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리포트'함구령 소문안철수 관련 법조인 대기업 임원으로 자리 옮겨'안랩 사건'등 꿰뚫고 있을것 추측'공개땐 대선 파장 우려 함구령' 소문 파다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안랩 사옥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을 앞두고 연일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A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하도록 A사 측에서 조치했다. 일단 A사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비춰볼 때 보고서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안ㆍ문 후보 단일화 전망 보고서와 관련,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은 A사 고위 임원인 B씨다.

B씨는 얼마 전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던 정준길 전 공보관의 협박전화 사건 내막에 대해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2년 1월경 산업은행 안랩 등 벤처기업투자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A사의 보고서가 B씨와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안랩수사 파일

정 전 공보위원이 '진실의 친구들'을 운영하는 금태섭 변호사에게 '협박'했다는 내용은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과거 안랩에 대한 검찰수사 내용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당시 투자팀장인 강성삼 전 벤처투자팀장에게 주식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이다.

2002년 1월 서울지검 특수3부는 강 팀장을 구속했다. 투자를 결정해 주는 대가로 벤처기업들로부터 금품이나 주식으로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였다. 말하자면 이때 리베이트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벤처회사들 중 한군데가 안랩이었다.

리베이트를 준 회사 3~4곳은 1998~1999년 사이에 투자를 받았고 수천만원대의 리베이트나 주식을 강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10억원대의 돈이 들어 있는 강씨의 비자금 계좌도 발견했다고 밝혀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산업은행은 1998년 12월경 안랩에 투자를 결정했다. 산업은행과 안랩은 당시 액면가 500원의 주식을 주당 1,54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이 안랩은 조사한 이유를 살펴보면 이때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장이 강 전 팀장이었고, 산업은행이 안랩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9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안랩에서도 강 전 팀장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안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당시 수사 기록을 추적해 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안랩은 검찰로부터 소환 등 본격적인 조사는 받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자료를 받아 서면조사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당시 조사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안랩과 관련된 지난 수사기록은 모두 소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기록을 구할 수 없게 된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왜 안랩이 무혐의를 받게 됐는지 그 과정을 확인할 수는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러 정황으로 비춰볼 때 당시 검찰이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강 전 팀장이 당시 안랩에서 상당한 주식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전 공보위원이 금 변호사에 전화해 이때 사건을 언급하며 '주식 뇌물'이라고 말한 이유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꼬리를 무는 의혹들

안랩과 강 전 팀장은 서로 커넥션 여부를 부인하고 있지만 안 후보가 1999년 10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을 때도 강 전 팀장이 등장한다. 당시 강 전 팀장은 안랩의 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사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는데도 참석을 한 것이다. 오히려 이 자리에 참석했어야 할 이사와 감사는 불참했다. 불참자는 안 원장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동생 안상욱(한의사)씨다. 두 사람은 안랩의 이사와 감사였다.

안랩 대표이사로 정식 이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BW 발행' 의결의 적법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말하자면 정작 참석해야 할 최측근 두 사람은 빠지고 이사도 아닌데다 리베이트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1999년 9월 21일자 안랩(당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사록 등에 따르면 BW 발행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를 의결하는 이날 이사회에는 안 후보와 LG창투 이은택 이사, 삼성SDS 김영준 파견이사, 이홍선 나래이동통신 파견이사, 강 전 팀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당시 강 전 팀장은 이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1999년 10월의 이사회 의사록에는 안 후보를 비롯해 다른 이사들의 서명과 함께 강 전 팀장의 사인이 남아있다.

안랩의 내부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에 따르면 당시 산업은행의 투자유치 여부는 벤처회사의 사운을 걸 정도로 중요했다. 이 때문에 강 전 팀장은 안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1년 뒤인 2000년 BW를 행사해 300억여원의 주식 평가 이익을 얻었다. 강 전 팀장은 벤처업체들로부터 주식 로비를 받은 혐의로 나중에 처벌받았다.

강 전 팀장은 산업은행 팀장으로 재직하던 1999~2000년 유명 벤처기업인 장미디어와 오피콤, 아라리온 등 4~5개 벤처기업에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11억8,000만원대의 주식과 현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02년 4월 구속됐다.

안랩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2002년 벤처기업 리베이트 의혹을 조사할 때 안철수연구소를 수사하진 않았다"며 "안철수연구소는 강 전 팀장 리베이트 사건과 일절 무관하며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투자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안랩 측은 "당시 컴퓨터바이러스백신 브이(V)3의 명성으로 안랩은 투자 여건이 상당히 좋았다"며 "산업은행이 벤처에 처음 투자를 시작하면서 안철수연구소 같은 전망 있는 회사에 투자를 원했다. 그래서 산업은행이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 돌고 있는 소문에 따르면 A사 측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선 전망보고서가 올라오자 B씨를 비롯한 보고서 관련자들에게 일절 함구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A사 측은 이에 대해 "B씨를 비롯한 누구도 안 후보와 관련된 보고서를 생산한 적 없다. 허무맹랑한 시중 잡소문"이라고 보고서와 관련된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정 전 공보위원은 2002년 강 전 팀장의 벤처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3부 검사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당사자 중의 한명인 정 전 공보위원이 뭔가 알고 있지 않고서야 무턱대고 전화로 '협박'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