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관련 의혹이 '주목'받는 이유는서울광고와 특수관계… 유권해석따라 과세 가능지난해 17억 고액배당… 비자금 조성 루트 주목낙농가 상대로 대출… 대가성 여부 중점 파악

남양유업 본사가 자리한 서울 중구 대일빌딩 비지니스센터.
국내 대표적인 유제품 가공 기업인 남양유업에 눈총을 받을만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큰 갈래는 ▦오너가(家)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비자금의 조성 여부 ▦낙농가에 해준 대출이 적법했는지 여부 등이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경우 남양유업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형제 회사에 99% 몰아줘

먼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이다. 남양유업이 일감을 몰아준 회사는 방계기업인 서울광고다. 1980년에 설립된 서울광고는 각종 광고물을 제작ㆍ판매하는 광고대행업체다. 이 회사는 실적 대부분을 남양유업에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인 가 오너로 있는 서울광고는 지난해 매출 84억원 가운데 99%인 83억원을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올렸다. 사진=홍원식 회장
실제, 서울광고는 지난해 매출 84억원 가운데 무려 99%인 83억원을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올렸다. 2010년에도 총매출 81억원 중 80억원(99%)에 이르는 '일감'을 남양유업으로부터 수주했다. 사실상 자생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이 일감을 몰아준 이유는 서울 광고가 오너가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인 홍우식 서울광고 대표다. 는 서울광고 지분 89.9%(8만9,900주)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는 홍 대표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홍씨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인 셈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회장의 동생 회사일 뿐 계열사가 아니라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이런 해명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회사가 지난해 개정된 법인세법 및 동시행령 제87조 규정에 따라 '특수관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해당 과세법안의 적용대상은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정상거래비율(30%)을 초과한 일감을 받은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그 친족(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중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수혜법인에 3% 이상을 출자한 대주주(개인 또는 법인) 등으로 명시돼 있다.

물론 홍원식 회장이 서울광고에 출자를 하지 않아 이 규정만으론 과세여부가 불명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무업계에 따르면 시행령이나 유권해석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경우 정상거래비율인 30%를 초과한 69%의 매출에 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

홍우식 대표
당장 과세가 시작되거나 과거 미납분을 포함한 세금폭탄이 부과되는 건 아니다. 소급과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데다 기본적으로 법인에 대한 과세제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도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건 올해 법인세 신고납부가 완료되는 내년 3월 이후다.

장부 외 자금조성 여부 확인

남양유업과 서울광고 사이의 거래에서 장부 외의 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만일 조성됐다면 이 돈이 홍원식 회장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배당이 의심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선 오너가 소유한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비자금을 조성한 사례가 빈번했다. 고액의 배당을 통해 쉽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광고는 17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만 무려 170.95%의 초고배당이었다. 앞서 서울광고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23억원을 배당했다.

리베이트 형태로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도 의심을 사고 있다. 대기업 계열 광고계열사들은 비자금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다. 광고회사들은 '원가'가 모호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문제의 회사들은 장부에 금액 부풀려 적은 뒤 차액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낙농가 대출 적법한가

남양유업이 대출업을 벌인 사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국내 낙농가의 약 60%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줬다. 남양유업은 정확한 자금규모나 이자율 등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

남양유업의 대부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큰 논란이 일지 않았을 뿐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남양유업은 대출을 해주면서 낙농가에 압류를 걸고 원금을 내지 못할 경우 이를 처분하는 등 대부업계와 유사한 사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등 원유를 납품하는 농가에서 급하게 대출이 필요한 경우 '상생' 차원에서 대출해줬을 뿐"이라며 "대출 이자도 제1금융권을 밑도는 수준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변에서 워낙 말이 많아 그나마 현재는 대출을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남양유업이 낙농가에 해준 대출의 대가성 여부다. 이 회사의 경우 이미 한 차례의 '전력(前歷)'이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07년 한 동종업체와 함께 산부인과 병원에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조건으로 자사 분유제품을 독점 공급해온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에 1억2,0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현재 사정기관은 이런 의혹들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진 정보수집이나 증거 및 제보자 확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이 언제 본격적인 조사나 수사에 돌입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만일 사정기관이 제대로 칼을 빼 들 경우 남양유업에 작지 않은 파장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정기관이 내사를 벌인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