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땐 문과 호흡… 인맥은 안캠프에 대거 포진문·안 출판회 출동 러브콜… 한쪽 지지 않고 중립 유지

지난달 29일 한 행사에 야권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는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강금실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김두관 전 경남지사, 박영선 이인영 김부겸 선거대책위원장 등 민주통합당 측 인사들과 안철수 후보,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송호창 의원,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 대변인 등 안철수 캠프 인사들이 참석했다.

축사에서 문 후보는 "강 전 장관의 법무 장관 시절이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때였다. 저로서는 큰 행운"이라며 강 전 장관을 한껏 치켜세웠다.

문 후보에 이어 축사에 나선 안 후보도 "그릇된 국가권력 속성을 성찰하고 국민의 힘으로 되돌리기 위한 근본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책 내용에 공감하며 "정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으로, 정치 혁신과 정권 교체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며 '강금실 칭찬'을 거들었다.

현재 야권 단일화 게임을 치르고 있는 두 후보 측은 강 전 장관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강 전 장관의 지지만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강 전 장관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느 한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지 않은 채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강 전 장관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참여정부에서 장관과 참모로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강 전 장관이 문 후보 쪽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강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은 현재 안 후보 캠프에 대거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文 安 "우리는 康과 한 식구!"

출판 기념회에서 문 후보는 강 전 장관을 향한 구애를 숨기지 않았다. 문 후보는 "(강 전 장관을) 처음 봤을 때 법복 입고 재판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고 생각했는데 논문을 통해 진면목을 알게 됐다"며 참여정부 출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강 전 장관의 입각을 적극 건의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이에 질세라 안 후보도 "국민은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7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선거는 미래로 갈지, 과거에 머무를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강 전 장관의 지지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강 전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뢰 혐의 재판 때 변호인으로 나섰다는 점도 양측 모두와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현재 안철수 캠프에 몸담고 있는 조광희 비서실장은 당시 변호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서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인 한 전 총리는 참여정부 말기에 총리를 지냈으며, 올해 초에는 석 달 동안 민주당 당대표를 역임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지난 4ㆍ11 총선을 앞두고 강 전 장관에게 공천심사위원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강 전 장관은 정중하게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출판 기념회에서 강 전 장관은 문 후보에게는 '꼭 승리하소서'라는, 안 후보에게는 '아름다운 승리'라는 문구를 적은 책을 선물했다. 양쪽 모두에게 '승리'라는 문구를 사용한 점을 보면 강 전 장관의 '스탠스'는 중립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총선 때도 그랬지만 강 전 장관은 현재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으며, 적어도 단일화 국면에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어떤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康(강) "허락 받았다고?"

강 전 장관이 속해 있는 법무법인 '원'의 식구였던 조광희 김윤재 변호사는 현재 안철수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비서실장, 김 변호사는 전략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박선숙 본부장,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 등도 강 전 장관과 이따금 모임을 가졌던 인사들로 분류된다. 특히 박 본부장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의 모임(민변)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었던 정연순 대변인은 강 전 장관과 민변에서 친분을 쌓았다. 한때 안철수 캠프에서 경제 교사 역할을 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강 전 장관이 주도하는 모임에 두 차례 강사로 나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강금실의 사람들'이 강 전 장관의 허락, 적어도 메시지 정도는 받은 뒤에 움직였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전 장관이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강 전 장관은 중견 법무법인의 간판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석에서는 격의 없고 소탈한 스타일이라고 한다. 강 전 장관의 한 측은 "(강 전 장관을) 모신다기보다 함께 즐겁게 어울린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장관과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 '강금실의 허락'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만큼 강 전 장관은 카리스마가 강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의 측근은 다른 해석을 한다. 이 인사는 "조 변호사 등이 안철수 캠프로 가기 전에 강 전 장관과 충분히 상의했을 것이라는 말은 막연한 추측일 뿐"이라며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 뒤에 강 전 장관에게 전화로 알린 것으로 안다. 사전에 허락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