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앞두고 '안성 고삼농협' 주목'생명농업 지원센터' 등 농촌형 사회적기업 성공적 운영획기적 농기계 임대 방식건강검진·독거노인 돌보기 등 영농편익·복지증진에도 앞장서

안성 고삼농협이 조합원 편익 확장, 사회적기업 운영 등 소규모 지역조합의 한계를 떨치며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고삼농협 전경.
지난해 12월 29일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하 조합법)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합법에 따라 내달 1일부터는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업, 보험업을 제외한 경제생활 모든 분야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으며 재계ㆍ학계ㆍ의료계ㆍ종교계 등 각계에서 자발적으로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조직된 협동조합 1만2,607개 중 가장 먼저 자리잡은 것은 1950년대에 관제성격으로 시작한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과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었다. 조합법 시행 이후 새롭게 출범할 협동조합들이 선배인 지역 농협의 우수 사례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농협경제연구소(NHERI)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지역단위 우수 농협들을 살펴보고 그 성공요인을 알아봤다.

소규모 조합 한계 떨쳐

NHERI가 2010년 공개한 '안성 고삼농협 농촌형 사회적 기업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 위치한 고삼농협은 2008년 기준 1,039명의 조합원과 1,780명의 준조합원으로 구성된 조합이다.

1990년 이후 60대 이상 연령층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조합원 농가의 연간 소득규모는 1,000만원 이하의 농가가 가장 많은 전형적인 소규모 조합이다.

소규모 조합의 경우 다품종 소량을 취급하는 구조로는 이미 규모화ㆍ상품화 경쟁을 추구해야 하는 조합원 계층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불리함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모화ㆍ상품화 경영이 필요한 조합원들은 지역농협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업연합조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합은 소농의 영농과 복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고삼농협은 1994년부터 조합원 영농실태와 의식조사 및 농협경영분석을 통해 '고삼농협 제1차 장기발전계획'을 마련, 이를 통해 ▦작목별ㆍ마을별 생산조직 강화 ▦유기농업 도입 ▦도시소비자 직거래운동 등의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도출된 과제를 계기로 고삼농협은 1995년 '유기농 오리농법'을 도입했고 이듬해에는 농협청년부를 중심으로 '오리쌀 작목반'을 조직하기도 했다. 1997년 고삼면을 '친환경농업 실천지역'으로 결의, 선포하였으며 '한국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와 1성당 1마을 자매결연을 맺고 직거래 및 계약 재배를 추진했다.

1998년에는 '고삼농협 제2차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제2차 계획에서는 지역농업 조직화 방안에 주목했고 ▦고품질 유기농 한우 브랜드육 생산 체계의 확립 ▦환경농업 생산시스템 구축 ▦한우 직거래 사업 등의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2003년부터는 농협중앙회 조사부의 협조를 얻어 조합원 영농실태 및 삶의 질 조사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고삼농협은 조합원 조직으로 농가소득, 부채, 삶의 질 관련 3개 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며 현실적인 조합원 요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4년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2006년 농기계 입대사업, 2008년 영세 조합원 농가 한우번식우 무상 지원사업 및 사회적 기업 설립사업 등으로 실현됐다.

조합원 편익 확보 위해 힘써

고삼농협은 영농ㆍ복지ㆍ지역경제의 측면에서 조합원 편익 확장을 위해 힘써왔다.

우선 영농 편익을 위해 고삼농협은 인근 농협들과 손잡고 '안성지역 농업사업연합'을 발족, 쌀ㆍ포도ㆍ배ㆍ한우ㆍ인삼 등 5대 품목에 대한 판매사업연합으로 범위를 넓혔다. 또한 조합원들의 농작업기 과잉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1996년부터 마을별로 농작업기를 구입,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는 안성시와 경기도에 대형 농기계 임대사업을 제안, '마을별 책임자 임대 운영 방식'을 전국 최초로 실시했다.

고삼농협은 복지 편익을 위해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과 협동사업을 추진, 1996년부터 고삼농협 원로조합원들의 건강검진을 의뢰하고 매년 대산 조합원을 확대해갔다. 이어 2007년부터는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의 합의를 얻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시범 실시하고 있는 농촌 거주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 사업을 유치한 바 있다. 또한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 공부방 사업을, 농협 원로청년부를 대상으로 연중 노래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경제 편익을 위해 2004년부터 농촌 일자리 창출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저소득층 조합원 농가 한우번식우 지원사업'을 실시하며 해당 농가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눈에 띄네

고삼농협의 가장 큰 특징은 농촌형 사회적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삼농협은 2008년 '고삼농협 생명농업지원센터'를 농협에서 분리, 비영리민간단체로 설립한 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후 해당 기업은 농림수산식품부 정책사업을 직접 신청하기 위해서는 농업회사법인 형태가 적합하다는 판단, 2009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고삼농협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농식품부 정책사업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상태다. 고삼농협 사회적기업은 2008년 기준 유급직원 34명 중 27명(79%)의 일자리를 취약계층에게 제공, 연간 5억760원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