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추문으로 최대 위기… 검찰총장 "중수부 폐지 검토"견제 조직·권력 분산 등 특단 대책 요구 목소리 커져

검찰이 잇단 추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부정부패와 기강해이 논란에 휩싸인 검찰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관행인 것처럼 검찰은 정치권의 추이에 따라 표적수사를 해 왔다. 검찰과 권력의 야합이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것도 검찰의 이 같은 수사행태 때문이다.

또 검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등식의 성립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권과 결탁된 재벌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도 권력과 재력이 없는 이들에 대해서는 냉혹했다. 또 검찰은 철저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다. 권력자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검사들의 승진 수단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 수사 등 재력가와 권력자를 수사한 검사들은 대부분 관대한(?) 수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전의 '은총'을 입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검찰 위기에 대해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과 여론이 더 이상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이 이대로 가도 좋은지 자성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양심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의 불신이 극에 달하자 정치권 주변에서는 "더 이상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 견제 조직 구성과 더불어 검찰 권력 분산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 성공 미지수

일단 검찰은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대대적인 조직개혁추진을 예고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한 총장은 지난 22일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 방안을 제로 베이스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 검토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실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한 총장은 "지난번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했고 중수부 폐지나 상설특별검사 문제에 대해 검사들 간에도 의견이 갈렸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공론 방식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토론하고 설문조사를 해서 투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검찰은 강력한 감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그간 내부감찰의 사각지대를 발생케 한 구조적 문제점이 없었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감찰역량을 늘리는 한편 감찰업무 수행 과정에서 온정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같은 자성의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들끓는 여론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검찰 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그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가속화 되고 있는 데다 경찰이 검찰비리를 계속 끄집어 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비리검사 이름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모 지방검찰청 고위 인사의 뇌물수수 의혹과 검찰 출신 인사의 비리 그리고 서울 모 지검의 몇몇 검사들이 부정비리와 더불어 부정축재를 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내용 중 일부는 경찰이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 비리는 앞으로 줄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도 검찰 비리와 관련된 제보와 첩보가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고위 검사들 중 비리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인사들이 있다.

이 소식통은 "최근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검찰비리와 관련된 여러 제보가 들어가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 내용들 중 일부를 현재 경찰과 공조해 조사 중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조사를 거친 뒤 경찰과 공조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소식통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서울 ○○지검의 검사가 사건 청탁을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상당부분 사실에 근접한 것 같다"며 "이뿐만 아니라 검찰 핵심부의 K검사는 여권 실세의 청탁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제보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데, K검사는 부정축재 의혹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판 지퍼게이트 사건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검찰 성추문 사건은 일명 '검찰판 지퍼게이트'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과 유사해서다.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 측은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유사성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해자 측은 "검사가 불기소를 미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3일 만에 이 같은 사건이 또 불거진 것이어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김 검사 뇌물수수 사건 조사를 위해 3번째 특임검사를 꾸리며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 성추문 사건이 터지자 검찰은 거세지는 비난 여론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따르면 검찰은 사건에 대한 진상과 지휘부의 지휘·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성추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실무수습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정이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현재 검찰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J검사는 성관계 사실을 모두 인정한 상태다. 사건의 전말을 요약해 보면 로스쿨 1기 출신 J검사는 지난 10~11일 절도 혐의를 받던 연상의 피의자 A(43ㆍ여)씨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했고, 사흘 뒤 청사 밖 숙박업소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검찰에 따르면 J검사가 A씨와 유사 성행위를 한 것은 주말 늦은 시간으로, 주변에 다른 수사관이나 직원들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지검은 지난 20일 A씨 변호인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 유사 성행위 및 성관계가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 J검사와 A씨가 이 사건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한 것도 파악했다.

J검사는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J검사와 A씨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불기소 등을 약속 여부와 강압이 있었는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A씨를 소환한 것인지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