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억 횡령한 새마을 금고 여직원의 엽기 행각타행 예치금 자신 계좌 빼돌리고 고객 명의로 불법대출도 받아백화점 2곳서 VIP 고객 대접 횡령 알아차린 간부와 부적절한 관계도

새마을금고의 20대 여직원이 18억원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려 외제차와 명품가방을 구입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횡령사실을 알아챈 직장상사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예치금을 자신의 계좌로 몰래 이체하고 고객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8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한 새마을금고 대리 최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양천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출납을 담당하면서 타 은행에 예치한 금고 자금 12억7,500만원을 108차례에 걸쳐 자신 명의 계좌로 이체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또 지난해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해 20차례에 걸쳐 5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채고, 자신의 어머니가 이 금고에서 1억여원을 대출받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지하기도 했다.

고객 돈으로 초호화 생활

조사 결과, 최씨는 이 금고 전무와 상무, 정산 담당 대리가 자리를 비우면 출납 담당인 자신이 별도의 결재 없이 인터넷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금고 여유자금이 줄어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컴퓨터 그림판을 이용해 숫자를 바꾸는 수법으로 예금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횡령한 돈 중 8억여원으로 외제차와 명품가방을 사는 등 초특급 호화생활을 하는데 흥청망청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이 금고 전 이사장 남모(74)씨와 전 전무 조모(52)씨 등 임직원 3명과 최씨의 후임 박모(34)씨 등 4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최씨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대출을 받으면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결재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조씨는 최씨와 불륜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올해 초 퇴사했다. 조씨는 최씨의 범행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경찰의 설명은 다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범행을 묵인해준 대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스로 경찰서 찾아 자수

지난 10월 회사 내부 감사에서 범죄 사실이 드러나 회사에서 쫓겨난 최씨는 회사에서 신고하기에 앞서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최씨가 고객이 맡긴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밀린 카드빚과 사채 이자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1억여원을 카드 돌려막기로 감당하다 결혼 1년 만인 지난 2009년 3월부터 횡령의 늪에 빠졌다. 최씨가 노린 것은 자기가 관리하던 지점 여유 자금이었다.

이 지점은 예비 자금을 기업은행에 예치했는데, 최씨는 입금 전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그렇게 3년간 빼낸 횟수가 108차례, 금액은 12억7500만원에 달했다. 최씨는 또 상급자들이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결재 없이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거래가 뜸한 노인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 5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최씨는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고도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계속 '소도둑'이 되어갔다.

백화점 두 곳의 VIP 고객이었던 최씨는 매주 백화점 명품관을 돌면서 수백만원대 가방과 손목시계, 옷 등을 사들였다. 또 시가 9500만원 상당의 BMW 차(뉴5시리즈 530i)를 남편에게 선물하고, 본인은 4000만원짜리 BMW 차(미니쿠퍼S)를 탔다. 또 남편이나 친구들과 괌·말레이시아·일본 등으로 7차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돈을 쓰다 보니 또다시 빚이 늘어나 빚은 다시 6억 원대까지 불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지점의 상급자들은 기본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고 최씨 말만 믿었다. 기업은행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오는 예금 잔액 증명서도 확인하지 않았고,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감사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

최씨의 범행이 대담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내연남 전무였던 조씨도 한몫했다. 이들은 서울 시내 모텔 등에서 올 초부터 3월까지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A씨에게 '휴가를 내고 같이 일본에 가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고, A씨는 최씨에게 '나한테 잘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며 노골적으로 방패막이임을 드러냈다.

최씨는 경찰 진술에서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어느 날 호기심에 타 은행에 예치된 금고 자금 중 1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며 "빼돌리거나 유용할 목적이 아니라 내 통장에 돈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장난 반 호기심 반에 하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졌다. 면목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씨의 범행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불륜 관계를 맺어 왔는지 여부를 캐기 위해 조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행안부, 새마을금고 전담부서 신설

행정안전부에 새마을금고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 부서가 신설된다. 금융 전문가를 따로 채용해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의 전문성도 높일 계획이다.

행안부는 지난 15일 "현재 지역경제과에서 맡고 있는 새마을금고 업무를 따로 떼어 내년 상반기에 별도의 독립 부서인 새마을금고담당과로 공식 조직화할 계획"이라면서 "일단 연말까지 '새마을금고 추진단'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운영한 뒤 내부 협의를 거쳐 과장급 부서로 독립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서울 양천구 새마을금고 여직원의 18억원 횡령 사건 등 잇따르는 금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감독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행안부는 또 부서 신설에 앞서 연말까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기관에서의 실무 경력이 있는 금융 전문가 2명을 각각 5급, 6급 상당의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의 부실관리에 대해 이미 전부터 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소홀히 한 관리당국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지환기자 jh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