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 '크고' 대표 등 기술력보다는 아이디어로 새바람

왼쪽부터 신현성·김남형·김혜원 대표
카이스트와 서울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벤처 업계에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출신들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펜실베니아 경영대인 '와튼스쿨' 출신이 대부분으로 기술력보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강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 제작사 '크고(keugo)'의 김남형 대표는 펜실베니아대에서 재무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김 대표가 1여년 간 공을 들여 만든 앱인 크고는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요구하는 수행과제를 이용자가 완수할 경우 적립금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역삼동의 한 편의점에 찾아가 삼각김밥의 진열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시오'와 같은 과제 등이 주어진다. 이를 통해 각 사업자들은 일반인을 '미스터리 쇼퍼'로 활용, 각 매장의 실태를 손쉽게 점검할 수 있다.

1987년 생인 김 대표는 창업을 위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3년간 근무했던 홍콩의 골드만삭스를 그만뒀다.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할 당시 벤처산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며 이에 대한 꿈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며 "사업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브리클래스의 김혜원 대표 또한 와튼스쿨 출신이다. 에브리클래스는 '꽃꽂이 하는 법'이나 '파스타 요리법' 등의 강의정보를 사이트에 올릴 수 있게 해 수강생을 불러모으는 일종의 오픈형 교육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수업료를 입금한 후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주부나 여가시간 활용에 적극적인 직장인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이며 내년 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방식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우드소싱'의 김승환 대표와 소셜데이트 서비스인 '이츄'의 표순규 대표 또한 와튼스쿨 출신이다.

펜실베니아대 출신들의 선전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신 대표는 티켓몬스터 창업준비 당시 펜실베니아대에 재학중인 한국인을 대상으로 회사명을 공모, 동기 및 선후배들로부터 일찍이 주목받았다. 김혜원 에브리클래스 대표는 "신 대표의 성공 이후 펜실베니아대 출신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아이비리그 출신 중 펜실베니아대가 국내 벤처업계어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신 대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펜실베니아대 출신들은 카이스트나 서울대에 비해 인맥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이들은 국내에 별도 모임이 없어 정보나 인맥 공유가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벤처업체들이 동문들의 소개로 인력을 수급하고 투자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것.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주위에 인맥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어 크게 애를 먹었다"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