 민주당, 새누리당 일부, 시민사회단체까지 아우르는 대형 정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안 후보는 "신당 창당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이 동의하면 다른 논의들이 진전될 수 있다"고 말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로지 안' 김성식 전면 나서자 문 '긴장'


최경호기자


단일화 협상 안측 실무대표, 강경파로 단일화에 소극적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새 정치 공동선언' 실무회담이 열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에서는 정해구 간사 등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서는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등이 나왔다. 이들은 후보 단일화 선언 이후 후속 조치를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실무팀장에 김 본부장이 선임되자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적잖이 긴장하는 눈치다. 김 본부장은 민주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데다 안 후보 캠프 내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민주당 출신인 박선숙 송호창 공동본부장과 달리 김 본부장은 '안철수가 아닌 단일화'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18대 국회 때 서울 관악갑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나 지난해 말 쇄신을 외치며 탈당했다. 김 본부장은 19대 총선에서는 단기필마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유기홍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지난달 전격 안 후보 캠프에 참여해 박선숙 전 의원과 함께 공동본부장을 맡으며 정치를 재개했다. 김 본부장은 금배지를 달기 전에는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때문에 김 본부장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깊은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안 후보의 부산고-서울대 3년 선배다. 안 후보는 김 본부장 영입을 위해 직접 나섰고,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조차 이 같은 사실을 거의 몰랐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본부장은 오로지 '대통령 안철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따라서 캠프 내에서도 단일화에 소극적인 인물로 분류됐다. 그런 김 본부장이 전면에 부상한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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